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주호석의 밴쿠버 리포트] 디지털 음악시대의 새 풍속도


 

요즘 인터넷 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디지털 음악 관련 저작권 분쟁이 아닌가 싶다. 음반 업체들을 비롯한 기존 음악 업계와 인터넷을 이용한 디지털 음악 서비스 웹사이트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이 분쟁은 마치 전염병처럼 세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이미 냅스터가 MP3 방식의 디지털 음악 서비스를 하다가 저작권 분쟁에 휘말려 결국 문을 닫는 신세가 됐고 한국에서도 소리바다 사이트가 비슷한 케이스로 음반업계와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또 중국, 홍콩 등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음악 저작권관련 분쟁은 대개의 경우 법정으로 비화돼 기존 음반업계의 기득권, 즉 저작권을 보호해주는 방향으로 시시비비가 가려지고 있는 추세다. 언뜻 보기에 음악 저작권 분쟁은 결국 기존 음반업계의 승리로 돌아가 음반업계의 매출과 수익을 증대시켜줄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해온 음반판매 실적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 이유는 우선 일부 디지털 음악 사이트들이 폐쇄되는 등 인터넷 음악계가 적지 않은 시련을 겪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인터넷 음악에 길들여진 네티즌들로 하여금 CD가게로 발길을 돌리게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P2P 방식 등 저작권 분쟁을 피해갈 수 있는 음악 파일 전송 또는 공유 기술이 잇따라 출현함으로써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듣는데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음반업계 입장에서는 저작권 분쟁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실익이 없는, 상처뿐인 승리를 얻는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기존 음반업계가 음악 시장의 변화와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음반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는 음반업계의 판매 부진이 디지털 음악 사이트의 등장 때문이라는 주장은 잘못 된 것이며 오히려 음반업계 자체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 결과를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음반업계가 내.외 요인들로 인해 매출 부진이라고 하는 위기탈출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새로운 흐름이 하나 떠오르고 있다. 즉 가수나 음반 제작사들이 전통적인 음반 판매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음악을 특정 기업의 이미지 또는 상품 광고에 집중적으로 활용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음악 파일 공유 기술 및 그 이용 인구의 확산으로 설사 가수의 노래가 히트를 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원하는 수준의 돈을 버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즉 음악을 광고 등 상업적으로 적극 활용함으로써 음반(CD) 판매에 의한 수익창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최근 들어 몇몇 상업용 광고 음악이 상당한 규모의 라이센스 사용료를 발생시키고 광범위한 음악 팬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해당 음악이 수록된 CD판매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상업용 음악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해주고 있다.

음반 업계의 이 같은 노력과 맞물려 광고주들도 소비자를 감동적으로 움직여서 자사 제품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데 음악이 매우 유용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최근 들어 유명 가수가 부른 음악을 이용한 광고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 상업 광고용으로 활용되는 음악들은 이미 한물 간 옛날 히트곡들이 대부분인데 이런 경우에도 많게는 수백만 달러의 라인선스 사용료를 지불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또 이미 팬들로부터 잊혀져 있던 음악이 광고음악으로 리바이벌 되면서 다시 인기를 끌어 인기차트에 오르는 예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월드컵 경기 때 나이키스포츠가 죽은 지 4반세기가 지난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을 광고음악으로 활용해 일약 히트곡으로 만든 것이다. 나이키는 당시 ‘A Little Less Conversation’ 이라는 음악을 엘비스의 목소리를 가미한 댄스곡으로 리믹스 하여 광고에 활용, 대 성공을 거두었다. 이 음악은 덕분에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1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곧바로 인기 차트 대열에 들어갔는가 하면 캐나다에서는 지금도 CD가 가장 많이 팔리는 곡으로 남아 있다.

또 한때 지포(Zippo) 라이터의 광고에 사용된 바 있는 Led Zeppelin의 음악들 중에 ‘Rock and Roll’ 이 올부터 미국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의 캐딜락 광고음악으로 활용돼 대단한 히트를 하고 있다. 또 한물 간 밴드로 알려진 Aerosmith 는 다임러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닷지(Dodge)차 부문 광고음악이 히트하여 팝 음악계의 스타로 재등장하고 있다.

또한 마돈나의 ‘Ray of Light’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XP, 스팅의 ‘Desert Rose’는 재규어(Jaguar Ltd.), Iggy Pop의 ‘Lust for Life’는 유람선회사인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의 광고 음악으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Moby의 히트 앨범인 ‘Play’에 수록된 곡은 18곡 모두 광고음악으로 라이센스된 상태다.

또 이미 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음악인 Nick Drake의 ‘Pink Moon’은 최근 폭스바겐 자동차의 광고음악으로 활용되면서 공전의 인기를 끌어 이 음악이 실린 CD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보스톤에 있는 폭스바겐 광고에이전시 관계자는 이 음악 CD의 판매가 무려 1,100%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상업 광고용 음악의 가격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85년 GM이 1,500달러를 지불하고 광고음악으로 사용했던 Glenn Frey의 ‘The Heat is On’ 의 경우 지금은 5만 달러를 주지않고서는 어디서도 사용할 없는 정도다.

이처럼 음악이 기업들의 상업용 광고에 적극 활용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기업들이 글로벌화 되면서 언어와 문화가 다른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에게 기업 또는 제품을 알리는데 음악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음악은 세계 공통의 언어와 마찬가지라는 인식에서 비롯되는 판단이다. 또 음악만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되는 표현 수단도 달리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쨌든 인터넷 세상의 전개와 함께 직.간접으로 악영향을 받아온 음반업계가 음반 판매 부진에 따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음악이 상업용 광고에 적극 활용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또 음반업계와 인터넷 음악 사이트들간의 저작권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해주고 있어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

/주호석 리더스컨설팅그룹 북미담당 고문 hsju@canada.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주호석의 밴쿠버 리포트] 디지털 음악시대의 새 풍속도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