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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이재현 구속 장·단기 대비 이중전략


단기적으로 건강 읍소하고 장기적으로 조직 개편

[유주영, 장유미기자] 이재현 회장의 구속으로 난기류에 휘말린 CJ 그룹이 한편으로는 이 회장의 장기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회장의 건강 문제를 내세워 구속을 면하려는 홍보전을 펼치는 등 양동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아직 이 회장의 신변 처리 문제가 유동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이 회장 경영 공백 장기화 대비 조직 개편

CJ는 지난 1일밤 이 회장이 구속 수감됨에 따라 이튿날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 등 2명의 오너 그룹과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 이관훈 CJ 사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 3명의 전문경영인 그룹으로 5인 그룹경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일종의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것이다. 이 회장이 구속되자마자 즉각적으로 비상체제를 갖춘 점을 들어 재계는 CJ가 이미 이 회장 구속에 대비해 다양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정황상 이 회장이 구속을 면키 어렵다는 게 검찰 주변의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CJ는 또 사흘 뒤에 그룹 계열사의 경영을 이끄는 지주회사 조직을 개편했다.

CJ는 5인 그룹경영위원회의 일원으로 참가하고 하고 있는 이관훈 CJ주식회사 사장을 보좌할 경영총괄 역으로 허민회 CJ푸드빌 대표를 발령했다. 허 대표는 이 사장을 거들어 그룹경영위원회 실무를 총괄하고 그룹 계열사 사이의 사업 중재 역할을 맡는다. 경영위원회가 큰 사안에 대해 심의, 의결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 사장과 허 대표가 그 실무를 맡은 셈이다.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와 서울상공회의소의 의장직을 사퇴하고 CJ 경영에 전념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경영 공백 상태가 길어질 것에 대비해 '손경식 중심 체제'를 더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손 회장은 이 회장의 외삼촌으로 CJ의 오너 그룹에 속해 있지만, 제일제당 대표 시절 삼성에서 CJ 분가 작업을 이끄는 등 전문경영인으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CJ의 움직임은 최태원 회장의 구속으로 SK 그룹이 선보인 집단지도 체제를 벤치마킹한 느낌이 있다"면서도 "CJ는 SK와 달리 오너 그룹의 타격이 아직 덜한 만큼 손경식 회장 중심으로 전문경영인을 엮어 장기전에 돌입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회장 건강 문제 '쉬쉬'에서 적극 공개로 변화

CJ는 그러면서도 지난 9일 이 회장의 건강 문제를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만성 신부전증이 발병했다. 현재는 신장 이식이나 혈액 투석 등을 해야만 하는 말기 상태다. 더 위험한 요독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주치의인 김연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도 이날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통해 "신부전증 말기(5기)가 맞다"며 "이식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식할 수 없다면 투석을 해야 하는데 이 회장은 투석보다는 이식해야 한다"고 CJ의 발표내용에 동의했다.

이 회장은 특히 고혈압과 고지혈증, 그리고 유전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CMT)' 병 등의 복합증세 때문에 투석요법을 받을 수 없고 신장이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CJ의 설명이다. CMT병은 신경 근육계 질환으로 손과 발의 근육들이 점점 위축되어 힘이 없어져 결국 정상적인 보행이 힘들어지는 유전질환이다. 이 회장은 과거 CMT병으로 인해 병역을 면제받았으며 50세 이후에는 다리와 손가락에 이 증상이 급격히 진행돼 현재 특수 신발 등 보조기구를 통해 보행에 도움을 받고 있다. 검찰에 출두할 때 걸음걸이가 다소 불편해 보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연수 서울대 교수는 특히 "(이재현 회장이) 원래 올해 4월 정도에 가족의 신장을 이식하려고 검사 등의 준비를 했지만, 덜컥 구속 수감이 되면서 안됐다"고 말했다.

CJ가 이처럼 언론에 이 회장의 건강문제를 공개한 것은 이 회장 측이 이미 검찰 쪽에 이 문제를 제기했고 일부 여론이 이 때문에 악화하기는 했지만 이 회장의 건상 상태가 좋지 않은 게 사실인 만큼 신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공격적으로 나가는 게 맞다고 판단한 듯하다.

건강 문제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나 재판이 가능하다면 외면할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회장을 구속 수사하고 있으며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을 거치면 재판에 회부되며 재판도 물론 구속 상태에서 진행된다. 그런데 CJ 발표나 김 교수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검찰이나 법원도 이 회장의 구속 지속 여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압박 요소는 될 것으로 보인다.

CJ 관계자는 그러나 "이 회장의 구속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이며 건강악화로 인해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구속적부심은 구속이 적합한지 아닌지를 법원에서 판단해 달라는 요청이다. 이 회장은 구속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고 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법원에 구속적부심 혹은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구속집행정지는 피의자가 구속된 상태를 일단 인정하고 이것을 정지시켜 달라는 요청이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구속적부심을 신청하는 것이 현재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CJ는 이 회장이 구속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에 구속적부심이나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검찰 측에 선처를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주영, 장유미기자 bo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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