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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에 휘청이는 '한국형 비만약'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 거취 불확실…"신약개발 동력 상실"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설정한 '비만약' 사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오너가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한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던 프로젝트여서다. 임 부회장의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리더십 재편 과정에서 핵심 사업과 분리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속도전'이 생명인 신약 사업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그룹은 지난해 9월부터 그룹사 차원의 비만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 '에이치오피(Hanmi Obesity Pipeline, H.O.P)'를 추진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연구원들이 R&D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그룹 연구원들이 R&D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에이치오피는 '폴짝 뛰다'라는 영어와 '자, 어서'를 뜻하는 불어에서 따온 이름이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비만 치료제를 발판으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 △GLP-1·GIP·글루카곤을 동시에 타깃하는 차세대 삼중작용제 'HM15275' △경구용 비만치료제 △근손실 방지 및 섭식장애 개선 후보물질 △비만 디지털치료제 등 5종의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에이치오피 프로젝트는 임 부회장이 지난해 7월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으로 임명된 후 발표한 첫 번째 중장기 프로젝트다. 그를 필두로 한미약품 R&D센터와 신제품개발본부, 전략마케팅팀, 평택 바이오플랜트, 팔탄 제제연구소, 원료의약품 전문기업 한미정밀화학 연구진들이 대거 참여했다. 속도감 있는 연구개발(R&D)을 위한 대대적 조직 개편까지 단행했다. 그간 인력관리(HR) 쪽을 주로 담당한 '인력통' 임 부회장이 R&D 주도권을 잡고 추진한 첫 프로젝트인 만큼, 관련 사업을 각별히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임 부회장은 조만간 에이치오피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오너가 경영권 분쟁에서 밀린 탓이다. 최근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반대 측인 장·차남에게 이사회 주도권을 빼앗겼다. 아직 경영진 재편 청사진은 나오지 않았으나, 양측 견해차가 컸던 만큼 핵심 사업은 형제 측 인사가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임 부회장이) 형제 측과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사실상 절연했다고 봐도 될 정도로 극한 대립을 했다. 장남이 '가족 간 화합'을 언급한 만큼 회사를 떠나진 않겠지만, 핵심 사업의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속도가 생명인 에이치오피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약품이 현재 비만약 시장에서 노리고 있는 건 '틈새시장'이다.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 사태로 글로벌 빅파마 제품의 한국 상륙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신약 개발이 먼저 이뤄진다면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생긴다.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실제로 에이치오피 프로젝트는 이를 고려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한국형 비만약으로 개발하겠다고 결정한 뒤 3개월 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서(IND)를 제출했다. IND 승인 후 약 2개월 반 만에 첫 임상 대상자 등록도 마쳤다. 일반적인 신약 임상 진행 절차를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목표 임상 종료 시점은 오는 2026년 상반기로, 향후 3년 내 국내에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임 부회장이) 직접 신약을 만드는 실무진은 아니니 큰 영향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더십 교체 과정에서 사업의 방향성이 수정되며 프로젝트 자체가 조금씩 지연되는 악영향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신약 개발 비용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 기간은 보통 10~13년, 총 개발 비용은 1~2조원 정도다. 일반적으로 임상이 진행될수록 투입되는 금액이 커지는데, 실패할 경우 한 푼도 건지지 못한다. 임상 3상에서 엎어질 경우 글로벌 빅파마도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대다수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권리를 이전하는 '라이선스 아웃'을 선택하는 이유다.

한미약품은 매년 매출 대비 15~20% 수준인 1500억원 안팎을 R&D에 투자하는데, 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생각하면 빠듯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본래 '현금 부자' OCI그룹과의 통합으로 자금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통합에 반대하는 형제가 경영권을 쥐며 무산됐다. 이와 관련 형제 측은 5년 내에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구체적 자금 조달 방안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한미약품은 흔들림 없이 에이치오피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송영숙 회장은 주총 이후 입장문을 내 "조금 느리게 돌아갈 뿐,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그대로 갈 것"이라며 "임직원 여러분은 지금처럼 맡은바 본분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1일 한미약품 측은 식품의약국(FDA)에 차세대 비만 치료 삼중작용제 HM15275의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며 지속적인 사업 추진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은 "오랜 기간 동안 대사성 질환 분야에서 쌓아온 R&D 역량을 토대로 전 세계적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비만 영역에서 새로운 혁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고 있다"며 "한미의 R&D 혁신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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