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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 "차기작, 고령화·세대 갈등 다룰 것"


[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글로벌 화제작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SBS의 사회공헌 글로벌 지식나눔플랫폼 'SBS D 포럼'(SDF)의 연사로 나섰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와 깊은 주제 의식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황동혁 감독이 포럼 연사로는 처음으로 ‘SBS D포럼’을 선택했다. 황 감독은 평소 '언론 인터뷰가 아닌 작품으로 말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어 국내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서는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황 감독은 이날 '시대의 자화상, 우리가 이야기 해야 할 것들'이라는 주제로 작품에 투영한 오늘날 우리 사회 모습은 얘기하고, 앞으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무엇인지, '오징어게임'의 흥행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전했다. 김소원 SBS 아나운서와의 화상 질의 응답 형태로 30분 간 이어졌다.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이 18일 SBS의 사회공헌 글로벌 지식나눔플랫폼 'SBS D 포럼'(SDF)의 연사로 나섰다. [사진=SBS]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이 18일 SBS의 사회공헌 글로벌 지식나눔플랫폼 'SBS D 포럼'(SDF)의 연사로 나섰다. [사진=SBS]

◆소외된 목소리에 주목한 '오징어 게임'과 'SDF2021'

올해 SBS D포럼은 '5천만의 소리, 지휘자를 찾습니다'라는 주제로 특별히 관심 갖지 않으면 소외되기 쉬운 목소리에 주목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등장 인물들을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목소리의 대표들로 설정했다. 황 감독은 "경제적으로 빈곤에 몰린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게임에 참가한다는 컨셉인 오징어 게임에 사회적 약자들, 경제적으로 바닥에 있는 계급·계층들이 등장하는 것은 소재 특성상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탈북자·이주 노동자·고령층, 주인공 성기훈 같은 실업자 같은 인물이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이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는 대표적 마이너리티들, 빈곤층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선진국일수록 이주 노동자가 사회에서 큰 집단을 이루고, 전 세계가 정치·경제적 문제로 들어온 많은 난민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라며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도록 소외된 사람들을 대표격으로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 속 문제의식 "경쟁에서 낙오되면 회복 불능…자본주의 한계를 드러내는 듯"

‘오징어 게임에 어떤 문제의식을 담으려고 했느냐”라는 질문에 황 감독은 "’자본주의가 지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어느 정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 감독은 "지금 누구나 엄청나게 경쟁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고, 그 경쟁에서 낙오되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입고 사회 밑바닥으로 점점 내몰리게 되는 것들을 목격할 수 있다"라며 "오징어 게임 속 성기훈의 입을 통해 '과연 누가 이런 경쟁 체제를 만들었는지, 누가 우리의 삶을 하루하루 절벽 끝에 서 있게 하는지' 질문을 던졌다"라고 덧붙였다. 또 "누가 그런 시스템으로, (우리를) 게임 안의 말처럼 만들고 있는가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보고 질문을 던지고 싶은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인 성기훈은 게임에서 우승해 456억 원의 상금을 챙긴 뒤 가족을 만나러 가는 비행기에 오르지 않고 돌아섰다. 그러면서 전화에 대고 "나는 말이 아니야. 그래서 궁금해. 당신들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황 감독은 "이 질문을 지금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21세기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SDF2021의 또하나의 화두 '리더'…황 감독이 꼽은 리더의 자질은 '공명정대'

올해 SBS D포럼의 또 하나의 화두는 ‘리더’다. 거대한 전환기 미래를 이끌어갈 리더의 자질은 무엇일까. 황 감독은 ‘공명정대함’과 ‘사람을 적재적소에 뽑아 쓸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황 감독은 "작품을 만들 때 배우, 스텝, 엑스트라까지 하면 4,500명 정도의 사람들을 지휘해야 하기 때문에 리더십이 중요한 덕목"이라며 "리더가 되려면 우선 공명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사사로운 것에 치우치지 않고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것. 황 감독은 "배우를 선발할 때 청탁, 부탁 등이 많이 들어오는데 사사로운 정이나 이해관계에 치우쳐서 사람을 뽑지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품에 어울리는 사람, 항상 좋은 배우 더 가능성 있는 배우를 발굴하고 가장 실력 있는 스텝과 일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이 두 번째로 꼽은 리더의 자질은 바로 '사람을 적재적소에 뽑아 쓰는 능력'이다. 황 감독은 "작은 집단에서의 일조차 리더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다"라며 "인재를 발굴하는 눈, 그리고 그들에게 일을 맡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지금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리더의 덕목"이라고 밝혔다.

◆SDF 청중이 묻다①…"황 감독님이 실제 영화 속 게임에 참가했다면 몇 위?"

SDF2021은 포럼 사전 신청자들로부터 질문을 모아 황 감독에 직접 물었다. SDF 청중 이병권 님은 황 감독에 "감독님은 스스로 오징어 게임 출연자 가운데 어떤 인물에 가깝다고 생각하는지, 캐릭터로 게임에 참여한다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두 주인공 성기훈과 조상우에 제 모습이 반반씩 녹아 있는 것 같지만 게임에 들어간다면 상우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라고 답했다. 성기훈은 능력은 없지만 인간성을 지키려는 대표적 인물이고, 조상우는 능력은 있지만 경쟁 사회에 내몰리면서 점점 인간성이 상실되어 가는 사람을 묘사했다. 황 감독은 "만약 현실에서 이런 게임이 벌어진다면 제가 아무리 착한 선의를 끄집어 내려고 해도 기훈 정도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은 없다"라며 "아마 가장 상우에 가까운 사람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황 감독은 상우에 대해 "나쁜 사람이 아니라 현실적인 사람으로, 어떻게 보면 가장 인간적인 현재 우리의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게임에 참가했다면 몇 위를 했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 "생존 능력이 있는 편이라 5,6번째 게임 정도 까지, 징검다리 쯤에서 탈락했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SDF 청중이 묻다②…"잔인하게 그려진 어린 시절 놀이, '오징어 게임' 폭력성에 대한 의견은?"

SDF 청중 박정래님은 "어린 시절 즐겼던 추억의 게임을 전 세계가 생존 게임으로 기억하게 된 것 같다 일견 가슴이 아픈데, 폭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황 감독은 "작품 안에 나오는 폭력들이 리얼해 보이지만, 굉장히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폭력들이다. 지금 이 사회와 그 안의 경쟁으로 막다른 길에 다다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처지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과 죽음은 경쟁에서의 낙오를 은유한 것"이라며 "리얼할 폭력이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 되게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작품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오징어 게임의 폭력성이 문제가 되는 이유로 다양한 경로로 관람 불가 연령인 10대들이 이 작품을 접하게 되는 점을 꼽았다. 이에 대해 "오징어 게임은 10대의 어린 학생들을 위해 만든 작품이 아니라며 그럼에도 이 작품을 본 10대 학생이 있다면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 좋겠다"고 전했다. 실제 황 감독은 서양에 살고 있는 자신의 한 친구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사례를 들기도 했다.황 감독에 따르면 그 친구의 10살, 12살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본 뒤 "왜 사람들이 죽어야 돼?", "저 사람들은 왜 저런 게임을 하는거야?" 등의 질문을 했다.그 친구는 황 감독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후 아이들과 매일 등하굣길에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며, 빚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등 작품의 의미에 대해 대회를 나눴고 참 좋은 수업이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황 감독은 "이미 어떤 경로로든 아이가 오징어 게임을 봤다면 부모님이 대화를 통해 작품에서 ‘자극적인 폭력’이 아니라 그 것이 갖고 있는 ‘메시지’를 전해 순화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황동혁 감독 "차기작에서 고령화·세대 갈등 다룰 것"

황 감독은 차기작 주제로 '고령화와 세대 갈등'을 주목했다. 황 감독은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 공정성, 기후 문제, 세대 갈등, 성 갈등, 계층 갈등, 고령 사회 문제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들이 너무나 많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모든 소재들이 너무나 할 얘기가 많은 것들이지만 아마 다음 작품을 하게 되면 ‘고령화 문제’와 ‘세대 갈등’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얘기하고 싶다"고 전했다.

◆촬영 뒷이야기 "권총모양 라이터를 딸에 선물한 장면을 본 외국인들 충격"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전 세계에서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있는 황 감독. 기억에 남는 사례로, 주인공 성기훈이 뽑기 방에서 뽑은 '권총 모양 라이터'를 딸에게 선물한 장면을 꼽았다. 황 감독은 "딸아이가 권총 모양 라이터를 꺼내는 순간, 미국 같이 총기가 허가된 국가에서 다들 화들짝 놀랐다"며 "’어떻게 (진짜 총인지 아닌지) 확인도 안하고 아빠가 딸에게 총을 선물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딸이 권총 모양 라이터의 방아쇠를 당길 때, 실제 총일까봐 엄청 걱정하는 반응을 보면서 총기가 허가된 곳에서의 반응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인공 성기훈이 마지막 장면에서 미국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가지 않고 돌아서는 장면에서 서양의 시청자들이 불만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아무래도 한국보다 서양이 조금 더 개인주의 적이고 가족중심적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SBS의 연중 사회공헌 글로벌 지식플랫폼인 SBS D포럼(SDF)은 '5천만의 소리, 지휘자를 찾습니다'라는 주제로 오늘(18일)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15분까지 진행된다. 코로나 팬데믹, 기후 위기 등 거대한 변혁기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리의 미래를 슬기롭게 헤쳐갈 리더십과 올바른 미래를 선택하도록 하는 혜안을 모색한다. SDF2021의 전 프로그램은 온라인으로 생중계 중이며, TV로는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SDF2021 스페셜’로 5회 편성된다. 개막식부터 대선주자 발표까지의 주요 내용은 포럼 오늘 밤 9시부터 90분간 프라임타임 시간대 SBS TV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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