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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무책임한 희망에도 왜 좌절하면 안 되는가


비정규직의 애환 담아내, 희망이 중요한가 현실이 먼저인가

[정병근기자] '미생'이 무책임한 사회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지난 29일 방송된 tvN 드라마 '미생(未生)'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장그래(임시완)의 "같은 사람이고 싶다"는 읊조림은 비정규직의 애환을 담았고, 오차장(이성민)의 "무책임한 희망인데 위로가 무슨 소용이야"라는 말은 씁쓸한 현실을 표현했다.

고졸 검정고시 출신인 탓에 정규직 타이틀을 얻지 못한 장그래는 차츰 인턴생활을 함께 한 입사 동기들과의 차별점을 느끼게 됐다. 함께 살 부비며 일했던 동료들이지만 연봉 계약 시기엔 혼자 멍하니 있어야 하고, 설 선물 세트마저도 정규직과 다른 현실에 먹먹함만 남았다.

오차장은 "계속 이렇게 하면 회사에 남을 수 있겠죠"라고 묻는 장그래에게 "욕심을 내지 말라"고만 말했다.

결국 장그래는 "욕심도 허락을 받아야 되는 겁니까"라고 쓸쓸하게 되물었다. 이어 "정규직 비정규직 신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계속 일을 하고 싶은 겁니다. 차장님과 과장님과 대리님과 우리 같이"라고 설움을 토해냈다.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도 달랐다. 연휴에 회사에 들른 장그래가 짐을 나르는 직원들을 도와주겠다고 하자 돌아오는 말은 "계약직인데 무리하지 마요. 그런다고 정사원 시켜주는 것도 아닌데"라는 말이 돌아왔다. 장그래는 또 한 번 '신분의 차이'를 실감하고 말았다.

'미생'은 이후 장그래에게 차갑게 말한 오차장의 속내가 밝혀지면서 비정규직의 애환을 더 먹먹하게 그려냈다.

오차장은 선차장(신은정)과의 대화에서 과거 장그래와 같은 말을 했던 여사원을 떠올렸다. 당시 계약직 여직원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능력을 뽐냈지만 회사에서 추진하던 한 프로젝트의 실패를 혼자 뒤집어 쓰고 쫓겨나다시피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차장은 "무책임한 의망인데 위로가 무슨 소용이냐"고 했고, 선차장은 "그게 더 무섭네요. 대책 없는 한마디라도 절실한 사람이 많으니까요"라고 답했다. 희망보다 현실인지, 아니면 그래도 희망을 갖고 살아가야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미생'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내리기보다 또 다른 곳에서 '그래도 우리가 좌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장그래는 '말 많은' 친척들의 방문을 피해 나왔다가 어머니가 걱정돼 다시 돌아갔다. "변명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그런데 문밖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얘기는 '힘든 생활을 꿋꿋하게 이겨내며 큰 회사에 들어갔다'는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부심이었다.

장그래는 그 말을 듣고는 '그래 난 어머니의 자부심이다'라고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다잡는다.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누군가에겐 부질 없는 것처럼 보이고 또 현실 역시 그렇지만 그래도 왜 우리가 그런 현실에 굴복해서는 안 되는지를 보여주는 '미생'이었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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