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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이병완의 작지만 큰 실천


전라도 화순군 능주를 다녀온 적이 있다. 정암 조광조의 '적려유허비'가 있는 곳이다. 조선 중종 시절, 훈구파(기득권 세력)에 맞서 새로운 개혁정치를 꿈꾸다 서른여덟의 생을 마감한 조광조. 그는 능주로 유배됐고 곧이어 사약을 받고 비운의 삶을 마감했다.

조광조의 개혁 정책 중 하나로 향약을 꼽는 이들이 있다. 향약은 조선시대 각 지방의 자치규범이었다. 향약의 기본 덕목은 네 가지로 정리된다. 덕업상권(德業相勸), 과실상규(過失相規), 예속상교(禮俗相交), 환난상휼(患難相恤)이다.

좋은 일은 서로 권하고, 나쁜 행동은 서로 경계하고, 서로 예의로써 사귀고, 어려울 땐 서로 돕자는 것.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사회에 있어 아주 상식적 규범에 속한다.

조광조가 향약을 각 지방에 정착시키자고 한 목적은 개혁을 위한 하나의 포석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중앙정치가 썩을 대로 썩은 상태에서 지방자치를 통해 힘을 기르고 개혁의 목적을 이루겠다는 의지였다.

이런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향약을 지방자치의 시작점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스스로의 규범을 통해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좋은 것은 서로 권하고…. 작은 공동체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 보자는 이념이 들어 있다. 물론 조광조 죽음 이후 향약이 보수화되면서 폐단이 많이 생겼지만.

참여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 후보가 광주광역시 기초의원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장 경선에서 정찬용 후보에게 패배한 그이지만 이병완 후보는 오래전 기초의원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 정치의 기형적 모습은 오래전부터 진행형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이름은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의원, 군의원 등 기초단체 대표자들의 이름은 모르는 것이 일반화된 것도 이중 하나이다.

지방자치는 풀뿌리(grassroots)이다. 작은 곳에서 시작되는 공동체 만들기의 시작점이다. 작은 것이 아름다우면 큰 것이 아름다울 가능성이 크다. 반면 큰 것이 썩어 있으면 작은 것도 썩어 있을 확률이 높다.

언론에서는 이병완 후보의 기초의원 출마에 대해 '이례적인 일' '획기적인 일'이라며 놀라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례적이고, 획기적이고, 놀라운 일'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한 시민은 이병완 후보를 두고 "참 아름다운 일"이라고 평했다.

이병완 후보의 이번 선택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참 의미를 되살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의 기초의원 출마는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작지 않다. 그의 도전을 통해 지방자치의 의미가 되살아나고 아름다운 작은 공동체 만들기, 이를 통해 큰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종오 경제시사부장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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