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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규] 공정위를 세계 무대에 세운 다음커뮤니케이션의 MS 제소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를 공정거래

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는 소식은 무척이나 신선하다.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PC 운영체제의 시장 지배력 남용 혐의가 문제

가 된 것은 이미 오래 된 일이지만 오는 10월 출시되는 새 운영체제인 윈

도 XP를 문제 삼아 제소한 것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의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는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제기돼 왔던 '고전적인 쟁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운영체제 시장을 평정하다시피 하면서부터 독점금지

법 위반 논란은 계속돼 왔고 미 정부와 주정부가 급기야는 '공공의 이익’

과 ‘공정한 경쟁’이라는 사회적 공익을 내걸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소하

기에 이르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 연방법원의 1심 판결에서 ‘회사 분할’이라는 치명

적인 선고를 받기도 했지만 2심에서는 회사를 둘로 쪼개야 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운영체제에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통합 제공하는, 이른

바 ‘끼워팔기’ 행위는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그에 따른 시정조

치 및 벌칙에 대한 심리가 다시 1심 재판부에서 진행 중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번 제소는 여러 측면에서 시사적이다. 우선 마이크

로소프트의 가공할만한 시장 지배력이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문제되

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문제 삼은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MSN메신저와

인터넷 폰 등 여러 인터넷 서비스 프로그램을 윈도 XP에 통합 제공하는

‘끼워팔기’ 행위다. MSN 메신저나 인터넷폰, 디지털 사진 등 다양한 응

용 소프트웨어를 윈도 XP에 끼워 팔아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경쟁

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강매행위’이다. 이 같은 ‘끼워팔기’가 사실상 ‘강

매’나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우리 나라 운영체제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하드웨어 업체에게 '끼워팔기'를 강

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입장에서는 메신저 서비스 분야에서 시장 잠식이 가장 우

려된 것이겠지만 인터넷폰 서비스 업체나 디지털 사진과 같은 다른 서비

스 분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들 서비스 분야의 다른 업

체들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대열'에 나설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

다.

PC 제조분야나 공급 분야에서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제껏 마이크

로소프트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하드웨어 제조업체나

공급 업체들이었지만 이번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제소 사건을 계기로 목소리

를 조금은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분위기' 정도는 어느 정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제소 사건

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와는 무관하게 '적대적 분위기'의 확산을 차단해야

할 마이크로소프트로서도 과거와 같은 '일방통행식 거래관행’에는 제동

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제소는 비단 미국과 유럽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나

라'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적 시장지배력이 본격적으로 문제되기 시

작했음을 의미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끼워팔기가 문제된 것은 사실 그 동

안 ‘미국’과 ‘유럽’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제소로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동안 미국

과 유럽연합 중심의 대응 전략을 상당 부분 수정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

는 반마이크로소프트 전선의 세계적 확산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소

프트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 들여질 만 하다.

반 마이크로소프트 전선의 이 같은 세계적 확산은 마이크로소프트가 PC에

기반한 소프트웨어 시장을 넘어 인터넷 서비스 시장 까지를 독차지하고자

하는 야심적인 닷넷(.net) 전략을 적극적으로 밀어 부치면서 예고됐던 일

이기도 하다.

PC 운영체제나 인터넷 브라우저와 같은 산업 기반을 이루는 '핵심적'이고

‘원천적’인 소프트웨어 시장은 미국 기업들이 독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

다. 다른 나라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유럽도 끼어 들 여지가 많지 않았

다.

하지만 인터넷 서비스 분야는 사정이 다르다. 각 나라 마다 다양한 서비스

들이 개발돼 보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세계 제패 야심은

전지구적인 저항을 자초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사적인 것은 우리의 공정경쟁법 체계와 그 기준, 그리

고 불공정경쟁 규제기관의 심의 능력과 집행력이 세계 무대에 서게 됐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로서는 전혀 원하지 않는 상황일지 모르지만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제소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단숨에 세계 언론의 초점이 될 수

도 있는 세계 무대에 서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를 대

상으로, 윈도 XP의 ‘불공정성’을 심사하게 되는 '막중한 사명'을 졸지

에 부여 받게 됐다. 그것은 비단 공정거래위원회의 '능력'과 '자질' '전

문성'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공정 경쟁 법체계 자체가 세계적인 시험대

에 서게 됐음을 의미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 체계나 내용은 외국에 비해 그다지 손색이 없

다는 평가이다. 문제는 그것을 운용하고 집행하는 '사람'과 '시스템'이

다. 재벌 위주의 독과점 체제의 시장 환경 속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

적으로 기업집단과 기업들의 독과점 행위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

마 되지 않았다.

특히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나 공정한 경쟁이라는 잣대를 시장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IMF의 가이드라인을 우리 경제에 적용하기 시작 하

면서부터다. 과거 재벌 중심의 과두적인 경제 체제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라는 잣대를 들이댈 여지 자체가 지극히 협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동안 쌓은 '경험'과 '내공'으로는 이번 사안이 버거

울 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공정 경쟁 법체계와 공정경쟁 규제기관

의 '수준'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국제적

규준에 따른 국제 수준의 공정 경쟁 심사 기준을 확립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의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마이크로소프트 제소는 역설적으로 우리 경제와 기업활

동이 세계 경제와 세계적인 기업들의 영향력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것

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 또한 '국제적 기준'에서 모색될 수밖에 없다. 다음

커뮤니케이션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한판 승부’도 관심거리이지만 그 주인

공은 다름 아닌 세계 무대에 선 공정거래위원회다.

/백병규 미디어오늘 전 편집국장, inews24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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