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야4당 단일후보)가 28일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고 나서 부터다. 유 후보는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심 후보에게 '합치자'고 했다.
유 후보는 "결정은 심상정 후보가 할 문제이며 (단일화를) 받아들이든, 완주하든 심 후보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며 '공'을 심 후보에게로 넘겼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정부의 천안함 발표이후 북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여권 후보 지지율이 높아졌다. 이 같은 악조건에서 유 후보 측은 심상정 후보와 단일화로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단일화를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끝까지 완주하느냐를 두고 심상정 후보 측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심 후보는 그동안 "끝까지 갈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유 후보가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했을 때도 심 후보는 "유일한 진보후보로 남게 됐고 정치에 등을 돌린 서민, 노동자 그리고 중산층의 아픔을 대변하는 소명을 안고 희망을 만드는 정치로 정책 경쟁의 장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동당의 선택을 두고 심 후보는 "안타깝다"고 까지 했었다.
단일화와 관련해 심상정 후보 캠프측은 "아직 공식 제안이 온 것도 아니다"라며 "(공식 제안이 온다면)심 후보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까지 가겠다'는 단호한 입장에서 '종합해 판단할 것'으로 미세한 입장 변화가 느껴진다.
유시민 후보에게는 심상정 후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 북풍으로 지지율에서 김문수 후보와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심 후보가 결합한다면 막판 뒤집기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작 '공'을 넘겨받은 심 후보에게 고민이 쌓였다.
심상정 후보는 자신이 밝힌 바대로 한국 '진보정치'의 대표성을 띄고 있다.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당위성'도 있지만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정체성'도 있다. 정체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정치적 요소이다. 특히 진보정치를 대표하는 심 후보에게는.
'당위성'에 무게를 두자니 '왜'라는 '정체성'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심상정 후보가 단일화에 나섰을 때 그 영향은 서울시로 넘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노회찬 후보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심 후보 캠프측은 이와 관련해 "단일화 문제에 있어 어쨌든 가장 중요한 고민은 진보정치의 주체문제"라며 "정치적 판단을 할 때는 비전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며 후보가 어떤 판단을 하던 간에 진보정치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판단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심상정 후보가 '당위성'과 '정체성'을 두고 어떤 선택을 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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