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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유럽 IT 재발견] 적과의 동침


 

한국 정부가 IT 산업 관련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내세우는 명분 중의 하나가 아시아 최고 IT 인프라 환경을 바탕으로 한 테스트베드 역할과 아시아 시장 허브란 점이다. 또한 정부의 그런 설득과 노력으로 일부 세계 기업의 R&D 부서가 한국에 설립되거나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외 IT 기업들이 조망하는 아시아 시장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한국에 대한 매력은 이제 이웃 나라 중국이나 일본에 밀리고 있다. 또한 언제부터인가 해외 미디어의 IT 관련 뉴스는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한국의 입장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은 유럽 역시 한국은 IT 산업이 발달되어 있는 나라라는 인식은 분명 갖고 있지만 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아시아의 중심에서는 벗어나고 있다.

물론 한국 기업들 역시 해외로 진출할 경우 가장 먼저 찾는 시장이 미국, 중국, 일본, 아시아 등의 순서 일 것이고 유럽은 그 다음 정도가 될 것이다. 또한 이런 유럽에서도 기업들이 최우선적으로 관심 갖는 시장이 아마도 영국, 독일, 프랑스 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자사 제품을 진출시키기 위한 첫번째 고려 대상이 시장 규모일 것이고 그와 함께 부가가치를 창출한 만한 경제력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진출 대상 국가가 새로운 IT 기술에 대해 어느 정도 적응 속도를 보일 수 있는가 하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유럽을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과 일을 같이 하다 보면 자사 제품에 대한 경쟁력과 시장 성숙도를 면밀히 검토하고 그에 따른 시장을 공략하기 보다는 시장 규모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앞선 3개국이 우선 진출 대상 국가이었다.

그런데 이들 국가들이 한국 업체의 기대와 달리 제품의 대한 시장의 반응과 제품 검토에 대한 의견이 나오는데 상당히 지체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의사 결정 구조 자체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비교적 보수적 사고를 갖고 있는 기업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3년 전 필자는 ‘유럽의 정보화 우등생 스웨덴’이라는 내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의 스웨덴은 유럽 IT 산업을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제는 무선 통신, 텔레매틱스, 생명 과학 등의 분야에선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냉정하게 스웨덴 IT 산업을 평가한다면 인구 약 9백만의 시장 규모는 한국 기업들 입장에선 만족하기 어렵겠지만 IT 기술력이나 응용 분야에선 한국을 능가하는 부분이 있고 적지 않은 분야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만만치 않은 경쟁자다.

기업 입장에서 어느 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시장이 준비되어 있는지 그 반응을 살펴 볼 수 있는 지를 관찰해야 한다. 시장 규모만 봐서 가능성을 볼 수는 없는 것이고 소비자들의 기술력에 대한 높은 관심도와 이해 능력이 있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진출 전략의 일환이다.

한국 스스로 아시아 최고의 IT 테스트 베드라고 주창하는 것처럼 한국 기업들을 위한 유럽 최고의 테스트 베드 국가에 대한 연구가 기업이나 정부 입장에서 연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진출 전략이 다양할수록 한국 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우수한 테스트 베드를 찾아가는 전략이 어떻게 보면 우회전략인 듯 하지만 최소한의 리스크를 감안하고 시장 반응을 빠르게 살펴보기엔 최고의 전략이다. 그런데 한국 기업이나 정부의 적지 않은 전략들이 주요 국가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하다.

만일 필자가 생각하고 있는 이런 부분이 사실이라면 한국은 이중적 잣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테스트 베드로서의 한국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시에는 시장 규모를 보다 강조하는 논리라면 외국의 기업들을 한국으로 유치시키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사실 오늘 한국의 해외 IT 기업 유치 전략의 모순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유럽 진출시 IT 적응력 이 빠른 국가를 대상으로 유럽 시장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출해 보자는 의도다.

바로 이런 면에서 필자는 스웨덴이 한국에겐 가장 적합한 파트너라는 생각이다. 우선 푸른 눈의 일본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매우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들이고 비즈니스를 논의하기에 좋은 상당히 유연하고 개방된 사고를 갖고 있다.

또한 지역적으로 스칸디나비아 국가인 덴마크, 노르웨이는 물론 핀란드, 또 다른 유럽 IT 강국인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와 독일 북부, 러시아 서부까지 인접하고 있는 발틱해를 중심으로 약 1억 규모의 시장에 직, 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스웨덴이다.

스웨덴 최고의 IT 경쟁력이라고 한다면 R&D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능적인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세계적 수준의 연구원, 발명가, 투자가, 기업가, 전문가 등이 유기적인 네트웍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스웨덴이 R&D 분야의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 과학기술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스웨덴 전역에 자리잡고 있는 ‘Internet Valley’, ‘Mobile Valley’, ‘HomeCom’, ‘TelecomCity’, ‘Öresund IT, ‘Telematics Valley’ 등의 글러스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들 글러스터들은 현재와 미래적인 주제를 갖고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대학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매우 훌륭한 결과를 도출하고 있으며 유럽의 가장 대표적인 산학 협력의 사례로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필자가 지난 수년 동안 지켜 본 유럽의 IT 산업의 흐름을 보면 한국에서 주요 벤치마킹 대상으로 여기던 아일랜드의 IT 분야의 명성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라고 보인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럽게 차세대 IT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스웨덴의 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IT 기술과 응용 부문에 대한 스웨덴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적응력이 아일랜드보다는 한발 앞서 간다고 판단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스웨덴 IT 산업에 대한 평가는 한국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서구인들에게는 시장적인 측면이나 문화적인 배경에서 한국이 비해 덜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 점은 이미 스웨덴에 진출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바라보는 스웨덴에 대한 평가에서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한국 기업이나 정부 입장에서 유럽 진출을 위한 게이트웨이 국가로서 스웨덴에 대한 평가는 다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유럽에서 스웨덴만큼 IT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빠른 나라도 드물고 또한 글로벌 시장에 적용시켜가는 응용적인 부분에서 한국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다.

또한 스웨덴 정부 기관의 관계자들이나 기업에 있는 사람들도 한국과 스웨덴은 IT 부문에서 서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양 대륙에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여러 부분에서 스웨덴이 한국에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경쟁자이기는 하지만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이들과의 전략적 동반은 적극 검토할 만한 일이다. 세계 최고의 IT 비즈니스 국가가 되기 위해선 ‘적과의 동침’이라도 감행해야 하지 않을까?

/하워드 리(유로비즈 스트래티지스 CEO) howard@eurobizstrateg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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