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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열 EBS 사장 "저출생 극복, 고품격 다큐로 해법 제시하겠다" [원성윤의 人어바웃]


[편집자주] 올해 한국 사회를 강타한 두 가지 '숫자'가 있다. 첫 번째는 2022년 합계 출산율 0.78명. '저출생·고령화'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지만, 결국 지난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서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은 소멸의 위기로 이어진다. 두 번째는 2022년 사교육비 26조원 경신. 학령 인구는 감소하는데,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의대 집중' 현상은 날로 심해지고, 소득별·지역별 학습 격차는 더욱 커진다. 아이뉴스24는 올해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저출생·고령화 ▲지역소멸 ▲사교육비 급증 등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사회 각계 목소리를 듣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김유열 EBS 사장은 내부 출신 첫 사장이다. 김 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이했지만,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쉽게 웃기가 어렵다"고 첫 말을 뗐다. 치솟는 사교육비, 저출생의 문제 등 당면한 한국의 문제들에 대해 공영방송으로서 사명감을 다했는가에 대한 자기 반성이기도 했다.

김유열 EBS 사장은 내부 출신 첫 사장이다. 김 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이했지만,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쉽게 웃기가 어렵다"고 첫 말을 뗐다. 치솟는 사교육비, 저출생의 문제 등 당면한 한국의 문제들에 대해 공영방송으로서 사명감을 다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이기도 했다. [사진=EBS]
김유열 EBS 사장은 내부 출신 첫 사장이다. 김 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이했지만,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쉽게 웃기가 어렵다"고 첫 말을 뗐다. 치솟는 사교육비, 저출생의 문제 등 당면한 한국의 문제들에 대해 공영방송으로서 사명감을 다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이기도 했다. [사진=EBS]

EBS는 지난해 4월 '교육비전프로젝트국'을 신설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고품격 교육다큐멘터리를 사전 기획해 제작하겠다는 의지다. 김 사장은 "저출생 극복, 독서 진흥, 교육 혁신을 위한 고품격 다큐를 올해 각각 10편씩 30편 방송하고 2024년, 2025년에도 지속적으로 방송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경기도 일산 EBS 사옥에서 만난 김 사장과 2시간 30분에 걸쳐 인터뷰를 했다.

- 지난해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26조원을 기록했다. 사교육 시장을 EBS가 전체적으로 커버할 수는 없겠지만, EBS의 역할론이 더 커질 것이라고 보는데.

정부가 상반기 중에 사교육 종합 대책을 내기로 했다. EBS가 안을 제시했고, 그 중 일부가 채택돼 나올 것이다. 사교육 정책은 정부의 정책과 함께 가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 왜 그런가.

EBS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제가 EBS를 보고 대학을 간 첫 세대다. 전두환 정부 시절 과외를 전면 금지하고, 저소득층이 대학 갈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겠다며 정부가 이른바 '긴급교육조치'를 발표했다. 그것이 EBS TV의 시작이었다. 저는 EBS 'TV 가정학습'으로 영어를 공부했다. 43년 전 일이다. 저는 경기도 여주 시골에서 수원으로 올라갔는데, 도시 아이들은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다니고 있었다. 영어가 너무 부족했는데 이광요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3개월 만에 영어가 급성장했다. 그리고 1992년, EBS에 입사해 처음으로 맡은 조연출 프로그램이 'TV 가정학습'이었다. 실로 감회가 남달랐다. 이후 1997년 초중 채널이 생겨나면서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많이 났고, 2004년에 EBS 플러스 1, 2 인터넷 방송, 영어전문채널, 영어전문사이트까지 생기면서 (사교육비 경감에) 이바지를 많이 했다. 당시 사교육비가 17조원대였다. 이제 굵직한 정부의 대책이 나올 때가 됐다.

 전국 초등학교 1~3학년이 온라인으로 개학한 지난 2020년 4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 신영초등학교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초등 1~2학년은 EBS 방송 시청 위주로 원격수업을 받고 3학년은 상급 학년들처럼 컴퓨터.스마트 기기를 사용한 쌍방향형 원격수업을 들었다. [사진=뉴시스]
전국 초등학교 1~3학년이 온라인으로 개학한 지난 2020년 4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 신영초등학교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초등 1~2학년은 EBS 방송 시청 위주로 원격수업을 받고 3학년은 상급 학년들처럼 컴퓨터.스마트 기기를 사용한 쌍방향형 원격수업을 들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초등학교 1~3학년 온라인 개학이 시행된 대구 동구의 한 가정집에서 2학년 어린이가 수업 대체 EBS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초등학교 1~3학년 온라인 개학이 시행된 대구 동구의 한 가정집에서 2학년 어린이가 수업 대체 EBS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코로나를 3년 거치면서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더욱 극심해진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 격차는 2가지로 봐야 한다.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서 미디어로 교육을 받게 되면 현장에서 받는 것보다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학력이 평균적으로 저하된다. 두 번째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난다. 집에서 보살핌을 받으면서 원격 수업을 받는 아이들은 무방비로 미디어 앞에 있는 아이들보다 훨씬 앞서간다. 강남 3구와 목동 등 교육특구 지역에서 시험을 봤더니, 코로나 전보다 반 평균이 10점이 올라갔다. 굉장히 비극적인 상황이다. 주요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생긴 학생들과 지역에 방치된 학생들의 격차가 코로나 때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 계층 간 격차는 소위 SKY 대학(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고소득 계층 학생들이 모이게 되는 현상으로 귀결된다.

한국이 위험 사회로 가고 있다는 증거다. 존재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획일화되고 있다. 창의성의 핵심적인 기제가 다양성이다. 미국 사회는 인종과 계층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되고 있는데, 우리는 SKY 대학이 특정 계층으로 채워지고 있다.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환경결정론적인 부분이 있다. 고등교육 분야에서 획일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미래는 다양성 상실로 인해 창의성의 위기가 반드시 올 수밖에 없다. 이는 창의성 수업을 한다고 해서 키워지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20년 4월, 당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국교육방송공사(EBS) 현장기술상황실에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현장상황에 대한 내용을 듣고 있다. 가운데 김유열 EBS 사장(당시 부사장)이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당시 'EBS 온라인 클래스'는 폭증하는 트래픽으로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0년 4월, 당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국교육방송공사(EBS) 현장기술상황실에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현장상황에 대한 내용을 듣고 있다. 가운데 김유열 EBS 사장(당시 부사장)이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당시 'EBS 온라인 클래스'는 폭증하는 트래픽으로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 창의성이 교육 정책이 아닌 사회 정책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들린다.

미국에서 하는 장애인 통합 수업을 예로 들어 보자. 여기엔 왕따가 없다. 일진도 없다. 학교 시스템이 정상적인 아이들이 장애 아이들을 돌보게 한다. 장애인 부모, 비장애인 부모가 자원봉사자로 참여함으로써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갖게 만든다.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되는 점은 바로 이런 지점이다. 몇 해 전 '삼성 언론상'을 받은 다큐 '대학 입시의 진실'에서 지적한 것 역시 이런 다양성의 문제였다. 학교가 다양성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그 사회는 창의적으로 나갈 수가 없다.

-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있다.

쉬워 보이지 않는다. 고교학점제에서 또다시 지역이 문제가 될 거다. 해당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과목을 옆 학교에 가서 듣게 하겠다는 것인데 도시는 옆 학교가 가깝지만, 지역은 한참 가야 한다. 사실상 못 듣는 거다. 이 부분은 온라인 시스템으로 보완해야 한다. EBS가 방송·인터넷·원격교육·인공지능까지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엄청난 파워를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한다. 서민들은 환호할 거다.

김유열 EBS 사장은 내부 출신 첫 사장이다. 김 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이했지만,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쉽게 웃기가 어렵다"고 첫 말을 뗐다. 치솟는 사교육비, 저출생의 문제 등 당면한 한국의 문제들에 대해 공영방송으로서 사명감을 다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이기도 했다. [사진=EBS]
김유열 EBS 사장은 내부 출신 첫 사장이다. 김 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이했지만,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쉽게 웃기가 어렵다"고 첫 말을 뗐다. 치솟는 사교육비, 저출생의 문제 등 당면한 한국의 문제들에 대해 공영방송으로서 사명감을 다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이기도 했다. [사진=EBS]

- 대통령실이 TV수신료 분리징수안을 꺼내 들었다. 수신료 인상과 배분율 조정이 필요한 EBS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은 아닐 거 같다.

수신료의 가치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회의하고 있다.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꽤 오래된 이야기다.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해 내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인 것 같다. 수신료 가치의 주인은 시청자다. 얼마나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EBS도 부족한 게 많다. 4월 3일 대개편에서 '공영성 강화' 방안을 제시하겠다. 근본적으로 국민과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들어겠다는 방침이다. 수신료 가치를 우리 스스로 입증해내지 않으면 누가 대신해주지 않을 것이다. 수신료를 주면 잘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다. 수신료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 TV수신료 2500원 가운데 3%인 70원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신료에서 KBS는 90% 이상인 6900억원, EBS는 3%인 200억 정도를 가져간다. 수신료만으로 공적 서비스를 제대로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EBS 재원을 도서 판매에서 마련한다. 책 판매로 800~900억원대 매출을 올려 이 돈으로 공적 서비스하고 있다. 만약 수신료 분리징수를 하게 되면 EBS 경영에는 심각한 위기가 올 것이다. 수신료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은 걸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해법이 나올 것이다. 징수 논쟁으로 시작된 논쟁이 수신료 본질 논쟁으로 가서 국민들이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공영방송 종사자들에게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EBS 사옥. [사진=EBS]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EBS 사옥. [사진=EBS]

- 경영상태는 어떤가.

사실대로 고백하겠다. 지난해 256억원의 대규모 적자가 났다. 공청회도 열렸다. 책 순익이 200억원이 줄었던 것이 컸다. 그래서 현재 비상 경영 중이다. 올해는 방송광고도 줄어든다. 책도 지난해보다 안 팔리고 있다. 다방면에서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이고 있다. EBS가 언제까지 스스로 벌어서 공영방송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어떤 방송보다 공영적 주문이 들어오고 있는데 재원은 상업적 재원으로 버티고 있다. 위기에서 탈출할 방법은 새롭게 시작하는 디지털 대전환, 비지상파적인 요소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 비지상파적인 요소는 무엇을 말하는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EBS 랑 사이트(어학)도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고, '그레이트 마인즈'도 시작했다. 일반 지상파 방송사가 하는 건 아니다. EBS는 교육 콘텐츠를 다루다 보니 그런 면에서 기회가 있는 것 같다.

'그레이트 마인즈 닷컴'은 2022년 3월 정식 론칭했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으로 동영상 재생과 추천 엔진 등 넷플릭스 수준의 운영 체제를 구축했다. 현재 월 구독료는 4.99달러다. [사진=그레이트 마인즈닷컴]
'그레이트 마인즈 닷컴'은 2022년 3월 정식 론칭했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으로 동영상 재생과 추천 엔진 등 넷플릭스 수준의 운영 체제를 구축했다. 현재 월 구독료는 4.99달러다. [사진=그레이트 마인즈닷컴]

'그레이트 마인즈 닷컴'은 2022년 3월 정식 론칭했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으로 동영상 재생과 추천 엔진 등 넷플릭스 수준의 운영 체제를 구축했다. 자막은 강사 원어 오디오에 6개 국어를 지원하고, 워크북, 교재 제공 등 구독 혜택이 있다. 현재 강사 50명의 영상이 탑재되어 있다. 조지프 나이, 유발 하라리, 리처드 도킨스 등 세계 석학이 즐비하다. 2022년 기준 60명, 2023년 상반기에는 100명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현재 월 구독료는 4.99달러다.

- 2007년 편성기획부장 시절, '교육방송'이 '지식채널'로 정체성이 넘어가는 시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제 '지식 채널'이 '교육지식 플랫폼'으로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 모바일과 출판, 원격 교육 시스템 등을 전체적으로 묶어내는 허브 역할이 잘 된다면 방송사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방향은 맞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어려워도 미래에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커다란 지식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한다. 또한 평생학교 교육 기관으로서 다시 거듭나겠다고 다짐해 본다. 교육비전 프로젝트국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저출생과 독서, 지역소멸 등 한국 사회가 가진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해법을 제시하겠다.

3월 8일 전남 신안군청에서 EBS 김유열 사장과 신안군 박우량 군수가 지역 경제활성화 및 상호 발전을 위한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좌측부터 박우량 신안군수, 김유열 EBS 사장 [사진=EBS]
3월 8일 전남 신안군청에서 EBS 김유열 사장과 신안군 박우량 군수가 지역 경제활성화 및 상호 발전을 위한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좌측부터 박우량 신안군수, 김유열 EBS 사장 [사진=EBS]

- 지역 소멸 문제에 대한 EBS만의 해법이 있나.

EBS가 발을 내딛지 않은 세계가 바로 '지역'이다. 지역 상생팀을 만들어 최근 전남 신안군과 협약도 체결했다. '지역상생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통해 지역의 관광‧문화‧역사 자원을 홍보하고, 지역의 교육격차 해소 및 복지정책 강화를 위한 다양한 평생학습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EBS IP(지적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 rights)를 적극 활용한 복합문화공간 조성 등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갖고 있다.

EBS의 대표 캐릭터 '펭수'의 사인회가 지난 9일 부산 팝업스토어(신세계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성황리에 끝났다. [사진=EBS]
EBS의 대표 캐릭터 '펭수'의 사인회가 지난 9일 부산 팝업스토어(신세계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성황리에 끝났다. [사진=EBS]

- 펭수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됐다. 어떤 이유가 있다고 보나.

지금 시대를 정의를 한다면 페르소나의 시대다. 가면을 써야 더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펭수가 가진 근본적인 것은 기존 질서나 권위를 무너뜨리는 속에서 통쾌함 같은 것을 20~30대가 얻은 것 같다. 펭수의 자체가 그런 탤런트를 갖고 있다. 사실 유아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시작했는데 20~30대가 주력층이 됐다. 가면을 씀으로써 진솔하게 대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페르소나 시대의 정곡을 찌른 기획인 거 같다.

- PD로서 기획자로서 30년간의 소회를 밝히자면.

평PD에서 시작해서 CEO까지 왔으니 엄청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딜리트'(자신의 저서)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자기 파괴, 혁신이라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걸 실감한다. 때로는 자기를 부정하고 기존 체제를 파괴하고 살았다. 사실 그렇게 강한 사람도 아닌데, 전쟁같은 삶을 살았다. 괴로워하면 동료들이 위로해주고 그러면 또 다음날 일하고 그랬다. 디스토피아 미래가 보이는데, 나로서 하지 말자고 할 수도 없었다. 과거에 안 하던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했고, 과정 속에서 수많은 갈등도 존재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감사한 것은 인사권자들이 저에게 2~3년의 시간은 줬다는 것이다. 1년으로 끝났다면 성과를 못 보고 끝냈을 것이다. 사장을 한 지 1년이 됐는데 다시 어마어마한 위기를 맞았다. 과거 있었던 것들이 데자뷔로 떠오른다. 멈춰야 하나, 나가야 하나. 내가 멈추면 이 문제가 해소될 것인가. 그냥 이 문제가 덮고 넘어가면 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맴돈다. 머리 속이 복잡한 시기다. 일정 정도는 구성원들에게 야심차게 했던 것에 대해서 실패하면 실패한다고 인정했다. 그랬더니 마음이 편하더라.

김유열 EBS 사장은 내부 출신 첫 사장이다. 김 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이했지만,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쉽게 웃기가 어렵다"고 첫 말을 뗐다. 치솟는 사교육비, 저출생의 문제 등 당면한 한국의 문제들에 대해 공영방송으로서 사명감을 다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이기도 했다. [사진=EBS]
김유열 EBS 사장은 내부 출신 첫 사장이다. 김 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이했지만,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쉽게 웃기가 어렵다"고 첫 말을 뗐다. 치솟는 사교육비, 저출생의 문제 등 당면한 한국의 문제들에 대해 공영방송으로서 사명감을 다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이기도 했다. [사진=EBS]

- 여태 실패한 게 없는 줄 알았다.

제가 너무 홍보만 하고 살았나 보다(웃음). 편성부장을 9년 가까이 했다. 18번의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면 프로그램을 10개씩만 바꿨어도 180개도 더 바꿨다. 수백개를 바꿨는데 뜬 건 몇 개 안 된다. 성공은 만만치가 않다. 실패는 누구에게나 두렵다. 다만, 실패한 걸 또 실패하지는 말자는 생각은 있다. 실패할 가능성은 성공할 가능성보다 훨씬 크다. 그래도 두려워하면 도전할 수가 없다.

대담·정리=원성윤 아이뉴스24 통합디지털미디어센터장

/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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