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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의 IT 경제학] 천수답 VC의 현주소


 

IT분야의 한파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당초 신정부가 세워지면 많이 나아지리라는 전망은 점점 그 빛을 잃어버릴 조짐입니다. 이 와중에 벤처투자의 선봉장이던 창업투자사(VC)의 부실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필자는 해외 영업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미국 월가의 투자담당자와 얘기를 나눌 자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본인은 지금의 한국내 상황,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분위기 관련 얘기를 해주었고 그 담당자는 미국내 정보를 일러 주었지요. 그와 이틀간의 대화를 갖고나서 가진 결론은 한국내 창업투자 관련 방향이 잘못 되었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고 특히 영업과 관련해 더욱 그러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사람의 견해를 가능하면 가감없이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미국에는 세가지 종류의 VC가 있습니다. 이들을 1,2,3 라운드라고 합니다. 1라운드 VC의 역할은 아이템을 선정하고 초기에 회사를 세팅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흔히 VC업계에서는 이들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따지고 보면 아이템 선정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겠습니까. 이들은 많아야 30만달러 이내를 투자하지만 지분은 통상적으로 30%를 가져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시하는 작업으로 대표이사 등 주요 핵심경영진을 뽑아주고 임대료내고 사무실 마련하는 일을 마치면 보통 6-9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간다고 합니다.

자, 회사가 출범했습니다. 그 다음에 할 일이 실제 개발입니다. 원래부터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단계에서도 일부 개발업무는 진행되지만 1라운드가 끝나고나서 2라운드가 본격 개발을 위한 작업이라 하네요. 이 단계부터 투자금액은 수백만달러를 넘어가게 됩니다. 2라운드 VC의 지분은 최대 18%라고 합니다. 이 기간은 통상 9-12개월을 잡습니다.

3라운드가 되면 이젠 영업으로 돌입합니다. 이 단계의 VC들은 미국내 유통에 끈을 가진 사람들로, 만들어진 시제품에 마케팅적 시각을 더해 더욱 완성도를 높인 제품을 선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마케팅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지요. 상당한 돈도 들어가고 시간도 만만치 않아요. 보통 6-9개월이 소요됩니다. 여기에 투자하는 VC들의 지분은 5%가 일반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실제 계산서로 나오는 매출은 여기다 3개월을 더해야 합니다.

이 단계를 모두 거쳐나오면 짧게는 24개월, 길게는 거의 36개월이 소요됩니다. 그러니 회사가 기획되는 단계에서 첫 매출이 이뤄지는 시기까지 최소 2년은 걸린다는 얘기지요. 이렇게 되면 해당기업은 VC의 손을 떠나 월가로 오게 된다고 합니다. 금융의 논리에 의해 정식 IPO의 단계에 진입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약간 자금이 부족하거나 긴급수혈이 필요하면 메짜닌(mezzanine:중간적)의 단계를 거친다고 합니다. 이것은 상장전에 매출이 확실할 때 주식과 채권을 연계시키는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단계인데 보통 지분투자보다 돈을 빌려주는 것이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주식담보부 대출이나 전환사채에 가까운 것이라 보면 됩니다. 이것은 ‘확실한’ 매출이 있을 때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 월가의 전문가는 이같은 과정을 ‘IPO의 콘베이어벨트’라고 말하더군요. 해당 단계마다 전문가와 네트워크가 있어 서로가 업무와 회사를 넘겨주고 받으면서 나아간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 단계에 진입한 기업이 안정적으로 IPO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근 50년간의 노하우로 이 같은 과정의 VC에 대한 기본 골격을 잡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한번 깜빡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90년대 후반 닷컴열풍 때의 일입니다. 워낙 닷컴열풍이 거세다 보니 3라운드 VC의 단계를 건너뛰고 상장시키는 사례가 속출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당시 수익모델에 대한 말이 많았음을 상기할 겁니다. 이것 모두 3라운드 VC의 영업에 대한 지원없이 급히 상장되면서 나온 결과입니다. 결국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분위기가 다시 각광을 받으면서 3라운드 VC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결론 짓더군요.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요. 우리의 VC들은 1,2라운드가 결합된 형태이었지요. 그러나 문제는 3라운드 VC가 없다는 점입니다. 영업을 알고 유통을 아는 VC가 아니기에 도통 수익으로 연결시킬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최근 국내 VC들이 거의 투자는 안한다는 분위기입니다. 주로 해봐야 매출이 예상되는 힘든 기업에 약간의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주로 하지요. 이것은 미국적 시각에서 보면 초기적 메짜닌 단계입니다. 한마디로 이건 VC의 역할이 아닌 거지요. 닷컴열풍이 거셀 때 VC가 떴기 때문에 3라운드 VC가 없는 투자 모델이 정답인줄 잘못 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VC들도 새로운 시각으로 자리를 정립해야겠지요. 물론 시간은 걸릴 겁니다. 초기에 seed money(종잣돈)만 주고 과실을 따겠다는 생각은 벼를 심어두고 하늘에서 비만 내리길 바라는 천수답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하늘에서 비가 안내리면 그건 파국입니다. 굶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VC모습입니다.

/이민호 Marketing Enabler mino@bioz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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