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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배의 와일드카드] '리니지'는 15세 이용가다


 

엔씨소프트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지적대로 리니지의 내용을 일부 수정한 후 다시 심의해 줄 것을 신청함으로써 리니지의 등급이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엔씨소프트는 상대방 캐릭터를 죽일 수 있는 플레이어킬링(PK)을 허용하지 않는 '로엔그린' 버전과 PK를 허용하는 '데포로쥬' 버전 등 2가지로 신청했다. 이 중 '데포로쥬' 버전의 경우 상대방을 PK시킨 경험이 있는 악한 성향의 캐릭터가 PK를 당할 경우 악한 성향의 캐릭터가 보유한 아이템 중 일부를 게임 내에서 완전히 삭제해 버린다.

엔씨소프트의 재심 신청에 대해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 엔씨소프트가 밝힌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수정계획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18세 이상가' 등급을 유지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돈은 엔씨소프트가 벌고, 책임은 PC방이 진다

사실 영등위가 리니지에 '12세 이용가'나 '15세 이용가'의 등급을 매기는 순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가 발생시키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면죄부를 받게 된다. 15세 이용가 게임을 15세 이용가에게 제공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운영사에 죄를 묻는다는 것은 매우 우스운 꼴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를 15세 미만의 청소년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사용자 인증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다. 그러나 반작용으로 리니지에 중독된 15세 미만의 이용자들은 주변에 널린 15세 이상인 친인척들의 개인 정보를 빼내 가명으로 인증하리란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간단한 방식으로 15세 미만의 청소년을 걸러내는 사용자 인증 시스템은 철저히 무력화된다.

반면, 리니지에 접근하는 15세 미만 청소년들이 PC방을 거점으로 폭력 또는 성매매, 아이템 거래 등을 할 경우 PC방 업주들은 대면 방식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PC방은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란 비난과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PC방 업주들은 마치 여관이나 모텔 등 숙박업 업주처럼 들어오는 청소년마다 학생증이나 주민등록증 등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해 나이를 확인해야 한다. 확인 과정에서 일부 청소년과 충돌도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PC방 업주들은 리니지가 '12세 이용가' 또는 '15세 이용가'의 판정을 받으므로써 얻는 이익보다 청소년을 일일이 검사해야 하는 업무와 PC방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훨씬 더 크다.

그래서 협회 측은 "리니지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려고 한다면 재심의에서도 18세이용가 등급을 유지하던지 리니지의 폭력성과 중독성을 대폭 완화시켜 아예 '전체이용가' 등급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PC방 업계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이 사실인 만큼 모두 지혜를 모아 보안책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 때문에 리니지의 등급이 '18세 이용가'로 유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리니지는 15세 이용가다

영등위는 지난 달 17일 '12세 이용가'로 희망한 리니지에 '18세 이용가'를 매기면서 게임 중 상대방 캐릭터를 살해하는 'PK'의 유무와 아이템 손실을 그 이유로 지적했다.

영등위의 지적대로 수정하면 게임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는 고심 끝에 '리니지'를 상대방 캐릭터를 살해하는 플레이어킬링(PK)을 허용하지 않는 '로엔그린' 버전과 PK를 허용하는 '데포로쥬' 버전 등 2가지로 분리 업그레이드 한 후 모두 12세 이용가로 등급 신청했다.

영등위가 가지고 있는 'PK'에 관한 심의 기준을 문의해 보니 '전체이용가'로 판정을 받으려면 PK가 없어야 한다. PK가 있지만 플레이어간 상호 동의를 얻어 성립되면 '12세 이용가'며, 일방적으로 이루어질 땐 '15세 이용가'다. PK가 일방적으로 성립되면서, 아이템까지 떨어뜨릴 경우 '18세 이용가'로 판정받는다.

이 기준으로 볼때 상대방 캐릭터를 죽일 수 있는 PK를 허용하지 않는 '로엔그린' 버전은 12세 이용가가 명확하며, 오히려 전체 이용가에 가깝다.

PK를 허용하지만 PK당한 캐릭터가 아이템을 떨어뜨리지 않는 '데포로쥬' 버전도 '15세 이용가'가 명확하다.

지난 달 28일 엔씨소프트는 PK시 아이템 취득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아이템 획득을 목표로 한 무분별한 PK를 봉쇄한다는 내용의 '리니지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에 대한 후속책으로 내논 '데포로쥬' 버전의 경우 상대방을 PK한 후 상대방이 보유했던 아이템을 가질 수 있는 룰을 버리고, 상대방을 PK시킨 경험이 있는 악한 성향의 캐릭터가 PK를 당할 경우 악한 성향의 캐릭터가 보유한 아이템 중 일부를 게임 속에서 완전히 제거해 버리는 룰을 적용했다.

즉, A와 B, C라는 세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악한 성향의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를 PK했을 경우 악을 징계하는 의미에서 리니지 게임 시스템이 악한 성향의 캐릭터가 보유했던 C라는 아이템을 게임 내에서 완전히 제거하게 된다. 악한 성향이 극에 달했다면 A, B, C 세 개 모두를 잃을 수도 있다.

이 룰은 상대방을 PK할 때 자신이 보유한 아이템을 잃어버리게 돼 영등위가 요구하는 '15세 이용가' 수준보다 더 준엄하다.

최근 우리는 영등위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등급을 놓고 벌인 일련의 충돌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2002년 10월 한 달동안 영등위가 독단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업계가 납득할만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업계가 그 기준에 맞춰 온라인게임을 제작하는 첫 사례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온라인게임 업계가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하다. 우선, 영등위는 온라인게임 등급에 관해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여전히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계속해서 보완해 나가야 한다. 'PK' 때문에 범죄가 일어난다는 주장만큼이나 'PK'를 없애면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은 무모하다. 이 점은 영등위의 자가당착적인 모순이다.

한편, 업계는 '리니지 사태'와 같이 영등위의 강압에 못 이겨 룰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는 소극적인 입장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온라인게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만큼 자정 노력과 이익의 환원 등 적극적으로 사회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데포로쥬' 버전이 15세 이용가를 받더라도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자만하지 말고, 우리 미래를 짊어진 청소년을 위해 업계 리더로서 무엇을 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바란다.

/박형배 칼럼니스트 elecbass@shinbi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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