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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신체장애배상 기준' 70년 만에 입장 변화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 첫 인정
"노동력상실률 산정은 사실심 법원 전권 해당"
맥브라이드·국가배상법 시행령과 병용 가능
최종 손해배상액 산정 차이…파장 예상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대법원이 대한의학회 장애평기가준(KAMS 기준)을 노동능력상실 기준으로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대한의학회가 2010년 9월 기준을 제시한 이후 13년 만이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미국 맥브라이드 산정표 대신 대한의학회 장애평기가준을 적용한 판결이 일부 나왔으나 대법원이 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맥브라이드 산정표는 1936년 초판 발행돼 1963년 개정판을 끝으로 절판됐다. 국내에는 1950년대에 처음 도입됐다.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은 맥브라이드 산정표는 물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보완적으로 사용되던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와 최종 산정 배상금액에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유사 사건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최기철 기자]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최기철 기자]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51세 의료사고 피해자 A씨가 성형외과 원장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44세 되던 2016년 7월 B씨가 운영하는 성형외과에서 쌍꺼풀 수술·뒤트임·융비술·입술 축소술 등 성형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직후부터 코 통증과 호흡곤란이 계속되자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았다. 그 결과 오른쪽 콧속에서 거즈가 발견되고 비중격 오른쪽 부위에 상당량의 종창이 확인됐다.

A씨는 그로부터 석달간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후각을 잃게 됐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8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B씨더러 4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콧속 거즈를 발견한 병원에서 상급병원 진료를 권유했지만 A씨가 따르지 않은 과실을 인정해 B씨 과실을 6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국가배상법 시행령상 '신체장해의 등급과 노동력상실률'을 적용해 A씨의 노동력 상실률을 15%로 산정했다. A씨는 청구금액을 확장해 항소했다. B씨도 과실이 없다며 1심에 불복했다.

2심은 "피고는 원고에게 25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이 인정한 배상금액의 절반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했지만 노동력 상실률을 3%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국가배상법이 적용되는 손해배상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노동력 상실률 산정 기준으로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채택했다. 재판부는 2020년 10월 판결을 내리면서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 초판 오류를 바로잡은 개정판이 발단된 지도 3년 이상 지났고, 이후 개정판 내용에 명백한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아직 우리 법원은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원칙적인 평가기준으로 사용하면서 간혹 맥브라이드 평가표에 없는 장애항목의 경우에만 대한의학해 장애평가기준을 적용하는 등 소극적 활용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과학적이고 현대적이며 우리나라 여건에 잘 맞는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이 마련된 지금 낡은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 아무런 필요도 합리적인 이유도 찾을 수 없다"며 "이제부터라도 이를 통일적인 기준으로 삼아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함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A씨와 B씨 모두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을 긍정했다. 재판부는 "노동능력상실률을 적용하는 방법에 따라 일실이익을 산정할 경우, 노동능력상실률은 단순한 의학적 신체기능장애율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교육 정도·종전 직업의 성질과 직업경력·기능 숙련 정도·신체기능장애 정도 및 유사직종이나 타 직종의 전업가능성과 그 확률 기타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모두 참작해 경험칙에 따라 정한 수익상실률로서 합리적이고 객관성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하기 위한 보조자료의 하나인 의학적 신체기능장애율 및 그에 대한 감정인의 감정결과 등은 사실인정에 관해 특별한 지식과 경험, 통계치 등을 요하는 경우에 법관이 이용하는 참고자료에 불과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피해자의 모든 조건과 경험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동일한 사실에 관하여 일치하지 않는 수 개의 자료가 있을 때 법관이 그 하나에 의거해 사실을 인정하거나 이를 종합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경험칙 또는 논리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전권에 속하는 것이지만 법관에게 이에 관한 자유재량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면서 "법원은 형평의 원칙에 반하거나 현저히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앞서 열거한 모든 구체적 사정을 충실하고 신중하게 심리하여 그 평가가 객관성을 갖추도록 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피고의 의료행위상 과실로 인한 원고의 무후각증에 따른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함에 있어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맥브라이드 평가표와 미국의사학회 기준(American Medical Association ; AMA),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Korean Academy of Medical Science Guides for Impairment Evaluation ; KAMS Guides),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 등을 모두 검토한 후, 이 사건의 경우에는 맥브라이드 평가표의 장애율 산정에 관한 불균형과 누락을 시정하고 현실적인 우리나라 직업분포에 맞는 노동능력상실지수를 설정한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이 다른 평가기준보다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원고의 무후각증에 대한 노동능력상실률을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에 따라 산정한 3%로 인정한 원심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한의학회 장애평기가준 외에 기존에 사용해 온 판단기준들도 사용 가능하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라며 "산정기준에 따라 배상금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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