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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심상정 사퇴와 진보정치의 정체성


진보신당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가 선거 3일을 앞두고 30일 돌연 사퇴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야4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단일 후보였던 유시민 후보는 이제 야5당(진보신당 포함)의 단일후보가 됐다.

하지만 심상정 후보의 결단은 아쉬움을 남긴다. 자칫 진보신당의 존립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심상정은 진보신당의 전 대표였다. 선거에 돌입하면서 진보정치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었다.

진보정당은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역할을 해 왔다. 한나라당, 민주당 등 기득권 정당이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노동자와 하층민을 위한 현장 정치를 펼쳐왔다. 물론 아직 지지기반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심 전 후보의 결단을 두고 진보신당 당원들이 반발한 데서도 이번 사퇴가 만만치 않은 파장을 가져다 줄 것을 예고했다. 30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심 전 후보는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하지만 진보신당 당원들이 몰려들어 기자회견을 막았다. 이 자리에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김종철 대변인이 봉변을 당할 뻔 했다. 당원들이 몰려들었고 "(심 전 후보에게)사퇴하려면 탈당하라"며 험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심상정 전 후보의 사퇴는 진보신당의 정체성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선거 3일을 앞두고 '7번(진보신당 후보 기호)'을 선택하고자 결심했던 유권자들에게 실망감과 혼란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심 후보는 사퇴 성명을 통해 "비록 꿈을 잠시 접어두지만, 서민과 중산층을 향한 진보정치의 꿈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저의 결심은 외부의 이유에 의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진보정치를 더 크고, 강하게 벼리기 위한 고뇌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런 심 전 후보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당원과 지지자들은 없을 듯하다. 우선 심 전 후보의 사퇴 전, 유시민 후보가 단일화를 본격 제의했다. 외부 이유에 의한 사퇴가 아니라는 심 전 후보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 부분이다.

또 사퇴하면서 심 전 후보는 "유시민 후보에게 이명박 정권 심판의 과제를 부탁하고자 한다"며 "유시민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켜 이명박 정권 심판을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외부 환경과 이유에 의한 고육지책의 선택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진보정치의 꿈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진보정치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이유에 의해, 혹은 외부의 조건에 의해 자신의 꿈을 내려놓았다면 진보정치의 정체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심 전 후보의 사퇴 결정은 현 정국의 '당위성'에 의한 선택이다. 이명박 정권 심판이란 당위성에 무게를 둔 그의 결정은 상대적으로 진보정치의 정체성에는 큰 균열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신당 당원들이 반발하고 기자회견이 취소될 정도의 소란이었다면 그 이유를 심 전 후보도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정치는 원칙과 정체성이 생명이다. 심 전 후보의 이번 결정이 현 정국의 흐름에서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당원들과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는 큰 상처를 준 결정이었다.

/정종오 경제시사부장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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