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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국민을 알게 된 24시간


6월2일 아침 6시

편집국은 적막했다. 정치팀과 사진팀원들은 투표 현장에 나가 있었다. 투표가 시작됐다. 7시20분 첫 기사가 올라왔다. 1만3천388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일제히 시작됐다는 '정치권 명운 가를 지방선거 막 올랐다'는 기사였다.

취재기사와 함께 사진팀에서 전송된 사진기사도 동시에 올라왔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2동, 성북구 정릉1동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모습이'[포토]소중한 한표, '투표로 말해요'라는 기사로 출고됐다.

사진팀이 보내온 취재사진들을 보면 나이 많으신 분들이 아침 일찍 나와 투표하는 모습. 1인 8표 투표용지를 들고 조금은 당혹스럽다는 표정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이후 편집국은 다시 침묵 모드로 돌입했다. 투표가 끝나는 오후 6시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정치팀원들은 투표 현장을 취재한 뒤 각 정당으로 흩어졌다. 한나라당, 민주당사로 취재기자가 자리잡았다. 사진기자도 각 당사별로 배치됐다.

12시쯤 점심을 먹고 회사로 들어오는 길에 일부러 택시를 탔다. 개인 택시 운전기사는 70대쯤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분이었다. 지금 막 투표를 하고 일하러 나왔다며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이번에는 2번을 밀어줬어요. 4대강 사업 하는 거 보고 이건 아니다 싶더라구요."

목소리가 컸다. 택시기사 분은 4대 강에 분노한다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2번을 찍었다고,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노라고 강조했다.

오후 2시쯤 투표를 마친 각 후보들의 표정을 전하는 취재기사가 전송됐다. 한나라당 인천시장 안상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김문수,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유시민, 자유선진당 서울시장 지상욱 후보 등이 한표를 행사하는 모습이 '[포토]"절 뽑아주세요!"…투표하는 후보들'이란 제목으로 승인됐다.

이후 오후 6시까지 또 다시 기다림과 침묵의 연속선상에 들어갔다. 투표 결과이후 준비상황과 출고할 기사들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있었다.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오후 4시쯤. 국회의 한 지인이었다.

"투표율이 치솟고 있다! 중간 출구조사 발표된 것 없느냐?"

방송사와 언론사는 출구조사를 시간대별로 조사한다. 정확도가 낮지만 매 시간별로 어느 후보가 앞서가는지 윤곽은 잡을 수 있다. 국회의 지인은 "투표율이 높아지만 야권 후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초미의 관심을 나타냈다.

당사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투표율과 젊은 층들의 참여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취재기자도 "오후 들어 젊은 층들이 대거 몰리고 있고 투표율이 지난 2006년 4회 선거때보다 2~3% 높게 나올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위터에 접속했다.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투표를 하고 난 뒤의 인증샷을 올리는가 하면 '투표하자' '투표 안하면 시민도 아니다'는 등의 독려 문구가 실시간으로 날아 들고 있었다. 취재기자의 다급한 전화가 편집국으로 다시 걸려 왔다.

"젊은 층들이 투표에 적극 나서면서 기존 여론조사와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이미 특정지역에서는 야권이 승리할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때가 오후 5시쯤. 방송사들이 출구조사를 마치고 통계처리를 하고 있을 시간대였다. 이제 6시 방송3사의 출구조사를 애틋하게 기다리는 것만 남았다. 그동안 방송사와 언론사들은 수도권에서 여권 후보의 낙승을 예상했었다.

6월2일 오후 6시

민주당사에 나가 있던 취재기자가 6시 정각 '한국방송협회 KEP 출구조사 결과입입니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동시에 켜놓은 TV를 통해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출구조사가 발표됐다. 먼저 한나라당 오세훈,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서울시장을 놓고 경합이라는 화면이 나왔다.

이후 각 광역단체장 별로 출구조사가 발표됐다. 많은 지역에서 경합이었고 야권의 우세로 발표됐다. 특히 서울 시장의 경우 오세훈 47.4%, 한명숙 47.2%로 불과 0.2% 차이로 나타나 유권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민주당의 충남 안희정, 강원 이광재, 경남에서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여당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야당의 분위기는 축제 분위기로 탈바꿈했다. 이어 각 당에 나가 있던 사진기자의 현장 모습이 편집국으로 전송됐다.

오후 6시39분 한나라당에 나가 있는 사진기자의 전송된 기사는 '[포토]한나라당, 긴장되는 출구 조사 발표'였다. 예상 밖에 참담한 결과를 확인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관계자들의 어둡고 침울한 표정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이보다 1분 앞선 6시38분 민주당사에 나가 있던 사진기자는 '[포토]예상 밖 선전에 환호하는 민주당사'라는 제목의 달뜬 표정의 사진을 전송해 왔다.

출구조사 발표와 각 당사의 표정을 통해 '여당 참패, 야당 승리'라는 결과가 머릿속에 떠 오르고 있었다. 방송3사의 출구조사는 민주당의 승리를 보여줬다.

이후 7시9분 6.2 지방선거의 투표율에 관한 기사가 전송됐다.'6·2 지방선거 투표율 높았다…54.2%'는 지난 2006년 제4회 동시지방선거보다 2.6%포인트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었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 이어 실시간 개표상황이 생방송으로 전해졌다. 1인 8표에다 경합지역이 많다보니 개표가 늦게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아! 밤새워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6월2일 오후 10시

개표가 어느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오후 10시 전후 다시 한번 각 당사의 표정이 전송됐다. 하지만 아직 당선자는 나오지 않았다.

사진팀 최규한 기자가 '[포토]개표 상황 지켜보고 있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를 통해 활짝 웃고 있는 민주당 관계자들의 모습을 전했다.

정세균 대표 뿐만 아니라 손학규 전 대표등이 개표 상황을 지켜보면서 고무돼 있는 표정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반면 한나라당사는 정반대 모습을 연출했다. 오후 10시33분 김현철 기자가 '[포토]썰렁한 한나라당 당사'를 보내왔다. 지켜보던 정몽준 대표도 떠나고 몇몇 당직자만이 썰렁하게 상황실을 지키고 있다는 보도였다.

6월3일 01시

서울시장 한명숙 후보가 0시33분 중간 입장을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 후보는 오세훈 후보를 계속 앞서 나가고 있었다. 기자들도 한명숙 선거캠프로 대거 몰려있던 상황이었다. 한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정치팀 채송무 기자의 '한명숙 "이번 선거, 서울시민과 국민의 승리"'기사는 민주당이 한 후보의 승리를 자신한다는 기사였다.

이어 0시57분에는 한명숙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실시간 득표상황에 보도됐다. 정치팀 구윤희 기자의 '[6·2지방선거]한명숙(47.3%)-오세훈(47.0%) 초접전'이란 기사였다.

개표방송은 계속 진행됐고 이어 오전 2시43분 제주도지사가 처음으로 당선됐다는 박정일 기자의 '[6.2지방선거]우근민 제주도지사 당선'기사가 속보로 나왔다.

개표에서 계속 뒤처지자 서울시장 오세훈 후보가 선거캠프를 빠져 나갔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러나 오전 4시가 되면서 상황은 급반전한다. 오세훈 후보가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 앞서가던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게 역전을 당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순차적으로 인천시장 송영길, 충남 안희정, 경남 김두관 후보 등의 당선 확정 소식이 방송을 통해 전달됐다.

그러나 서울시장은 여전히 초접전중이었다. 다른 후보자들이 모두 결정된 이후에도 두 후보의 접전은 계속됐다. 새벽을 지나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다.

6월3일 오전 8시

8시12분 마침내 민주당 7곳, 한나라당 6곳, 자유선진당 1곳, 무소속 2곳에서 광역단체장이 승리했다는 기사를 내보낼 수 있었다. 이 때쯤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이 확정됐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6·2지방선거]야권 승리…여당 참패'라는 기사가 승인됐다.

마침내 개표가 끝나고 선거결과가 확정되고 있었다. 편집국은 더 큰 긴장감속으로 빠졌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두고 분석기사가 나가야 했고 전망 기사 또한 나가야 했다. 잠 못드는 밤을 긴장감속에 보낸 기자들이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우선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어떤 요구를 한 것인지, 또 이번 선거의 특징은 무엇인지 살펴야 했다.

'[6.2 지방선거]유권자 표심, '북풍'보다 'MB 심판'이라는 기사는 국민의 선택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폈다.

천안함 침몰과 선거를 코 앞에 두고 민관 합동조사단의 발표가 북풍을 불어일으켰지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것을 짚었다. 그것보다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이 이번 투표를 통해 확인됐다는 분석이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친노 인사들의 대약진이었다.

'[6.2 지방선거]'친노' 지방권력 핵심으로 떠올라'는 기사는 충남 안희정, 강원 이광재, 경남 김두관 후보가 당선되면서 현정권을 심판하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철학을 계승하자는 국민의 주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풀뿌리' 기초단체장도 민주당 압승…수도권 46곳'이라는 기사와 '진보 '교육 대통령'…MB식 교육 OUT! '기사도 곁들였다.

광역단체장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과 교육감 선거 결과에서도 여권을 견제하고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묻어 있다는 의미를 전달했다.

숨가빴던 선거는 이제 끝이 났다. 국민의 선택을 누구도 앞서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온갖 오류와 국민의 정확한 자세를 분석하는데 언론의 역할은 무지몽매했다.

하지만 이제 그 결과는 누구나 알 수 있다. 국민이 선택해 준 그리고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해야 하는 시점에 우리는 와 있는 것이다. 그것이 24시간 동안 국민들이 깨우쳐 준 가르침이다.

/정종오 경제시사부장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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