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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석의 밴쿠버 리포드] 기로에 선 컴덱스 쇼


 

전 세계 하이테크 업계 종사자들치고 컴덱스 쇼(Comdex Show) 한두번 관람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컴덱스 쇼는 하이테크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첨단 기술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IT붐이 고조되면서 컴덱스 쇼는 최첨단 IT기술 경연장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다.

이렇게 큰 인기를 누려온 컴덱스 쇼가 전반적인 경기불황 속에 IT산업이 끝없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급속하게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컴덱스 쇼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쇼 참가 업체가 급격히 감소하고 관람객도 갈수록 줄어들자 쇼 주최측이 잇달아 행사 자체를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덱스 쇼를 비롯하여 각종 기술관련 이벤트를 주관해 오고 있는 미국의 키쓰리미디어(Key3Media)는 별도의 매사추세츠 오피스인 니드햄을 폐쇄하는 한편 그동안 매년 개최해온 시카고 컴덱스 쇼를 비롯 북미 지역 5곳에서 열릴 예정이던 하이테크 쇼를 취소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시카고 컴덱스 쇼와 더불어 이번에 취소키로 결정된 키쓰리미디어의 기술 이벤트는 컴덱스/넷월드+인터롭 애틀란타(Comdex/NetWorld+Interop Atlanta), 세이볼드 세미나 뉴욕(Seybold Seminars New York) 등 미국내 3개 기술쇼와 캐나다 몬트리올 컴덱스 쇼 및 밴쿠버 컴덱 쇼 등이다.

이 회사는 이들 지역의 기술 쇼를 취소하고 앞으로 북미 지역에서는 컴덱스 폴 라스베이가스(Comdex Fall Las Vegas), 넷월드+인터롭 라스베이가스, 세이볼드 샌 프란시스코 그리고 컴덱스 캐나다 & 넷월드+인터롭 토론토 등 4개 기술 이벤트만 계속 개최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결국 키쓰리미디어가 그동안 인기리에 개최해온 기술 이벤트는 그 개최지가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다행히 이 회사는 북미 지역 이외의 세계 17개국에서 매년 개최되는 60개 기술관련 이벤트는 예정대로 개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술 이벤트의 지속적인 개최 여부는 아직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는 세계 IT산업이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컴덱스 쇼를 비롯한 하이테크 기술 이벤트가 이렇게 잇달아 취소되는 등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근본적인 배경은 무엇일까. 물론 그것은 IT산업의 침체가 가장 큰 이유임에 틀림없다. 근래 들어 이들 기술 쇼에 참가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IT관련 기업들이었고 관람객 역시 IT분야 종사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해온 사실을 감안할 때 IT산업의 침체가 기술 쇼의 인기하락 현상을 초래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올해 토론토에서 열린 컴덱스 캐나다의 경우 참가 기업이 전년에 비해 무려 20%나 줄어들었다. 또 시카고 컴덱스 쇼의 경우도 첫 해인 지난 1996년 이후 매년 7만~9만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으나 지난 2000년 7만4천명이 관람한 것을 끝으로 계속 관람객 감소현상을 보여왔다. 즉 IT산업이 본격적으로 침체기에 들어서기 시작한 지난 2001년 관람객이 6만 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에는 겨우 2만4천명이 관람하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쇼 참가기업이 줄어드니까 새로운 기술동향을 살피고자 하는 관람객들이 외면하고 관람객이 없다보니 참가기업은 갈수록 줄어드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컴덱스 쇼 초기의 관람객은 기업의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그들보다는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실무자들 또는 기술동향을 살피면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젊은 층이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궁극적으로 계약체결 등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하는 컴덱스 쇼 참가 기업들이 컴덱스 쇼 자체에 대해 점점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컴덱스 쇼가 인기를 잃어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를 인터넷의 발달에서 찾는 전문가도 있다. 종전에는 관련 기업들이 최신 기술 동향이나 제품을 처음 소개하는데 컴덱스 쇼와 같은 기술 이벤트를 활용해 왔으나 수년 전부터 이런 이벤트 보다는 자사의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 이벤트에 소개되는 기술이나 제품은 이미 진부한 것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일부 전문가들은 컴덱스 쇼 등 기술 이벤트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인터넷이 급속하게 보급되던 지난 90년대 말경부터 기술 이벤트가 사양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해왔다. 인터넷 이용이 일반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웹을 통해 관련 기업에 대한 최신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런 예측을 하게 된 배경이다.

오히려 기업들의 웹사이트를 이용하여 기술이나 상품,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경우 훨씬 적은 비용으로 보다 빠르게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기술 이벤트의 경우 관람객의 지위나 성향을 미리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거기에서 소개되는 기술이나 제품도 특정 고객층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매우 일반적인 것에 한정될 수 밖에 없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그동안 컴덱스 쇼 등 기술 이벤트에 적극 참여해오던 기업들이 이제는 웹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자체 이벤트를 통해 자사 고객의 수준에 맞는, 소위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추세다. 이는 타겟이 분명한 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이벤트의 목적을 확실하게 달성한다는 전략에서 비롯되고 있다.

실례로 마이크로 소프트의 경우 여러 기업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기존의 기술 이벤트 참가를 줄이고 캐나다 등지에서 ‘MS특별 이벤트’를 개최한 결과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것은 물론 자사 기술 및 제품을 알리는데도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컴덱스 쇼 등 기존의 기술 이벤트가 최근 들어 급격히 인기를 잃어가면서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들 쇼가 쉽사리 종말을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키쓰리미디어와 같은 이벤트 주최측이 이를 수수방관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벤트의 내용이나 진행 방법 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의 경기침체, 특히 IT산업 분야의 침체 분위기가 호전되지 않는 한 컴덱스 쇼를 비롯한 기술 이벤트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들 전문가들은 지금 기로에 선 컴덱스 쇼의 장래는 IT산업분야에 얼마나 많은 돈이 모여드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주호석 리더스컨설팅그룹 북미담당 고문 hsju@can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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