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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기]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 실용화, 어디까지 왔나


친구와 통화하다 일정을 정하려고 생각만 해도 칼렌다 앱이 나타난다면? 누군가를 생각만 해도 사진이 나타나고, 이메일을 보내주고, 페이스북의 최근 포스팅을 보여준다면? 내 감정을 판단해서 음악을 권하고 들려주는 오디오, 내가 목 마르다 생각하면 음료를 갖다 주는 반려 로봇이 있다면?

게임을 하면서 단지 생각만으로도 다양한 장비를 선택하고, 이동시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새로운 재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자동 운전하는 자동차 기술도 실용화에 가까워졌지만, 사람이 운전하는 경우에도 운전자의 집중도, 감정, 인지 오버로드를 감지해서 차량 스스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도록 유도한다면?

이러한 기술이 공상의 영역에서 점차 실용적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 (BCI) 기술이다. 지금까지 BCI 기술은 대부분 의학 영역에서의 응용이 이루어졌다. 몸이 불편하거나 마비가 있는 사람들의 의사를 읽어서 장치를 동작하게 하거나, 몸을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영역에서 사용되어 왔다.

특히 뇌 안에 장착해서 시각을 얻게 하는 연구나, 칩을 삽입해서 인공 손을 제어 하는 연구들은 의료적 목적이나 첨단 연구 측면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제, 이런 침투형 BCI가 아닌 머리에 장착한 간편한 기기를 통해 일반인들이 흥미롭게 사용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구글이 소개한 구글 글래스를 프로그램해서 목을 끄덕이는 것으로 기기를 작동시키고, 윙크하는 동작으로 사진을 찍게 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코드가 공개되는 것도 웨어러블 컴퓨터가 인간의 의식과 동작을 어떻게 연계할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중간 단계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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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10.1인치 노트를 이용해서 터치하지도 않으면서 앱을 구동하고, 연락처를 열고, 음악을 선곡할 수 있는 연구를 텍사스 대학의 루즈베 자파리 (Roozbeh Jafari) 교수와 수행한 결과를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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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모자 같은 장치에 전극을 달아 EEG를 통해 뇌파를 측정함으로써 사용자의 의사를 판단하는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결과이다. 예를 들어, 앱 구동 방식은 사용자가 특정 아이콘에 집중하면 반복적으로 보이는 시각 패턴을 파악함으로써 앱을 구동시키는 것이다. 삼성의 실험에서는 하나의 앱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5초마다 선택이 가능했으며 80%에서 95%까지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한다.

또 다른 일반인 대상으로 집중도를 측정하는 장비는 뉴로스카이의 헤드셋으로 EEG와 근전도를 측정해서 장난감이나 게임을 제어하는 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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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작년에 이 회사의 마인드웨이브를 하나 얻었는데, 집중도 향상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었다. 아직 내 책장에 꽂혀 있는 상태이다)

이모티브 (Emotiv) 시스템즈도 EEG와 얼굴 표정을 분석해서 게임 효과를 올리는 헤드셋을 판매 중이다. 이 분야는 뉴로 게이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모티브의 창업자인 탠 르 (Tan Le)에 따르면, 이러한 기술의 난제는 일단 뇌파를 통해 우리가 파악하고자 하는 의식, 판단, 감정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발견(detection) 알고리듬의 개선이다. 이는 뇌에서 보이는 패턴이나 분포가 개인별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냥 특정 패턴이 어떤 의식이나 판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큰 도전이 되고 있다.

두 번째는 뇌파를 측정하기 위한 장비의 문제이다. 기존의 장치는 정밀도를 위해 전극의 위치도 복잡하고 장착도 어려웠으며 가격도 비쌌다. 현재 이 영역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은 낮은 가격에 빠른 장착, 휴대성이 좋은 기기를 만들어서 적절한 수준에서 뇌파를 감지하고 이를 실용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EEG 신호를 얻기 위한 전극을 두피에 장착하려면 미끌거리는 젤을 발라야 하는 거북함과 일일이 붙이는데만 수십 분의 시간이 필요한 점은 기존 장비가 실용화되는데 큰 장애 요인이었다.

그러나 액체나 젤이 필요 없는 드라이 EEG는 신호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자들은 신호 처리 기술을 개선해 품질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발견 알고리듬과 상호 연결이 되어 있는 문제이다.

인간의 생각을 읽어 내기 위한 학계의 연구는 다양한 칩의 개발이나 fMRI를 이용한 분석, 자기 뇌자도 분석 (MEG) 등의 접근이 있으나 이는 대 부분 인간의 의식 연구를 위한 접근이고 아직 실용화되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내가 현재 관심을 갖는 것은 간단한 장비를 통한 특정 영역에서 유용한 수준의 기술과 제품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는 향후 10년간 뇌 연구를 통해 인간의 의식과 생각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려고 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보다 뇌 작용에 대한 기반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이를 활용한 BCI 기술은 점점 더 개선되고 실용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스라엘에서 올해 10월 ‘브레인테크 이스라엘 2013’ 컨퍼런스가 열린 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이제 스마트, 모바일, 암호 기술을 넘어서는 차세대 기술에 대해 앞을 내다 보고자 하는 전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Brain Tech Israel 2013 공식 페이지

게다가 미국의 브레인 연구 정책이 앞으로 만들어 낼 새로운 시장 가능성에 대해 가장 가능성을 높이 보는 것은 역시 벤처 투자자들이고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다시 이스라엘에서 등장할 새로운 혁신 기술이 될 것이다. 그 동안 스타트업 투자와 성공 사례 만들기 공식이 잘 실현되는 미국과 이스라엘 연결 고리에서 또 다른 창업과 혁신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것이다.

한상기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현재 컴퓨터과학과 인문사회학을 결합한 소셜컴퓨팅 분야의 각종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대기업과 인터넷 기업에서 전략 수립을 하고 두 번의 창업을 경험했으며,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사진과 영화, 와인을 좋아하며, 에이콘출판사의 소셜미디어 시리즈 에디터로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엔 학술과 현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신규 사업 전략과 정부 정책을 자문하고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블로그(isocialcomp.wordpress.com)와 페이스북(facebook.com/stevehan)을 통해서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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