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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암울한 현실과 2012년


아침 출근길, 사람들의 옷차림이 두껍다.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다. 싸늘한 탓도 있겠지만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으로 침울한 모습들이다. 분단이라는 비극적 상황이 실제로 나타났다는 공포감이다. 언제든 한반도가 전쟁터로 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느껴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남북한 긴장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천안함, 연평도 포격 등 군사적 충돌까지 벌어졌다. 소중한 생명들이 희생됐다.

좌석버스에 몸을 부리고 어제 배달된 '창작과 비평' 2010년 겨울 호를 펼쳐 들었다. 정해진 페이지 없이 넘겼다. '2012년 어떻게 준비할까'라는 대담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로 백승헌 '희망과대안' 운영위원장,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함께 한 좌담회 내용이었다. 2012년을 준비하기 위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심상정 전대표의 말에 주목했다. 그 스스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통합을 위해 선거막판 후보직을 사퇴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중략)지금은 각자의 위치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서로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민주당에는 좀 더 과감한 혁신을 주문하고 있고 진보정당에는 뜻은 좋지만 실현할 힘이 없지 않느냐며 통합하라고 한다."

많은 국민들은 야권에 '통합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것만이 현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야권통합을 주장하는 국민의 지적은 '정치가 변해야 된다'는 맥을 짚어주고 있다.

그동안 야권의 통합은 급작스러웠다. 선거 때만 되면 통합논의가 고개를 들었다. 심지어 선거일을 며칠 앞두고 통합하는 '불편한 통합'을 이어갔다. 국민들은 이런 정치권을 두고 '지분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국민들은 이런 '불편한' 정치권의 야권통합을 좋게 보지 않았다. 단적인 예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일어났다.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심상정 전 대표는 선거 막판 유시민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유시민 후보는 떨어졌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10만 여 표가 넘는 사표(死票)가 나왔다. 심상정 후보가 사퇴한 것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책과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 없는 상황에서 심상정 후보의 사퇴는 진보신당 당원들을 분노케 했다. 이후 심상정 후보는 징계위까지 가는 수난을 겪었다. '지분을 위한 야권통합' '급작스런 야권통합'은 유권자들에게도 큰 매력을 주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 사례였다.

심 전대표가 대담에서 '민주당은 더 과감한 개혁'을, '진보정당은 뜻은 좋지만 실현가능한 힘이 없지 않느냐'는 분석은 이런 상황에서 눈길을 끈다.

그러면서 심 전 대표는 "진보정당의 통합재편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우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에게는 '민주당의 혁신'을 주문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은 만큼 자신의 현 자리에서 진보정당의 통합재편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 역할이 주목된다.

심 전 대표는 "(이런 노력이 있은 뒤에)정책연합, 선거연합의 방식으로 좁혀가야 한다"고 야권통합 방향성을 제시했다. 나아가 "그렇게 열심히 노를 젓다보면 멀리 바다가 보이지 않겠는가?"라는 희망 메시지를 전했다.

민주당의 혁신과 진보정당의 우선통합, 이후 정책연합·선거연합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주목된다. 진보정당간의 우선 통합에 나서겠다는 말에서는 그의 역할에 무게가 실린다.

2012년에 이런 그의 목소리가 구체화되고 현실화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종오 경제시사부장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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