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공백] 3주 넘어가는 '방학 국회'…청문회·입법 논의는 '방치 중'


'민생 자습' 표방해도 국정은 '장애'…尹, 장관 인청보고서 재송부 미뤄

안전운임제·간호법 등 주요 입법 논의 지연…'서해 공무원' 진상규명도 걸림돌

각 계 한목소리로 "원구성 협상 빨리해야"…여야 20·21일도 합의 결렬

원구성 협상 난항으로 국회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난 9일 국회를 참관한 학생들이 텅 빈 본회의장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국회는 지난 7일부터 일반인 본회의장 참관을 재개했다. [사진=김성진 기자]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21대 국회 후반기 공식일정이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원(院)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으로 여의도는 때아닌 '방학 국회'를 3주 넘게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이후 각각 '민생우선실천단', '민생안정특별위원회' 등을 기획하며 '민생 자습'에 들어갔지만, 국회의 휴업과 함께 청문회·민생 입법 논의와 관련된 일정이 정지되면서 국가 운영에 장애가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은 국회 공백 장기화로 국정이 지연되는 것과 함께 주요 입법 논의 연기로 인한 사회적 갈등 비용의 증가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당장 박순애 교육부장관·김승희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부터 늦어지고 있다. 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하지만 원구성 협상이 길어지며 두 후보자 모두 시한을 넘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에 대해 "나토(NATO) 가기 전(29일 전)에 하고 시간을 좀 넉넉히 해서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재송부 요청이 가능하지만 국회 상황을 감안해 요구를 미뤘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임명이 지연되면 10월 국정감사 자료요구 등 모든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정부 기능뿐만 아니라 국회의 원활한 업무를 위해서라도 원구성이 빨리 진척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관 인사청문회 외에도 업계·민생과 관련된 여러 입법·정책 논의 역시 미뤄지는 상황이다. 우선 지난 14일 파업을 철회한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문제가 꼽힌다.

화물연대는 지난 7일부터 8일간 화물차주와 운수사업자의 최소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의 일몰제(3년 한시 운영) 폐지를 골자로 총파업에 들어간 바 있다. 화물연대는 14일 국토부와 만나 안전운임제 지속에 합의했으나, 이를 위해서는 국토부장관이 우선 국회에 안전운임제 평가와 관련된 보고를 실시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안전운임제는 올해 말로 폐지가 예정돼 있어 원구성 난항으로 장관의 보고가 늦어질 경우 안전운임제 연장도 그만큼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철 공공운수노조 기획실장은 통화에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놓고 각 당의 입장이 갈리는 등 앞으로의 과정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며 "조속한 입법을 위해 원구성 협상이 빨리 마무리되고 빨리 관련 상임위(국토위)가 열려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가 지난달 2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정민 기자]

간호사의 업무범위, 처우를 규정하는 간호법 입법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간호법은 지난 5월 17일 소관인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를 통과해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간호법은 지난 2015년 제정된 전공의 특별법을 제외하고 특정 의료직군을 대상으로 제정되는 첫 입법 사례다. 대한간호협회(간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간호조무사협회(간조협)는 간호법 통과를 둘러싸고 대규모 집회나 파업 예고를 통한 신경전을 이어왔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복지위 자체조사 결과 찬성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간호법은 국민적 요구가 높은 법"이라며 "간호인뿐 아니라 국민 보건을 위해 필요한 법인 만큼 원구성 협상을 끝내고 남은 절차가 빨리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월북 판단 진상규명에도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월북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지목된 국회 국방위 비공개 회의록을 공개하려면 국회법에 따라 국방위원장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반기 국방위원회 국회의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서해 피살 공무원의 월북 사실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황희, 홍영표, 김민기, 설훈, 김병주 의원.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전반기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원한다면, 국회법에 따라 회의록 열람 및 공개에 협조하겠다"고 밝혔으며, 국민의힘 피격사건 진상조사 TF를 맡은 하태경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에서 그나마 생산적인 제안을 해주셨다"고 밝히며 국방위 비공개 회의록 공개에 일부 협조할 뜻을 밝혔다.

이렇듯 원구성 난항으로 주요 현안이 지연되면서 국회 내에서도 원구성 협상의 마무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민주당 초선 모임인 더민초와 이원욱 의원 등 야당 내에서 나오는 반응이라 주목된다.

더민초 의원들은 지난 20일 2차 토론회를 통해 원구성을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으며 이 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권성동, 박홍근 양당 원내대표를 모두 비판하며 조속한 원구성 협상을 촉구한 바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청문회도 문제지만 입법 문제가 미뤄지면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 비용도 더 늘어나는 것 아니겠느냐"며 "국회 휴업이 길어지면 의원·보좌진들도 심적으론 불편하다. (원구성) 협상이 빨리 타결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0일에 이어 21일에도 원구성 협상을 이어갔으나 합의는 다시 결렬됐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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