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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의 IT 경제학] 미국시장과 ME


 

최근 들어 국내 IT시장이 불황국면을 면치 못하게 되면서 활로를 해외시장에서 찾자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특히 전세계를 강타한 황색돌풍에 편승해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시장 선점을 위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이제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 현지공장 또는 최소한 사무실이라도 하나 내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낙인찍히는 상황이 됐지요.

그러나 IT시장만 본다면 이 같은 움직임은 결코 바람직한 게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입니다. 누가 뭐래도 전세계 IT시장의 절반은 미국시장이기 때문에 미국을 제치고 중국시장만 바라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세계 시장의 반을 포기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옳은 방향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우리 기업들은, 특히 IT벤처기업의 경우, 미국 시장에 대해서 심한 거부반응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상당수의 기업들이 미국시장 진출에 노력했건만 좋은 결과는커녕 매출 한번 변변히 올리지도 못하고 엄청난 비용만 지불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아는 한 기업만 해도 국내에서 엄청난 지명도를 갖고 있으나 미국시장 개척에만 2년간 70억원 이상 쓰고 실적이 신통치 않습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되면서 대부분의 국내 IT기업들이 미국시장을 건드릴 수 없는 ‘언터처블’한 영역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물론 미국 시장에 물건을 내다파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미국시장을 연구하다보면 의외로 우리 기업들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방향에서 새로운 묘수를 뚫을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이 미국시장을 뜛을 때 실패의 시작은 한국인이 모든 것을 하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교포라 하더라도 한국인이 미국내 대기업의 영업부문에서 두각을 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한국인으로서 미국내 백인사회의 본류에 영업으로 뿌리를 내리는 것이 만만치 않은 것이지요.

미국에서 영업을 하려면 철저히 혈통적으로 미국인을 통해 장사를 해야 한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시장을 예로 든다면 첫째 PC제조업체의 번들 또는 OEM 시장 둘째 일반 소매유통업체 셋째 기업시장 넷째 정부시장으로 구분이 되는데 어느 시장이든 전문 영업맨들이 포진하고 있음을 명심하고 반드시 이들을 중심으로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그저 한국인들 중 미국에서 유학을 했다거나 영어를 잘 한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영업을 맡겨서 신통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서는 안되며 실제로 제대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드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같은 한국인과 사업을 같이 하기를 희망하는 것처럼 미국의 비즈니스맨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지난해 정보통신부가 해외 전문 마케터를 고용, 이들을 통해 영업을 전개하려 한 접근은 매우 타당한 것이라 할 수 있어요. 통상 이 같은 마케터들을 구매담당자(MD)와 구분, 마케팅 인에이블러 (ME;Marketing Enabler)라 합니다. 그러나 ME들이라 해도 정작 쓸모있는 역할을 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ME들마다 능력이 천양지차이기 때문에 단순히 과거 개인의 전력만 보고 능력이 있을 것이라 속단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실제로 누가 뛰며 얼마나 역량을 갖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정말 해당 ME가 하는 것인지 그저 소호처럼 집에서 사무실 하나 차려놓고 하는 것은 아닌지 백업하는 요원은 얼마나 있는지 등등은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ME들이 창업투자사와 공동작업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최대화시키고 있습니다. 창투사들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좋은 실적을 올려야만 IPO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사가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 첫 선을 보일 때 ME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됩니다. 미국은 분야별로 전문적인 창투사가 따로 있는데 흔히 투자사의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때 ME들과 친분이 좋은 창투사가 마지막으로 증자에 참여해 실적을 기반으로 IPO를 시킬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내 창투업계에서도 ME들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 미국시장만 전문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유능한 ME의 확보가 새로운 IPO 성공의 지름길로 각인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문가들 위주로 시장이 구분돼 있습니다. 서로가 자신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이익을 공유하며 시장진출 실패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혼자 노력해 모든 결과물을 독차지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거대한 미국시장의 경우 이 같은 접근방법은 지극히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항상 욕심을 자제하고 올바른 영업파트너를 찾아내는 ‘Co-marketing’의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원래 미국은 영업을 하자면 돈이 많이 드는 시장입니다. 게다가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이미 구매키로 실무자가 확실히 결정을 해도 실제 계약서나 PO(Purchasing Order)형태로 뜨려면 2개월 이상 걸리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그들은 체질적으로 구체적인 계약이 생활화되어있고 간단한 소프트웨어 구매계약이라도 계약서는 거의 40쪽에 육박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입니다. 매사에 서두르는 한국인은 속된 말로 이 단계에서 맛이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길을 찾으면 효율적인 영업자금의 집행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이득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는 사실을 명심, 신념을 갖고 파트너쉽에 기반을 둔 사업추진을 해야 합니다.

혼자 다 갖겠다는 생각은 곧 모든 위험을 혼자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입니다. 여러분은 그 위험에 대해 얼마나 많은 보험을 들어놓으셨습니까. 정작 여러분은 그 같은 위험을 부담할 자신이 있으십니까. 위험분산의 지혜가 없으면 미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의 도전을 피하십시오.

/이민호 Marketing Enabler mino@bioz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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