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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규] 뒷북치는 언론과 새로운 온라인 언론의 실험


 

한마디로 점입가경이다. 8·15 방북단의 일부 돌출 행위가 급기야 장관 퇴

진 정국으로 비화되고 있다. 방북단 일부의 돌출 행위에 대한 평가는 다

를 수 있겠다. 서로 상반된 시각의 언론들이 그 동안 숱하게 제기한 쟁점

인 만큼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겠다.

언론의 혼란스런 보도를 접하면서 그러나 한가지 의문이 슬며시 고개를 든

다. 일부 문제된 방북단의 돌출 행위가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다양

한 시각과 태도와는 무관하게, 과연 언론들이 그렇게 흥분할 사안이었던

가 하는 점이다.

정작 이번 사건이 남북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북한은 또 이번 사

태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에 그렇게

흥분하는 언론이 정작 북한의 반응에 대해서,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

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깊게는 미국에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 교착상태를 면치 못하

고 있는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도대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 것인지 하는

궁금함도 뒤를 잇는다.

하지만 언론에서 그런 보도를 찾아보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것이 어

떤 시각에서건 말이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언론에서는 더 이상 ‘뉴스거

리’가 되지 않는, 혹은 주목할 만한 뉴스 거리가 아예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은 분명 뜨거운 논쟁 거리

임에 분명하다. 교착상태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남북 문제를 어떻게 풀

어갈 것인가 하는 것도 결국은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방북단 일부가 북한에서 보인 ‘돌출적인 태도’를

문제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우리 언론의 1면 머릿기사를 장식할 정도로 국기를

뒤흔들고, 정부의 방북 허용을 문제삼을 만큼 심각한 문제였을까. 가치 판

단의 기준에서가 아니라, 사실 관계에서도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야 했던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방북 취재를 했던 기자들 사이에서도 강력한 문제 제

기가 있었다는 소식이다. 방북단 돌출 사건을 앞장서 보도했던 중앙일보

와 취재 기자에 대해서는 앞으로 기자단의 공동 방북 취재에서 사실상 배제

하는 강력한 규제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이기도 하다.

더욱이 모두가 ‘하나’같을 수 없는 다원화된 우리 사회에서 일부 돌출

행위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당사자들에게 있다. 그것이 방북단 전체의

기조와는 분명 다른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돌출행위를 이번 방북단

의 ‘모든 것’인 양 몰아간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는 분명 익히 보아왔던

일방적인 '여론몰이'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작 사안의 본질적인 측면이나 중요한 핵심은 놓친 채 지엽적인 문제로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가거나, 뒤늦게 문제 삼는 언론의 일방적인 여론몰이

는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오 장섭 전 건설부장관을 해임으로 몰고 간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항공안전 2등급 판정 파문 또한 크게 다르지 않

다.

미국연방항공국(FAA)의 예비판정에도 불구하고 안이한 대처로 사태를 이

지경 까지 이르게 한 데는 물론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에 대한 정치

적 책임을 관련 장관에 묻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 동안 언론들은 무

엇을 해왔는지도 묻게 된다.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또한 뒤늦

은 비판에 덩달아 나서는 민망함이 앞서지만, 언론 또한 무책임하기는 정

부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우리 나라의 2등급 판정은 이미 지난 5월 FAA의 ‘2등급’ 예비판정에서

부터 우려됐던 일이다. 그러나 당시 여기에 주목했던 언론은 단 한 군데

도 없었다. FAA의 최종 평가를 불과 며칠 앞둔 지난 7월 초에야 부랴부랴

뒤늦게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미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태였다.

언론으로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정부가 1차 예비판정 결과를 꽁꽁 숨

겨놓고 알리지 않는 데 언론이 무슨 수로 보도할 수 있었겠느냐는 항변이

나올 수 있다. 그 자체가 궁색하기 이를 데 없지만 지난 6월 항공사 노조

가 파업에 들어가 ‘안전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제기할 때도 여기에 주목

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아예 관심이 없었거나, 아니면 문제를 제기할 만

한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언론의 태만과 직무유기는 정보통신 분야 또한 예외는 아니다. 검찰이 음

악파일 공유 사이트인 소리바다를 저작권 침해 혐의로 기소할 때 까지 언론

들이 보여준 모습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해 5월 소리바다가 첫 선

을 보였을 때 ‘냅스터 파문’을 의식해 일부 ‘저작권 침해 논란’을 다루

기는 했지만 검찰 기소에 이를 때 까지 대부분의 언론들은 단순한 ‘사건보

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냅스터와 소리바다에 대한 법적 논란은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문제라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는 검찰이 기소하느

냐, 마느냐 하는 것 보다도 과연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소화해낼

것인가 하는 점이 더 중요했던 사안이다.

사법 처리 결과 보다는 그 과정에서의 법리적인 공방과, 디지털 시대에

서 제기되는 숱한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사회적 논의

그 자체가 더 중요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언론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대

다수 언론의 보도는 말 그대로 흥미 위주의 수박 겉핥기식 보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냅스터 파문을 지겨울 정도로 집요하게 추적 보도하는

미국 언론의 보도태도와는 대조적이다.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운영체제 분야에서 세계 지배를 꿈꾸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독점 금지법 위반 소송이나, 새 운영체제인 윈도 XP의 서비스 통

합 논란은 우리에게도 결코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각종 서비스를 통

합 제공하는 윈도 XP는 당장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분야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윈도 XP의 가공할 만

한 ‘도전’과 ‘위협’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언론 매체는 극

히 일부에 불과하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비롯해 언론을 다룬 기사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주요 기

사가 되는 사회는, 그런 언론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정상이 아닌 사회에

서 정상이 아닌 언론들이 쏟아내는 언론 관련 논란들의 혼란스러움에 또 하

나의 잡설을 덧붙이는 우매함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언론의 개혁은 독자와

시청자들의 혁명적인 ‘선택’ 없이는 요원하다.

일방적인 여론몰이 보다는 사안의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다뤄줌으로

써 독자와 시청자들의 판단을 돕는 그런 언론, 지엽적인 문제로 흥분하기

보다는 차분하게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그런 매체, 독자와 시청자의 흥

미에 영합하기 보다는 다뤄야 할 문제들을 진실되게 제기하는 용기있는 언

론은 그런 언론을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와 발상에 대한 사회적인 지지

와 선택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독립적이면서도 내실있는 언론은 무엇보다 안팎의 규제와 압력으로부

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 어떤 매체도 결코 시장의 논리에서 자유로울수

도, 예외일 수도 없겠지만 그런 언론이 있다면 그것을 가꿔가는 것은 그

런 언론 매체를 열망하는 독자와 시청자의 몫이 크다.

왜곡된 언론의 횡포가 초래하는 사회적 폐해를 생각할 때 제대로 된 매체

하나가 한 사회에, 또 한 분야에 얼마나 큰 행운일 수 있는가는 익히 미루

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언론 매체를 일구고 튼튼하게 가꾸는 일은 1차적

으로 언론사와 언론인들의 책무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독자

와 시청자들의 구체적인 ‘선택’과 ‘지지’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막대한 시설 투자가 필요했던 기존 언론 매체의 진입 장벽을 ‘온라인’으

로 돌파해보고자 하는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매체'들을 주목하게 되는 것

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존 언론의 관성과 타성을 뛰어넘는 온라인 매체들

의 분발을 기대해보자. 그리고 선택하자.

/백병규 미디어오늘 전 편집국장, inews24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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