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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의 히든카드, 오정세를 만나다(인터뷰)


"기대 없이 본 관객에게 새로움 안기는 일 좋더라"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배우 오정세는 영화 '조작된 도시'의 히든카드다. 개봉 전까지만 해도 그가 연기한 민천상이라는 인물은 철저히 수면 아래 감춰져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관객에게 첫 선을 보인 뒤 그가 연기한 강렬한 캐릭터에 찬사가 이어졌다. 주로 코믹하면서도 친근한 인물들로 관객을 만나 온 그지만 '조작된 도시'에선 검은 속을 감춘 포커페이스로 스크린을 누빈다.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조작된 도시'(감독 박광현, 제작 티피에스컴퍼니)의 개봉을 앞둔 배우 오정세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단 3분 16초만에 살인자로 조작된 남자가 게임 멤버들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며 짜릿한 반격을 펼치는 범죄액션물이다. 극 중 오정세는 국선변호사 민천상 역을 맡았다.

영화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조이뉴스24와 만난 오정세는 "영화가 전체적으로 재밌더라"며 "걱정도 많았고 기대도 많았는데 좋은 느낌이 많았다. 배우들은 다 그렇겠지만 제 캐릭터만 보면 아쉬운 것들이 먼저 보이지 않나. 그래도 치열하게 준비한 역할이라 뿌듯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전의 키를 쥔 인물로 분한 만큼 홍보 과정에서 뒤로 물러서 있을 수밖에 없던 상황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는 기대 없이 보셨다가 새로움이 있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제가 메인이에요' '제가 몇 번째 배우예요' 했다가 애매한 것보다는 홍보 과정에선 뒤에 있다가 영화적 즐거움, 임팩트를 주는게 개인적으로 더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민천상 역을 잡기까지 저는 무(無)에서 시작했었어요. 이 인물의 외형부터 심리 상태를 하나 하나 그려나가는데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했죠. 처음엔 외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장애, 혹은 결핍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왜소증으로 콘셉트를 잡았었는데, 그렇게 찍으려면 제작비가 두 배 든다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머리숱이 지나치게 없는, 어떤 병적인 이미지의 인물을 그려놓은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 역시 제가 크랭크인 2주 전에 캐스팅되는 바람에 물리적으로 힘들겠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래서 제 허벅지에도 있는 오타반점을 인물의 외양에 적용하는 것이 어떨지 생각했죠."

그의 설명대로, 극 중 민천상의 얼굴엔 검고 큰 오타반점이 있다. 도통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표정과 이 외양이 만나, 오정세가 의도한 캐릭터의 전반적 이미지가 완성됐다. 영화의 민천상 역을 위해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감행했던 오정세의 노력은 그렇게 빛을 발했다.

"다른 배역에 캐스팅된 상황이었는데, 박광현 감독님께 계속 '민천상 역이 너무 매력적이다'라고 말했었어요. 하지만 제작사, 투자사 등에도 여러 의견이 있잖아요. 대작 영화 속 이 인물에 오정세라는 배우를 쓰기까지 여러가지 고려 사항이 있을테니까요. 크랭크인 전까지, 마지막까지 이 배역이 공석이었거든요."

극 중 위기에 처하는 인물 권유 역 지창욱과 액션 장면을 소화하면서는 갈비뼈 부상을 겪기도 했다. 실제 부상을 겪으며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다'는 뉘앙스의 애드리브 대사를 내뱉기도 했던 그는 이 장면이 영화에 반영된 지점이 마냥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천상 배우'인 그의 에너지에 놀랄 따름이다.

"다친 것을 숨겼던 건 아닌데, 예쁘게 잘 이야기해주셨더라고요. 그 신이 저는 만족스러워. 다치기만 하고 끝난게 아니라 감정으로 잘 표현됐으니까요.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다'고 그냥 말했는데 그 신은 진짜 제 감정으로 이뤄진 거잖아요. 좋은 신 같다는 느낌이 제게는 있어요. 가짜가 아니니까요.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은 배우 입장에서 차원이 많이 다르거든요."

부상을 감지한 후 분장도 지우지 못한 채 병원에서 간단한 검사를 받았지만, 그는 그대로 현장에 복귀해 남은 촬영을 마무리했다. "아무렇지 않으면 참고 하면 되는데 급하게 응급실에서 체크만 하고 왔었다"며 "분장한 채 병원에 갔더니 리셉션에서 깜짝 놀라시더라"고 말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어 "액션은 지창욱이 다 하고 나는 조금이었는데 생색내는 것도 아니고 민망하다"고 밝게 덧붙였다.

오정세가 고민을 기울인 지점은 인물의 외양만이 아니었다. 영화에서 자세히 설명되진 않지만, 결핍과 자격지심을 지닌 가운데 주어진 권력을 멋대로 행사하는 민천상의 심리는 배우의 구체적인 상상으로 채워졌다. 오정세는 "인물의 전사(前史)가 내게 많이 중요했다"며 "영화에선 이 인물이 어떻게 보여지는지가 더 중요하니 영화에 자세히 나오지 않더라도, 내 나름대로의 전사를 만들어갔다"고 밝혔다.

"민천상을 연기하면서 저는 '특이한 악역'을 비롯해 여러 단어를 떠올렸었어요. 그 중 하나는 '외로움'이었죠. 하지만 그걸 관객에게 설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관객에게는 '독특하고 쓸데없는, 하지만 권력을 가진 인물'로 비춰지는 것에 포커스를 뒀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봤던 3~4년 전에는 컴퓨터 하나로 차를 조종하는 것 등이 너무 만화적이라 생각했었는데, 1년 전 쯤 보니 비슷한 실제 사례가 있더라고요. 허무맹랑한 상상력이 아니라 기본 바탕이 현실적인, 그런 영화적 표현이라 생각했어요. '하찮은 이 인물이 세계를 조작해?'라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요즘 시국을 보면 감독님이 사실을 바탕으로 쓴 것은 아닌가, 싶은 섬뜩함도 있고요.(웃음)"

한편 '조작된 도시'는 지난 9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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