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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위클리]곽도원 논란, '꽃뱀' 프레임이 위험한 이유


곽도원 측, 이윤택 고소인들이 금전 요구했다 주장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미투(Me Too)' 운동과 관련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가 폭로자의 주장을 반박했던 배우 곽도원이 또 다시 때아닌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가해자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송치된 연극연출가 이윤택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연극인들 일부가 그에게 금전을 요구했다고 밝히면서다.

해당 배우가 성희롱 가해 의혹을 즉시 전면으로 반박하면서 성폭력 가해자 용의선상에선 일찍이 멀어졌지만, 금전 요구 의혹 사건을 둘러싼 정황은 꽤나 복잡하다. SNS를 통해 곽도원 소속사 대표 임사라 변호사의 주장이 알려졌고 그에 대한 유관인물들의 반박 역시 SNS에서 이뤄지면서 '말의 전쟁' 같은 모양새가 됐다. 운동의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듯 보이는 이야기지만, 이는 구태의연하게 이뤄져 온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날카롭게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지난 25일 새벽 곽도원 소속사 오름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임사라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이윤택 사건 관련 고소인단 중 4명의 인물)로부터 힘들다, 도와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고 곽도원과 함께 나갔다가 알려주는 계좌로 돈을 보내라는 등의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임 대표는 곽도원과 동석한 이 자리에서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고소인들 중 일부로부터 금전을 요구받았다고 전하며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 사실의 진실성에 의심이 간다는 자신의 추측까지 가감없이 글에 실었다. 그는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피해자 17명 중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건 우리 넷뿐이니 우리한테만 돈을 주면 된다. 알려주는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했다더라.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일했다는 자신의 이력을 언급하며 "한달에 50건 이상 사건을 했지만, 정작 저를 지치게 만든 건 업무량이 아닌 피해자가 아닌 피해자들이었다. 회의감이 들었다. 목소리, 말투만 들어도 이건 소위 꽃뱀이구나 알아맞출 수 있을 정도로 촉이 생기더라"고 적었다.

이어 "오늘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가 왔다. 형법상 공갈죄에 해당할 법한 협박성 발언들까지 서슴치 않았다. '너도 우리 말 한마디면 끝나'라는 식이었다"며 "같은 여자로서 너무나 부끄러웠고, 마음을 다친 내 배우와 다른 피해자들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 제보나 형사 고소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렇지만 가만히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있을 수는 없었다. 이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을 지속한다면 자신을 헌신해 사회를 변화시키려던 분들의 노력까지 모두 쓰레기 취급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고소인단 중 한 명인 이재령 극단콩나물 대표는 임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제 후배들은 배우 곽도원이 아닌 곽병규 선배님에게 위로받았다는 생각에 고맙고 반가워 나간 자리에서 변호사가 나타나 후배들을 돈을 바라고 만나는 사람으로 매도한 부분에 대하여 저는 매우 불쾌했고, 반드시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 다음날 2018년 3월24일 (토요일) 12시쯤에 임사라 변호사에게 전화를 했다"고 임 변호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이렇게 왜곡되게 앞 뒤 다 생략하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SNS에 올려 피해자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모욕을 가해도 되는 건지 묻고 싶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반박에도 진실공방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임 대표는 또 다시 SNS에 "이윤택 피해자 중 일부가 불순한 의도로 곽도원 배우에게 돈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이윤택 씨가 과거에 저지른 일이 사라지거나 사실관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윤택 씨는 이미 구속당했고 범죄사실은 수사기관이 모두 밝혀줄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몫"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임사라 대표는 이윤택 고소인 변호인단에게 해당 연극인 4명인의 명단과 녹취파일, 문자 내역을 전달한다고 알리며 "4명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나머지 13명의 피해자들의 진실성이 훼손된다고 판단해 그들을 고소인단에서 제외할지, 아니면 그들을 안고 갈지는 101명의 공동변호인단이 깊은 고민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해당 글에서 임 대표는 "다만 이번 일로 인해 미투 운동이 훼손되지 않기를 한 명의 여자로서,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바랄 뿐"이라고 적기도 했다.

당사자 곽도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SNS에 "인간은 실수를 할 수 있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그것이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라면 인간으로서 용서 할수 있는 관용을 베풀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네 명의 실수는 너그러이 용서 할 수 있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그들이 이윤택씨에게 당한 일까지 거짓은 아니다. 부디 제 마음을 헤아려주시고 저희 연희단 배우(이제는 없어진)들의 아픔을 위해 힘 잃지 마시고 계속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녹취록의 내용이 공개되지도 않았고, 차후에도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점은 애초 이 사건을 공론화한 임 대표의 '꽃뱀' 프레임이다.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단어 선택이다. 자신의 경험을 빌어 목소리만 들어도 '꽃뱀'인지 아닌지 '촉'이 온다고 언급한 대목은 그간 우리 사회가 성폭력 범죄 피해자를 가장 손쉽게 매장해온 방식과 놀랍게도 일치한다.

앞서 배우가 가해자로 지목됐을 당시 이를 반박하면서도 폭로자를 무고로 고소하지 않은 이유를 들며 '미투' 운동을 향한 존중을 표했던 것, "미투 운동이 훼손되지 않기를 한 명의 여자로서,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바랄 뿐"이라는 이번 글의 내용을 떠올리면 아쉬운 대처다.

여성가족부의 성폭력실태조사(2016년)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의 신고율은 1.9%다. 대법원사법연감(2016년)에 기록된 전국지방법원에 접수된 형사공판사건재판 통계에 따르면 성매매 알선, 강간 추행 등 성범죄 건수는 총 1만5천561건, 이 중 1심 무죄사례는 327건으로 약 2%다.

고소인단 중 일부의 배우들을 가리켜 우회적으로 '꽃뱀'이라 언급한 것과 다름없는 글이 임 대표가 바라는대로 '미투' 운동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이미 대한민국이 무고한 '꽃뱀'들이 없거나 드문 사회였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통계는 '무고한 성범죄자'가 드물다고 말한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꽃뱀'은 그들이 지목한 4인의 배우들만이 아닌 무수한 '미투' 폭로 여성들을 모욕하는 단어다. 실제 성폭력 피해자들을 향한 가장 쉽고 흔한 '2차 가해' 역시 '꽃뱀'이라는 시선이다.

곽도원은 논란이 된 임 대표의 '꽃뱀' 발언에 대해 SNS 글을 통해 대신 해명했다. "'미투' 피해자들을 지칭한 것은 절대 아니다. 글 전체를 잘 읽어보시면 아실 것"이라며 "혹시나 저에게 또다른 허위 '미투'가 생길까 염려해 먼저 글을 올린 것이고, 저는 임 대표의 행동이 소속사 대표로서 마땅히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해명은 '꽃뱀'이 명백한 여성혐오적 언어라는 사실 앞엔 무력하다. 성폭력은 모든 성별의 사람이 입을 수 있는 피해다. 남성도 '미투' 폭로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꽃뱀'은 결코 모든 성별을 호명하지 않는다. 오로지 여성만이 그 대상이 된다. '실제 일어났거나 혹은 일어나지 않은 성적 범죄나 행위를 빌미삼아 돈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여성 고소인들을 지칭하고 싶었다면 다른 언어를 찾았어야 마땅하다. 때로 '2차 가해'는 가해자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발생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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