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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전막후]③반복된 위기의 실체도 오너십


オヤブンって誰ですか?

|잡은 듯 만 듯 교포주주의 그립…위기 땐 달랐다

|2010년 초유의 신한 사태에 빅3 나고야 초치

|교포주주 요구 거부한 라 회장…결국 모두 퇴출

신한은행 현판 [사진=신한금융]
신한은행 현판 [사진=신한금융]

[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신한금융의 오너십은 유별나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출발점은 여느 주주들처럼 상장사에 투자해 이익을 얻겠다는 개념이 아니다. 바다 건너 일본에 터를 잡고 살지만, 내가 태어난 고향과 연(緣)을 끊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교포 주주들의 지분율은 30% 안팎이었다. 지금은 20% 안팎으로 전해진다.

교포 1세들이 돌아가시고 지분은 후손들에게 상속됐지만, 세월에 뿌리 의식도 조금은 흐릿해졌다. 창업주들의 사업과 경제 사정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니어서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조금씩 현금화도 이뤄졌던 것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지금도 신한금융 사외이사진에 교포 지분 30% 룰은 지켜지고 있다.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불문율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들 교포 주주는 이사회에서 경영 정책과 관련해 의사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관계자는 "교포 대표로 이사회에 참석하는 이사들은 안건을 충분히 듣고 경영진의 판단을 믿어주는 편"이라며 "오히려 자신을 주주 대표로 불러준 것에 감사하며 이사회 때마다 한·일을 오가는 불편을 기꺼이 감내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라응찬 회장이 2002년 8월1일 굿모닝신한증권 출범식에서 그룹 깃발을 흔들고 있다. 비둘기와 새싹을 21세기 미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종합금융 브랜드로의 도약을 형상화한 새 CI가 잘 보인다. 그룹이 빠르게 대형화한 이 시기부터 교포 주주들과의 균열이 시작됐다고 해석하는 관계자들이 있다. [사진=신한금융]
라응찬 회장이 2002년 8월1일 굿모닝신한증권 출범식에서 그룹 깃발을 흔들고 있다. 비둘기와 새싹을 21세기 미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종합금융 브랜드로의 도약을 형상화한 새 CI가 잘 보인다. 그룹이 빠르게 대형화한 이 시기부터 교포 주주들과의 균열이 시작됐다고 해석하는 관계자들이 있다. [사진=신한금융]

그렇다고 해서 교포 주주들이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는 건 아니다. 필요할 땐 매우 단호하게 입장을 표명한 사례도 있다. 교포 주주들이 그동안과 달리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의중을 드러낸 사건이 2010년 9월에 터진 신한금융 사태다. 이 사건은 9월 2일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행장이 당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교포 주주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상황을 파악하고 의견을 모아 행보를 정하는데 3~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결론은 간명했다. '경영진 빅3(라응찬, 신상훈, 이백순)는 일본으로 들어와 주주들에게 보고하라.' 공식 명칭은 설명회였으나, 내용은 핵심 경영진의 초치다. 초유의 상황이다.

교포 주주들은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해 당시 한국 기자들의 일본 나고야 현지 취재도 허용했다.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창업 주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간결하고도 강한 메시지다.

양측의 설명을 듣고 교포 주주들은 총의를 모았다. 사실은 사태가 터진 후 창업 주주들은 교포 사외이사(당시 4명)들을 통해 이미 관련 내용 대부분을 파악했다. 문제를 어떻게 수습할지도 어느 정도 정리한 상태였다. 정행남 당시 교포 사외이사가 급하게 입국해 라응찬 회장을 한 시간가량 면담(9월 7일)한 후 기자들과 만나 "신상훈 사장의 해임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엔 라 회장이 동의한 것인지, 교포 주주들의 입장이 그렇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정황상 라 회장은 거부했고, 정 이사는 교포 주주들의 생각을 대외로 알릴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했다. 교포 주주를 대리하는 보드 멤버가 기자들을 상대로 발언한 사례는 그동안 없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창업 주주들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혀, 라 회장을 압박한 것이다.

그런데도 라 회장과 이 행장은 멈추지 않자, 경영진 빅3(라응찬, 신상훈, 이백순)를 나고야로 소환한 것이다. 교포 주주들로선 혼란에 빠진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조치를 꺼낸 셈이다. 나고야 현장 설명회에 참석한 원로 주주들과 교포 사외이사들은 신 사장의 해임을 재차 강한 어조로 반대했다.

◇클릭! 2010년 9월 10일 신한 사태 나고야 설명회를 보도한 KBS 뉴스 참고. 라응찬 회장을 수행하는 진옥동 현 회장의 모습이 보인다.

말없이 국내로 복귀한 라 회장 일행은 임시 이사회를 열어 신 사장의 해임(9월 14일)을 시도했다. 라응찬 회장의 교포 주주 결별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격노한 교포 주주 대표 4명이 이백순 행장의 해임 청구 소송을 법원에 내면서 라응찬 회장도 그해 10월 30일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52년 금융 인상을 마감했다. 이후 신상훈 사장(12월 6일), 이백순 행장(12월 29일)이 차례로 옷을 벗었다.

6년 6개월이 지난 2017년 3월 19일. 신 사장에 대한 횡령·배임 사건 최종 결과가 나왔다. 대법원은 라 회장과 이 행장이 고소한 내용의 대부분을 2심 판결대로 무혐의 확정했다. 신 사장은 라 회장의 지시에 따른 일부 횡령죄만 인정돼 2천만원 벌금형만 받았다. 2010년 당시 교포 주주들은 사태의 내막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신한금융 사태는 금융계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는 교포 1세대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던 시기여서 상속세 등의 문제로 지분율이 17% 수준까지 낮아졌던 시절이기도 하다. 그만큼 교포 주주들도 흐릿해지는 고향의 기억으로 불안이 커지던 시절이다. 한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3세로 지분이 넘어가기 시작했다"며 "이들은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신한금융을 좀 더 내밀하게 이해하는 관계자들은 경영권 또는 경영 정책과 관련된 이견과 분열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말한다. 이들이 해석하는 공통점은 결국 교포 주주들과의 심리적·정서적 거리다.

[막전막후 글 싣는 순서]

①새 대한민국은행 '新韓'의 재림

②다시 확인하는 오너십

③반복된 위기의 실체도 오너십

④최영휘 경질과 한동우 등판

⑤기회인가? 위기인가?(끝)

/김병수 기자(bs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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