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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여성 동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독자 한 분으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황당하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해서 ‘어쩔까’ 고민을 하다가 답장 글을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메일이 두어 번 오고 갔는데, 이메일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설 뿐이었습니다. 어떤 합의나 결론을 도출하기 힘든 문제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저는 이 분의 생각에 대해 반대 입장입니다. 특수한 상황을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해 여성 직업인들을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시각도 있을 수 있다’는 참고 사항으로 여러분께 그 메일의 내용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물론 그 분은 자신의 오류 가능성에 대해 일부는 시인을 했으나, 제가 “inews24의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아보자”고 제의를 했더니, 전재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여자들은 몰라도 남자들 가운데는 내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메일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한상복님. 벤처 뒤집기 책을 출간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잘 보고 있습니다. 먼저 제 소개부터 하지요. 저는 모바일 솔루션 업체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입니다. 사회 생활을 3년 밖에 하지 않은 초년병이죠. 사회 경험도 없는 제가 한상복님께 메일을 보내기로 작심한 것은 왜 이런 글은 쓰지 않으셨을까 하는 의문 때문입니다.

한상복님께서 벤처들의 내면에 대해 많은 것들을 탐구하시고 조사하셔서 좋은 글을 써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주 중요한 한 가지를 빼놓으셨더군요. 벤처기업에서 일을 하는 여성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벤처 뒤집기를 읽다보면 “설겅설겅 일하는 벤처는 좋은 곳이야”하는 어떤 분의 지적도 나오고 하는데요. 왜 그런 정도가 제일 심한 여성들 얘기는 쏙 빼놓았는지 모르겠네요. 한상복님이 벤처들을 조금 아신다고는 하나,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실태에는 어두워서가 아닐까요?

우리 회사에는 여직원들이 많습니다. 우리 팀에도 5명중에 2명은 여성입니다. 한명은 디자이너고, 또 한명은 개발자입니다. 근데 이 여성들이 문제투성이들 입니다. 일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빈둥거리다가 땡 하면 후다닥 퇴근을 합니다.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온갖 수단을 써서 도망을 갑니다. 집에 중요한 일이 있다거나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가봐야 한답니다. 그렇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남자친구를 만나거나 놀러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아직 여자 친구가 없다 보니까 여자들을 잘 이해 못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팀장님과 다른 남자 선배까지 저랑 비슷한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괜시리 저만 색안경을 쓰고 우리 여직원들을 보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팀 여성 사원들이 얼마나 일을 안 하는지 보려고, 우리 팀장님이 하루 종일 감시를 한 때가 있답니다. 저는 그런 것을 몰랐는데요. 점심 먹고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팀장님이 그러시더군요. “어제 여직원 두 명이 얼마나 일을 하나 시간을 재어 보았더니 35분이었다”고 그럽니다. 회사 업무와 관련된 전화도 받고 컴퓨터로 디자인이나 프로그램도 좀 보고 하는 시간을 모두 따진 것이 그 정도라네요. 회의라도 했으면 그 시간을 넣었을텐데요.(참고로 저희 회사는 회의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메신저를 쓰는 일이 많지요.)

회사의 출근시간은 아침 9시고, 퇴근은 7시 입니다. 그럼 일을 하지 않는 나머지 시간에는 여직원들이 뭐를 하냐고요? 팀장님은 그게 웃긴다고 합니다. 여기 저기 사이트 들락거리다가 공짜 영화 시사회에 응모를 하기도 하고 웹 사이트를 누비면서 재미있는 일이 뭐 없나? 하고 찾는 것이 우리 여직원들의 일과였답니다.

저번 주에도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우리 팀에 비상이 걸렸는데요. 여자 직원 2명은 여기서 열외였습니다. 한명은 어머니가 편찮으시다고 7시도 안되어서 퇴근을 했고 또 한명은 안절부절하더니 몸이 아프다고 7시반 쯤에 나가더군요. 몸이 아프다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냥 가라고 할 수 밖에 없지요.

그런데 이런 모양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이 여자 직원들과 일을 시작한 이래로 계속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 남자들만 죽어납니다. 새벽 2시, 3시까지 작업을 해서 마쳐 놓으면 여직원들이 아침에 나와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열받은 일이 여러 번이었습니다. 도대체 여자들은 왜 그런 것일까요? 남자친구 만나서 노는 일이 99%고, 회사 일은 1%도 안되는 것 같아요. 매일 주말에 놀러갈 곳을 찾느라고 하루종일 웹 서핑을 하다가 친구들과 채팅을 하다가… 땡하면 퇴근을 합니다.

사장님께 일러바칠까 하고 생각도 했는데요. 우리 팀장님이 반대를 하셨습니다. 그러면 자기한테도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장님은 여직원들을 무지 이뻐하셔서 저 같은 조무래기가 고해바친들 귀에 담아들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팀 여직원들도 그렇지만, 다른 팀도 문제라고 하네요. 관리 팀 여직원은 아예 책상 위에 소설을 펴 놓고 살더군요.

그래서 제가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나중에 제가 회사를 차리게 된다면 절대로 여직원은 뽑지 않을 겁니다. 한마디로 돈이 아깝습니다. 회사 나와서 하루종일 빈둥거리면서 놀다가 월급은 또 얼마나 많이 가져가는지...저는 군대 갔다 오느라고 입사가 늦었는데요. 회사 생활을 일찍 시작한 여직원은 나이도 저보다 어린데 훨씬 많은 돈을 타갑니다. 대학 시절에는 여자 애들이 공부도 잘하고 해서, 사회에서도 유능할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아니더군요.

저희 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벤처기업에서도 이런 일들이 꽤 있습니다. 저희와 제휴를 맺은 회사랑 가끔씩 개발자 미팅을 하는데요. 거기 사람들도 비슷한 얘기를 하더군요. 돈도 없는 벤처들이 이런 여직원들한테까지 월급을 준다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한상복님은 벤처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점을 칼럼으로 쓰셨는데, 왜 여성들 문제는 제기하지 않는지 궁금해서 멜 보냅니다. 만일 이런 것을 모르셨다면 이 기회에 알아보시지요.

XXX올림>

이 분의 메일을 읽어보니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잠시 생각하다가 짤막한 답장을 보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한상복 입니다.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메일을 잘 보았습니다. 저는 그런 부분은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몇 가지 제 의견만 정리해서 보내드립니다. 첫째, 선생님의 시각은 특수한 부분을 일반화시켜 전체 여성들을 매도할 소지가 높습니다. 선생님 주변의 여직원이 빈둥거린다고 해서 모든 여성 직업인들이 그럴 것이라고 보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둘째, 선생님께서 다니는 회사의 여직원들이 일을 하지 않고 논다고 보는 것은 선생님과 그 주변 남성들의 독단일 수 있습니다. 셋째, 만일 그들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더라도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회사의 체계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를 먼저 따져 보아야 할 것입니다. 각 파트의 직원들에게 일을 분배하고 여기에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데에서 일부 여성 직원들을 배제시킨데 따른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만일 회사의 시스템이 여성들로 하여금 ‘보조’의 역할만을 수행토록 했다면 이는 개인만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보조는 어디까지나 보조 이니까요.

넷째, 회사의 일이 ‘설겅설겅’ 할 만하기 때문이 아닌지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새벽까지 일을 한 적도 있다고 말씀하셨으나, 그렇게 바쁜 분 중 일부(팀장)가 여직원들이 하루 종일 무엇을 하는지 감시할 여유를 가졌다는 것은 저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당부 드리지만 개인적인 특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여성 직업인을 적당히 놀면서 월급만 타가는 부류로 매도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그럼 건투 하십시오.>

이렇게 답장을 보냈더니, 불과 30분도 되지 않아서 회신이 왔더군요. 그 분은 “내 시각에 너무 극단적인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하셨으나 전체적으로는 자신의 주장이 맞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팀의 여직원들이 얼마나 업무에 성의와 열정이 없는지를 보여주는 각종 사례와 함께 이들이 회사를 ‘액세서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등등의 내용입니다.

그래서 제가 “정말로 그렇게 확신한다면 inews24 독자들에게 이 내용을 전달하고 반응을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하고 메일을 보냈더니, “좋습니다. 여자들은 모르겠으나, 아마도 남자들 중에서는 제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자, 이번 글에도 결론은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독자 의견란에 좋은 의견을 많이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설혹, 흥분하셨더라도 에티켓만은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욕을 먹어야 마땅한 것은 아닙니다.

한상복(㈜비즈하이 파트너, 전 서울경제신문 기자 closest@bizhig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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