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배상해라" 역대 사례 살펴보니 [이태원 참사]


[아이뉴스24 홍수현 기자]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의 국가배상 소송을 돕기 위해 대규모 법률지원단을 꾸리는 등 이태원 참사에 대한 법적 책임 공방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과거 국가 배상 사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의 경우 주요 쟁점은 공무원의 직무 범위와 과실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이 이미 부실 대응을 인정하고 112신고 녹취록도 공개한 만큼 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희생자 추모공간에 시민과 외국인들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희생자 추모공간에 시민과 외국인들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1.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살인사건 (2017)

어금니 아빠 사건은 이영학이 2017년 9월 30일 중학생 A양을 집으로 불러들인 뒤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하고 수차례 추행하다 이튿날 낮 12시 30분쯤 목을 졸라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유족들은 경찰이 실종신고에 제대로 대응했더라면 A양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관할 경찰서의 여성청소년수사팀 소속 경찰관들이 '코드1(최우선 출동 필요)' 신고 출동 무전을 받고도 출동하겠다고 허위보고한 뒤 출동을 하지 않은 채 사무실에 있었다"며 "실종신고보다 후순위 업무를 하다가 다음 날 지구대에 가서 약 2분간 수색상황만 물어보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행위는 '112종합상황실 운영 및 신고처리 규칙' 등 관련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유가족에게 약 1억8천924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 오원춘 살인사건 (2012)

오원춘은 2012년 4월 경기도 수원시 자택으로 귀가하던 A씨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았다.

납치된 여성은 경찰에 112 신고를 했으나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구조에 실패했다. 경찰은 A씨와 1분20초간 신고 통화를 했다고 밝혔지만, 추가로 6분16초간 전화가 끊기지 않으며 총 7분36초간 통화가 연결됐던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유가족은 4년의 법정공방 끝에 경찰의 위법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받고 지난 2017년 약 1억원의 배상금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경찰이 신고 내용의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피해자를 생존 상태로 구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 직무위반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3. 조현병 아들 흉기 난동 사건 (2019)

2019년 9월 경기 포천에서 피해자 A씨는 경찰과 함께 있던 구급차 안에서 조현병을 앓는 아들에게 흉기로 찔렸다.

A씨는 아들이 평소에도 수년간 가정폭력을 휘둘러온 탓에 사건 발생 사흘 전에도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무시됐다.

경찰은 아들을 정신병원으로 입원시키는 이날에도 A씨에게 별도의 안전 조치 없이 구급차 동승을 종용했다. A씨는 끝내 그곳에서 아들에게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지난 7월 국가배상소송에서 760만원을 받았다.


4. 일본 아카시시 불꽃놀이 참사 (2001)

아카시 압사 사고는 지난 2001년 7월21일 오후 8시30분쯤, 일본 효고(兵庫)현 아카시 시(市) 해안가의 불꽃놀이 행사장과 인근 아사기리(朝霧)역을 잇는 보도교(인도교)에서 일어났다.

당시 길이 100m, 폭 6m의 위와 옆이 막힌 보도교에 6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어린이 9명을 포함해 총 11명이 압사로 숨지고 247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0년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규제를 하지 않으면 사고가 일어날 것을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사고를 미연에 막아야 할 주의 의무가 있었다"면서 "기동대 등에 요청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데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가볍게 믿고 방치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한다"고 9명의 희생자 유족에게 약 5억6800만엔(약 54억7천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홍수현 기자(soo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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