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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배의 와일드카드] 로또와 벼룩잡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있다. 하찮은 일 때문에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삼가라는 말인데 게임 때문에 그리스가 요즘 이런 상황에 빠져있다.

문제의 발단 그리스 정부가 지난해 공공 장소에 전자 게임을 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시행하면서 시작됐다. 그리스 사법부는 위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지만, 정작 정부는 아직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이 법률을 제정한 것은 법을 어긴 도박을 완전히 박멸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 적용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죄 없어 보이는 인터넷카페와 컴퓨터 게임 업체가 범법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 버렸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은 이 법률을 폐지하지 않으면 재화의 자유로운 유통을 방해한다는 혐의로 유럽 재판소에 제소할 것이라며 그리스 정부에 경고했다. 물론, 지난해 10월 유럽연합이 보낸 경고는 그리스 정부가 묵살했다.

주변 국가들은 2004년 '세계 정보 기술 산업 회의'와 '하계 올림픽'을 주최를 준비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과도하게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그리스 정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쟁점으로 부각된 그리스 법률 3037호는 거물 정치가가 위법인 슬롯 머신 도박으로 체포된 스캔들이 일어난 후 지난해 7월 갑작스럽게 제정됐다. 그래서, 충동적인 법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뜻 봐도 이슈 전환용이다.

그리스 내부에서도 이 법률에 관한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유럽 연합이 개입하기 전에 문제를 바로 잡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정부 측의 공식 입장은 아직 변한게 없다.

당연히 그리스 게이머들은 초조하다. 이들은 무고한 게이머를 범죄자로 모는 게임 금지법의 철회를 요구하며 2만명에게 서명을 받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카페와 게임 개발 업체들도 동조하고 있다.

정부는 게이머와 업계의 반발에 대해 "이 법률이 엄한 것은 분명하다고 인정하지만, 전자 게임은 간단하게 위법 게임으로 개조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초, 이 법률은 모든 전자 게임을 단속의 대상으로 삼았다. 가정용 게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국제적인 비난을 받자 그리스 의회는 지난해 9월 규제 대상을 '이용자나 서비스 업체가 금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로 한정했다.

이러한 기준으로 경찰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또는 전자적 주사위 및 체스 게임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지금까지 50명 이상이 체포됐으며, 최대 3개월의 구금형과 5천 유로의 벌금형에 처해졌다고 한다.

강경한 정부와는 달리 사법부는 이 법률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리스 북부의 테사로니키에 있는 하급 심판소가 위헌 판결은 내놓은 후 다른 지방 재판소도 같은 판결을 내리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행정부와 사법부가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이 법률에 대해 최고재판소가 최종 위헌 판결을 내리기까지는 최소 12개월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지난해 법률이 시행된 지난해 7월 이후 그리스의 게임 관련 시장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 업계 측 주장이다. 업계 측은 "유럽연합 재판소가 이 법률을 다루면 분명 우리가 이기지만 문제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 법률을 위헌으로 판결하는 때가 오면 그리스의 게임 업체과 인터넷 카페들은 모두 고사한 후일런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상 도박인 로또를 정부가 기획하고 장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또의 사업권을 지키기 위해 비슷한 법안을 만들려는 로비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정책 결정자들은 그리스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좋을 것 같다.

/박형배 칼럼니스트 elecbass@shinbi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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