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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이통사와 제조사가 욕먹는 이유


요즘 SK텔레콤 등 이동전화 서비스 회사는 요금 인하 때문에 실적이 갈수록 떨어진다며 앓는 소리를 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들의 앓는 소리가 엄살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기업은 아마도 국내에서 소비자한테 가장 많이 욕을 먹는 기업 축에 낄 것이다.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회사들도 욕을 먹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이동전화 요금이나 휴대폰 단말기 가격과 관련된 기사가 나갈 때마다 소비자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보통 수 백 개의 댓글이 달리고 대부분은 이들 기업의 상술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이들 기업의 정직하지 못한 꼼수를 환히 꿰뚫어보고 있다. 하지만 달리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이들의 상품을 소비한다. 정부 대책도 현재로선 백약이 무효여서 소비자 불만을 해결하지 못한다.

소비자 불만의 요체는 한 마디로 이들 상품의 요금과 가격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복잡하게 따져볼 것도 없다. 시장에 나가보라. 이른바 ‘공짜폰’이 판을 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짜 점심이 없다는 건 초등학생들도 아는 진리다. 하물며 이 시대를 상징하는 첨단 상품인 스마트폰이 어찌 공짜일 수 있겠는가. 사정이 그러하면 공짜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복잡한 꼼수가 도사리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짜폰은 분명히 뻔한 속임수다. 이미 각종 보도들이 십 수 년 동안 셀 수도 없이 지적했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도 엄밀한 조사를 통해 그 내막을 드러내고 시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들 기업은 결코 그 상술을 거두어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만이 지금까지 이들 기업이 마케팅에 써온 ‘전가의 보도’이기 때문이다. 공짜폰은 그래서 많은 소비자가 알고서도 속아줄 수밖에 없는 ‘마녀’와도 같은 존재가 됐다.

공짜폰은 이동전화 요금과 단말기 가격의 거품에서 생겨난다. 우선 이론적으로 그렇다. 이들 기업이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닌 바에야 자신의 상품을 공짜로 팔 리 없다. 겉으로는 공짜더라도 적당한 이문이 붙어있다. 공짜라는 말을 쓰기 위해서는 이미 이문을 취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동전화 요금과 단말기 가격을 부풀리는 게 그 방법이다. 이는 공정위가 현장조사로 밝혀낸 바다.

현실을 보자. 최신 스마트폰은 단말기 출고가가 90만원 이상이다. 또 최근 이동전화 서비스에 가입하는 사람의 절반은 월 6만원대의 요금제에 가입한다고 한다. 이 요금제에 가입하면 90만원 이상인 단말기를 공짜로 주기 때문이다. 계산해보자. 이 소비자가 원래 내야 할 돈은 단말기 값 90만원에다 6만원씩 24개월분 요금 144만원을 합쳐 총 234만 원이다. 서비스와 단말기 두 상품을 결합한 명목 판매가가 234만원인 것이다.

그런데 2년 약정하면 단말기를 공짜로 주니 실제 구매가는 144만원이다. 정가 234만 원 짜리 상품을 144만원에 파는 셈이다. 소비자 누구나 공감할 만한 특별한 계기를 통해 어쩌다 한 번 하는 이벤트라면 사면서도 참으로 횡재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툭하면, 심하면 거의 매일 이렇게 판매되다 보니 90만원을 할인받고도 횡재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뭔가 속았다는 느낌이 들며 찜찜한 기분이 된다.

생각해보라. 234만원인 상품을 144만원에 판매하면 할인율이 38%다. 이 정도면 재래시장에서 좌판을 깔아놓고 잡동사니를 파는 상인들한테서도 깎기 어려운 할인율이다. 그렇게 상시적으로 왕창 할인을 하는 데도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무슨 묘수를 갖고 있는 것인지 국내에서 이익을 가장 많이 내는 우량 기업군에 속한다.

특히 234만원이 아니라 38% 할인된 144만원이란 가격에 판매하고, 거기서 엄청나게 쏟아 붓는 마케팅비와 길거리마다 한 집 건너 있다는 그 많은 이동전화 판매점들의 생계비를 제하고도 본사 차원에서 연간 수조원의 이익을 취한다. 그러니 234만원이란 가격은 뻥을 쳐도 한참 뻥을 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90만원을 할인할 때 이동전화 회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감당하는 몫은 때와 상황에 따라 달라 한 마디로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 정교한 계산을 통해 양쪽에서 부풀린 만큼 나누어 할인해줄 듯하다. 그러나 요금과 단말기 명목 가격이 38%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내릴 여지가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론적으로는 그렇게 내리고도 이동전화 회사나 제조사는 지금과 같은 이윤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이동전화 회사의 요금할인은 허구라는 점을 특별히 지적해야 한다. 요금할인은 원래 장기 사용 약정을 할 경우 소비자의 상품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기 때문에 서비스 사업자가 요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봤듯 지금의 요금할인은 부풀려진 요금과 단말기 가격을 일부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지금 국내 이용자는 약정 가입을 하고도 요금할인을 못 받는 셈이다. 판매가를 현실화한 뒤 새로 계산돼야만 약정 요금할인이 의미가 있어진다.

사실 이런 칼럼을 쓰는 건 이제 지겹다. 수 많은 대안들이 나오고 실제로 휴대폰 가격표시제나 이동전화 서비스와 단말기의 분리 판매제(일명 휴대폰 자급제 혹은 블랙리스트제)같은 좋은 제도가 도입됐지만 늘 공염불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으로 믿는 바, 정치인은 국민을 우습게 보고 기업은 소비자를 호구로 본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정치인은 투표로 단죄할 수 있는 형식적인 절차라도 있지만 소비자를 호구로 보는 기업은 누가 말려야 하는 것일까.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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