우상호 "'수박' 단어 쓰면 가만 안 둔다"… 당내 인신공격 금지령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적 분열의 언어는 엄격히 금지시키겠다"며 '막말 금지령'을 내렸다. 특히 민주당 강성 지지층 등에서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반명(反이재명)계를 공격할 때 쓰는 단어 '수박'을 특정 거론하며 "이런 단어를 쓰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우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에 진 정당이 겸허한 평가의 접근이 아니라 서로 남 탓하고 상대 계파 책임만 강조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내 여러 제도 문제·정책·노선과 비전에 대해 더 활발한 토론을 보장하겠다"며 "다양한 견해를 갖고 있으면서도 단합하는 민주정당의 면모를 일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주요 당직자나 국회의원 신분을 갖고 계신 분들은 사용하는 언어에 각별히 더 절제의 언어를 사용해달라"고 덧붙였다.

대선·지방선거 연패 이후 친명(親이재명)·반명 등 당내 계파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8월 새 지도부 구성 전까지 내분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 비대위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강한 토론은 적극 장려하되 자칫 구성원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수박' 같은 표현은 반드시 금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 위원장은 "앞으로도 '수박' 이런 단어를 쓰는 사람은 가만 안 둔다. 심지어 공당 대표에게 수박이라고 하는 분이 있는데 그건 '자기 모멸' 아닌가"라며 "당에 해가 되는 발언을 함부로 하면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나. 국회의원 수준 떨어진다고 하지 않겠나. 그런 것들은 공개적으로 경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 위원장은 민주당의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신뢰의 위기'를 꼽았다. 우 위원장은 "국민이 민주당에 걸었던 기대가 많이 약화됐다는 것을 뼈 아프게 인정한다.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그동안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위해 더 노력하는 모습보다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더 먼저 했다고 비춰진 것도 패인이 아니었나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꼼수 탈당' 논란을 빚은 민형배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복당 요청 여부를 묻는 말에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 위원장은 "검수완박 문제는 헌재에 제소돼 있다"며 "민 의원의 헌신과 노력을 평가하지만 이 문제는 헌재 판결이 내려지는 게 먼저"라고 답했다.

차기 지도부 선출 문제에 대해서는 "전당대회준비위원장 선임부터 시작된다고 보고 최대한 서두르겠다"며 "정치는 정치 일정을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8월 말 전당대회 일정을 절대 변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내 계파 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에 대해서는 "당원이 적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2~3년 사이에 당원이 많이 늘었다"며 "대의원 대 당원 비율이 1:40이던 것이 1:90이 되면서 당원 의견 반영 문제가 있다는 말이 있다.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몇 대 몇 가이드라인을 위원장이 주는 것보다 전준위가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게 맞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 위원장은 이날 서난이(36) 전북도의원을 비대위원으로 발탁했다. 우 위원장은 향후 추가 비대위원 2명을 더 인선할 방침이다.

우 위원장은 "호남지역을 주 무대로 활동한 정치인 중 기초의원을 두 번 역임하고 이번에 최연소 도의원으로 당선된 서 도의원을 비대위원으로 위촉했다"며 "호남지역에서 드러나고 있는 민주당의 모습에 대해 훨씬 더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줄 당사자"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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