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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국력이다] ② 21C는 아바타와 함께 왔다


 

네오위즈가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할 때였다. 한창 아바타로 수익을 올리고 있던 네오위즈의 핵심 사업은 당연히 아바타. 그러나 외국인들은 네오위즈가 아바타를 팔아 수익을 낸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이 보기에 겨우 인형을 그린 그림에 불과한 것을 돈을 내고 구입하는 이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때문에 네오위즈는 외국인 투자자를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한국의 네티즌이 들으면 웃을 일이다. 내 아바타에게 유행하는 옷을 사주고 아바타가 살고 있는 미니룸에 침대와 TV를 들여놓는 네티즌들에게 돈을 내고 아바타를 구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바타로 성공을 거뒀다는 네오위즈의 한창 때 수익은 하루 1억원이 넘는 수치. 이제는 마치 그 옛날 추억을 회상하듯 쉽게 말하는 이야기지만 당시만 해도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모두 실눈을 뜨고 '누가 그런 그림을 사는지 보자'라고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 그래서 더, 불티나게 팔리는 아바타의 승승장구에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아바타 관련 매출이 급감하면서 '아바타 시장은 죽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사실 네오위즈를 비롯해 아바타로 수익을 올렸던 업체들이 예전만큼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 못한 것은 이미 알려진 일. 그러나 결코 아바타 시장이 죽은 것은 아니다. 아바타의 옷과 신발 그리고 모자를 구입했던 사람들은 아바타에게 더 큰 세상을 선물하는데 돈을 쓰고 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방문해보자.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아바타들은 멋진 집에서 최고급 가구를 들여놓고 애완동물을 키우며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고 있다. 눈부신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아바타를 발견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제 네티즌은 단순한 아바타 자체를 꾸미는 것에서 벗어나 아바타에게 세계를 만들어 주는 일에 돈을 쓰고 있다.

그 결과 '미니룸' 등 아바타의 세상과 소품을 팔고 있는 싸이월드는 하루 1억 5천만원의 수익을 내며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아바타의 시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다만 아바타의 형태가 '디지털 아이템'으로 확장됐을 뿐이며 오히려 그 세상은 더욱 넓어졌다. 여전히 아바타는 팔리고 있는 것이다.

아바타의 소품을 구매하는데 열을 올리는 자녀들을 보면서 부모들은 분명 이런 생각을 했으리라. 대체 21세기의 아이들은, 젊은이들은 왜 아바타에 열광했을까.

'나'는 비싸서 입을 수 없는 멋진 드레스도 단 몇 천원이면 '또 다른 나'에게 사줄 수 있다. 수천만원에 호가하는 스포츠카 역시 가상세계의 나는 '폼'나게 소유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아바타가 가지는 매력이다.

사이버 세계의 아바타는 내 이름을 달고 있는 존재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얻는 대리만족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바타는 곧 내 자신이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대한민국은 온통 붉은 물결이었다. 모두가 붉은 옷을 입고 거리로 뛰쳐나갔을 때 사이버 세계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붉은 옷을 입은 아바타는 말할 것도 없었다. 두건, 태극기를 비롯한 실제 세상에서 사용되는 모든 소품으로 무장한 아바타들이 사이버 세상을 돌며 월드컵을 응원했다. 또한 네티즌은 아바타의 표정을 선택할 수 있다. 아바타는 내가 기쁠 때 웃고 슬플 때는 눈물을 흘린다.

최근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사용하는 네티즌들에게는 아바타인 '미니미'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실제의 나는 웃고 있지만 '미니미'가 눈물을 흘리게 함으로써 '내가 사실은 슬퍼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타인이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커뮤니티와 미니홈피가 발달하면서 아바타는 '메신저'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 한 네티즌은 네오위즈에 이런 요청을 했다고 한다. 아바타 의상 중 간호사, 경찰 등 직업을 나타내는 의상이 많은데 자신은 백수라는 것. 즉 백수 아이템도 만들어 달라는 얘기였다.

시간이 지나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실체가 없는 '문화'를 소비할 때 돈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2시간 동안 영화를 감상하는데 2만원 가까운 돈을 아낌없이 지불하게 된 것. 그러나 영화가 소비자의 지갑을 스스럼없이 열기까지는 몇 십년이라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아바타는 달랐다. 아바타가 처음 유료화된 것은 2000년 11월. 이제 겨우 4년이 조금 넘었다. 그 짧은 시간에 아바타를 비롯한 디지털 아이템들은 소비자의 지갑을 사정없이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아바타의 등장 후 2001년 시장 규모는 200억원대로 증가했고 2002년에는 800억원대로 성장해 닷컴기업의 공통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놀랄만한 성장률이었다.

'대체 어디서 돈을 벌지?'라고 고민하던 닷컴 기업들에게 아바타는 그야말로 빛과 같은 존재가 된 것. 닷컴은 덕분에 '게임과 커뮤니티 서비스는 무료로 맘껏 즐겨라'라고 인심 쓰고 수익은 아바타와 디지털 아이템을 통해 창출해낼 수 있었다.

아바타와 디지털 아이템은 순수창작물이다.

물론 아바타의 개념은 이전에도 존재했었다. 그러나 그것을 유료화하겠다는 것은 '아이디어'였다. 네오위즈의 한 회의실에서 기획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결과물이었던 것.

아바타 자체 역시 '無(무)'에서 창조된다.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머리와 손을 거쳐 탄생되는 것이 아바타와 디지털 아이템이다. 물건을 만들어내듯 원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는 아바타가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소의 비용과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창출해 내라는 경제원칙을 말 그대로 실현해 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2004년 4월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신저 6.2 버전 한글판에는 국산 아바타 솔루션이 탑재됐다. MS가 한국 업체의 자체 솔루션을 탑재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처럼 아바타는 석유나 석탄처럼 지하자원이 없어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사이버 세상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또한 아바타는 피부색이나 머리색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서양의 마론인형 '바비'가 세계를 지배했듯이 우리의 아바타가 사이버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결코 꿈만은 아닌 것.

이제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아바타들이 해외로 뻗어나갈 길을 열어주는 일만 남았다.

애완동물 아바타를 비롯해 '홀맨'같은 캐릭터 아바타가 등장했다. 배우 아바타, 가수 아바타가 사이버 세상을 누비기도 했다. 이처럼 아바타의 소재는 무궁무진했다.

한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를 끌면 드라마 주인공이나 배경이 아바타와 디지털 아이템이 되는 건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작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은 각 포털과 커뮤니티에서 아바타로 그 인기를 지속해나갔다.

올해 어떤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를 끌게 될지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이 아바타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있다.

크리스마스에는 트리가 팔리고 새해에는 한복의상이 팔리는 아바타 시장. 오프라인 세계와 다를 바 없이 그곳에서도 하루가 저물고 한 해가 지나며 시간이 흘러간다.

이는 아바타 세상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증명해 주는 사실이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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