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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의 IT와 사람] 개미군단 K의 주식투자 이야기


 

98년초로 기억됩니다. 당시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던 무렵이었지요. 혹시 그때를 기억하십니까.

당시는 주식 없는 사람은 신 팔불출로 치부되는 그런 시기였지요. 그 무렵, 저는 솔직히 주식의 '주'자도 몰랐습니다. 비록 회사에서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우리사주를 구입해 주주의 상태에 있긴 했지만, 우리사주와 일반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식에는 무관심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업무상으로 만나는 사람이거나 지인들은 제게 주식 시황이나 주가 향후 전망에 대해 문의를 하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주워들은 풍월대로 읇조리기는 했지만, 대충 얼버무리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주식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더군요. 가슴이 답답해져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몇년 전에 매월 조금씩 불입했던 적금의 만기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500만원. 월급생활자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지요. 항상 여기서 빼서 저기로 막는 생활을 하다가 모처럼 계획없이 태어난 자금이었습니다.

마침 증권사들은 온라인 주식거래 시스템을 개발, 서비스 개시를 서두르는 그런 시기였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몇몇 증권사들이 특정고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주문 서비스 등을 개시했지만, 인터넷 주식투자 시스템은 획기적인 방식이었지요. 객장에 가지 않은 상태에서 증권사 직원에게 부탁하지 않고 투자자 자신이 직접 주식을 사고 파는 행위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소액투자자들을 대거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00만-200만원 정도 투자하면서 아침 저녁으로 '이것 사라, 저거 팔아라'라고 증권사 담당자에게 전화하기는 민망한 일 아니겠습니까.

인터넷 증권거래시스템은 이같은 증권사 담당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한 단계 줄임으로써 모든 투자결정을 투자자 자신이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가히 획기적인 방식이었지요. 저 역시 인터넷으로 투자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기에 소액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이를 기회로, 증권시장의 원리를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98년도에 이른바 '개미군단'의 일원으로 주식시장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후 온라인 방식으로 주식 매입을 하고 얼마동안 소량의 주식을 사고 팔기를 거듭해봤습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조금씩 원금이 불어났습니다. 이후 한 달여 동안 틈만 나면 주식시황을 점검했습니다. 막상 내 돈이 주식시장에서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증권용어 등에 대한 이해가 빨라졌습니다. 그동안 궁금해하던 많은 내용들을 알 수 있었지요.

그런데, 온라인 주식투자시스템을 사용해보신 분은 알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보는 사람 관점에 따라 투자규모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몇년간 불입한 적금을 찾아 구입한 주식시세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순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람 마음을 심란하게 했습니다.

그날 오전장부터 거래가가 떨어지기 시작하거나, 급격하게 뛰어오르기 시작한다고 해보죠. 해당 주식을 보유한 주주의 입장에서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합니다. 팔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떨어지기 시작하면 본전 생각나고, 거래가격이 상승하면 은행금리, 그 동안의 시간투입에 따른 손익 등 기회비용을 따져보게 됩니다.

만약 투자시점에 목표수익을 10% 또는 20%, 아니면 50% 등으로 세워놓았다면 거래가격이 올라갔을 때 팔거나 주식 매입방법을 달리해야 됩니다. 또 회수금액으로 다른 주식을 사거나 해당 주식의 가격이 다시 떨어지기를 기다리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목표치를 정해놓치 않았기 때문에 생각만 많지,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생활이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생활에 차질이 나타나는 것 같았습니다. 또 그냥 방관해도 보유주식들은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침 회사 업무로 개장시간에 급하게 처리해야할 일들로 바빠지면서 사이버 트레이딩은 조금씩 눈에서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부터 저는 인터넷 사용시, 드문드문 보유주식의 현재가를 알아봤습니다. 그러나 선뜻 매각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다른 주식을 매입한다면 최소한 업종과 회사현황, 향후 전망에 대한 판단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자면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덕분에 몇년동안 수수방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간혹 언론보도를 통해 보유주식 회사의 경영난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이미 그 주식의 매각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때라도 팔았으면 원금의 절반 정도는 그쳤겠지요. 그러나 또 다시 욕심을 부렸습니다.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올라가지 않을까.

그러나 현재 상태로는 거의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결국 그 회사의 거래가격은 바닥에 바닥을 쳐서 제가 구입할 당시 금액의 수십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얼마되지 않은 자금 중 단일 주식으로는 가장 많이 보유한 그 회사 주식을 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보유할 계획입니다. 현재 그 주식을 매각, 현금화해도 서울-부산 왕복 통일호 열차삯도 나오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 주총 시기마다 그 회사는 저의 주식 보유현황에 관한 자료를 송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최소한 일년에 한번 이상은 그 회사의 몇몇가지 사항에 관한 자료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간혹 주식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지인들에게 물어봅니다. 그러나 아직 수익을 냈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보지를 못했습니다. 하긴 '혼자서 거울 앞에서 고스톱을 쳐도 잃었다'고 말하는 것이 우리네 언어습관임을 감안한다면 지인들의 얘기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어떻든 적금 상환금으로 구입한 주식은 제게 소중한 의미를 제공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단행했던 주식투자의 무모함과 당시 저의 욕심을 확인시켜주는 살아있는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다리 부러진 제비를 늘상 마주 대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가격이 폭락한 해당 주식의 구입 내역과 거래가격 하락 일지를 기록, 우리집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 보여줄까를 놓고 고민 중입니다.

/김강호 I커뮤니케이션연구원 대표 khkim@bora.dac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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