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규의 홈 네트워킹 대해부 - 12] 홈 네트워킹 시장(2)

최근 정보통신부는 2007년까지 디지털 홈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자원부도 정보통신부와 함께 전력선 통신기술 표준화를 앞당기겠다고 발표하는 등 다가오는 홈 네트워킹 시대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격려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홈 네트워킹 시장을 주도함으로써 기대되는 국가 산업발전과 국익의 규모가 얼마나 클 것인지를 대변하는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홈 네트워킹 시장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인가?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시장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요인들을 다음과 같은 네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도록 하겠다.

- 1990년대 세계 경제의 활황

- 새로운 기술의 등장

- 소비자 성향의 변화

- 컴퓨터 관련 업체의 급성장

1. 1990년대 세계 경제의 활황

1990년대 말 우리는 IMF라는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엄청난 경제적인 고초를 겪었고 아직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나 그 이전까지 우리는 어땠는가? 거침없이 성장하는 국가경제와 이로 인한 과소비 등이 문제가 될 정도로 경제적인 활황을 이어갔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뿐 아니라 선진국들과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비슷하게 전개되었다.

아시아의 4마리 용이니 하는 말은 이러한 경제 활황의 상징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제 상황이 홈 네트워킹 분야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은 우리에게 문화 생활이나 여가 생활과 같은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생각을 불어 넣어준 것이다. 게다가 전세계적인 모델이 될 정도로 저변을 확대한 초고속 통신망을 통한 IT 경쟁력 강화는 이를 더욱 부채질 하였다.

2. 새로운 기술의 등장

수요 증가와 기술의 발전에 따른 반도체 가격의 하락, 인터넷의 발전, 홈 시스템 통합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홈 네트워킹에 대한 기술적인 토대가 마련되었다. 또한 홈 네트워킹을 위한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표준화에 대한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표 1]은 90년대 후반에 들어 새로이 등장한 홈 네트워킹 관련 기술들을 연도별로 정리한 것이다.

여기서 잠시 홈네트워킹 기술이 다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 목적별로 홈 네트워킹 기술을 구분해 보기로 하자. 홈 네트워킹 기술은 그 목적과 적용대상 및 통신속도 등을 고려하여 정보 네트워크,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 제어 네트워크의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정보 네트워크는 PC나 그 주변기기를 연결하는 중간 속도의 네트워크이고, Entertainment 네트워크는 게임이나 음향 및 영상과 같은 고속 대용량의 통신을 가능하게 고속의 네트워크이며, 제어 네트워크는 가전 장비들의 제어를 위한 상대적으로 저속인 네트워크이다 [그림 1].

초기 기술들은 개발업체에서 시스템까지 구축하여 팔거나 비싼 사용료를 받고 기술을 팔았다. 그러다 보니 가격도 비싸고 시장 확대에 대한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들 기술 소유 업체들이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음을 인지하였고, 기술들간의 상호연동성을 위한 기구들이 속속 등장하여 동일 기술을 가진 장비간의 연계 뿐만 아니라 상이한 기술들 간의 연계를 위한 방안들이 도출되었다.

또한 기술 소유업체에서도 여러 관련 업체들과 협력하여 공동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기 시작하였고, 기술을 개방형 표준으로 만들어 누구나 사용료 없이도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림 2].

대부분의 가전정비에는 기능을 다양화 하고 지능화 하기 위하여 소형 마이크로프로세서(MPU)가 들어 있다. 과거 30년 동안 이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성능면에서는 매 18개월 마다 2배로 증가하였으며,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를 유지해 왔다. 예를 들어 성능을 기준으로 볼 때, 1991년 MIPS당 230 달러이던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가격이 1997년에는 3.42달러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반도체 기술의 발전과 가격의 하락은 가전 장비의 고성능화를 가속화 시켰다.

인터넷의 급격한 성장은 초기에는 연구원들의 정보교류의 차원에서 시작하였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인터넷을 접목할 수 있으며, 요즈음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소위 ‘유비퀴터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였다.

국내만 보더라도 현재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은 1000만 가구를 넘어섰고, 인터넷을 접속하는 방안도 고정된 자리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PC의 범위를 벋어나 휴대가 가능한 노트북 컴퓨터나 PDA와 같은 컴퓨팅 장비는 물론 휴대폰이나 주행 중인 자동차 안에서도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인터넷 보급률의 증가는 가전장비의 고성능화와 맞물리면서 가전장비에서도 인터넷을 접속하거나 인터넷을 통한 가전장비의 제어에 대한 욕구를 발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인터넷의 급격한 보급은 IT 분야뿐 아니라 산업의 전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재화 획득을 위한 새로운 영업 및 판매 채널로서 인터넷의 영향력은 실제로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통해 모든 산업분야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특히, 소규모 자본으로 새로운 형태의 사업모델을 이용한 인터넷 사업의 성공적인 모델은 이들에게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 붐을 타고 ‘묻지마 투자’와 같은 부산물을 낳기도 하였으나, 이들이 인터넷과 접목된 새로운 사업 모델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홈 네트워킹은 모든 가정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망라하는 범 산업적인 분야이므로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3. 소비자 성향의 변화

현재 가정 지출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층은 대개 3040세대들이다. 이들은 기술적인 변혁의 시기에 학교에 있거나 사회에 적응을 시작한 세대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새로운 기술 변화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있으며 가정의 행복이나 편리함을 추구하는 데에서도 앞장서 있는 세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신기술이나 신사고에 숙달된 사람들이 가정의 대표로 자리잡아 가면서 새로운 기술의 집합체인 홈 네트워킹 시스템의 가정 상륙이 가시화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들의 2세인 청소년 층이 가정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으며 새로운 기술을 전파하는 주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주변 친구들이 보유한 새로운 기술이나 시스템에 대한 소유욕을 부모에게 표출하고 부모는 이들의 요구를 이해하고 만족시켜주면서 홈 네트워킹과 같은 신기술의 안방 장악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가정 내 PC 보급이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PC를 이용한 통신이 필요하였고, 인터넷 보급 확산은 또다시 PC에 대한 추가 수요를 창출하였다. 특히 요즈음은 2대 이상의 PC를 보유하고 있는 가정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여러 대의 PC 보유는 PC 및 주변 장치들을 연결해 인터넷 접속을 공유하거나 장비를 공유하고 함께 게임을 즐기려는 수요를 창출하였고, 기술의 발전으로 LAN 설비가 저렴해지면서 가정에 LAN을 설치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LAN의 설치는 어느 정도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를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무선랜, 전화선 통신 등)에 대한 수요를 발생시켰다. 결과적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통신의 보편화가 이뤄지면서 가정 내 또 다른 장비 (가전제품 등)에 대한 인터넷 연결이나 원격제어에 대한 관심이 보편화하고 있는 것이다.

SOHO(Small Office Home Office: 소규모 사업자)의 증가도 홈 네트워킹의 시장에 큰 영향을 주었다. SOHO는 가정에 사무실을 차리거나 가정에서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정을 사무실 환경과 같이 자동화시키고자 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경제활동으로 발생한 재화를 경제 활동의 중심지인 가정에 투자하려는 성향을 띠게 된 것이다.

4. 컴퓨터 관련 업체의 급성장

홈 네트워킹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업체로는 이 분야의 기술에 가장 가까이 있는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 가전업체, 통신업체, 방송업체 등을 들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이들에게 새로운 수요처를 창출해 줌으로써 많은 이익을 만들어 주었고, 이들도 기술을 보다 발전시키고 제품의 가격을 낮춤으로써 이에 화답하였다.

1990년대 들어 PC 및 인터넷의 가정 내 보급 등에 힘입어 이들 업체는 급격한 성장을 계속하였고,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엄청난 규모의 연구개발 투자를 가능하게 하였다.

컴퓨터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통신수요가 발생하였고, 통신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화를 이용한 모뎀 통신에서 전용선, 초고속 통신망으로 이어지는 통신기술의 발전 및 보급이 거듭됐다. 이제는 통신망의 보급이 포화의 단계로 들어선 상태이다. 이러한 시기에 이들의 숨통을 틔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홈 네트워킹인 것이다.

홈 네트워킹은 단지 가정 내 장비 연결로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서비스나 새로운 장비의 출현으로 이어질 것이고, 컴퓨터 관련 업체들은 이러한 무한 시장의 기회 잡음으로써 또 다른 성장의 계기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

/이현규 아이크로스테크놀러지 대표 hklee@icrosste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