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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규] @home 프로젝트와 슈퍼컴퓨터


 

컴퓨터 자원 공유 기술(P2P:peer to peer)이 여러 모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단연 냅스터. P2P의 가장 초보적인 파일 공유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들간에 음악파일을 공유토록 한 냅스터는 단숨에 세계 음반산

업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격렬한 법정 공방 끝에 냅스터는 유료화 모델을 모색하고 있지만 제2, 제3

의 냅스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음악 파일 뿐 아니라, DVD 등 동

영상 파일을 비롯해 공유할 수 있는 모든 파일의 공유를 기치로 내걸고 냅

스터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냅스터 처럼 요란하게 화제를 뿌리지는 않았지만 그 뒤안에서 보다 큰 변화

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 이른바 엣홈(@home) 프로젝트 들이다. 각각의 컴퓨

터 처리능력 자체를 공유해 특정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엣홈 프로젝트야말

로 파일 공유 수준인 냅스터 보다 P2P의 본질에 훨씬 더 가깝다고 할 수 있

다.

대표적인 엣홈 프로젝트인 세티엣홈(SETI@home)은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 프

로젝트이다. 영화 '콘택트'의 주요 무대였던 푸에르토리코의 알레시보 전

파 망원경이 포착한 외계 신호를 전세계의 자원봉사자들 PC를 이용해 분

석,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이다.

세티홈에 참여하려면 세티홈 본부에서 화면보호기를 내려 받으면 된다. 컴

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내려받은 화면보호기가 작동하고 이 때 이 컴퓨

터의 여유 처리기능을 이용해 세티엣홈 본부에서 제공하는 최신 데이터를

분석, 본부에 보내게 된다.

여태껏 외계의 지적생명체로부터 온 신호는 잡히지 않았지만 이미 300만 명

이 세티엣홈 화면보호기를 내려 받았으며, 그 동안 이들 자원봉사자들의

PC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처리한 데이터는 PC 한대로 작업했을 경우 60만

년 걸려야 처리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엣홈 프로젝트로는 세티엣홈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폴딩엣홈

(Folding@home)은 인간 지놈 프로젝트를 통해 밝혀진 유전자 정보를 이용

해 신약을 만들기 위한 단백질 합성 프로젝트이고, 엑스펄서엣홈

(Xpulsar@home)은 맥동성(脈動星)인 펄서의 천체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이

다.

인구 동향에 관련된 여러 경향들을 분석하는 이볼루션너리엣홈

(Evolutionary@home)이나 에이즈 치료약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파이트에

이즈엣홈(FightAidsATHome), 항암화학요법 반응 분석을 주로 하는 컴퓨트어

게인스트캔서(Compute-Against-Cancer)도 대표적인 엣홈 프로젝트들이다.

이들 엣홈 프로젝트의 P2P방식은 차세대 인터넷 방식으로 주목되는 그리드

컴퓨팅의 초기 단계이기도 하다. 엣홈 프로젝트들이 주로 PC의 컴퓨팅 파워

를 모아 슈퍼컴퓨터급 처리능력을 활용하는 것이라면 그리드 프로젝트는 컴

퓨터의 처리능력은 물론 데이터 베이스, 참여자의 개개인별 작업 처리 결

과 등을 총체적으로 ‘공유’하고 ‘결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 자원을 인터넷이라는 통신 매체를 통해 공유하는 엣홈 프로젝트 구

상은 어제 오늘 비롯된 것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대 초부터 시

도돼 왔다. 당시는 PC가 없었기 때문에 메인프레임급 대형 컴퓨터 자원을

상호 공유하거나, 하나의 프로젝트를 여러 컴퓨터에서 분산 처리하는 방식

이었다. 컴퓨터의 자원의 공동 활용과 그 자료의 공유는 컴퓨터 과학자들에

겐 오랜 꿈이자 소망이었고, 이제 그 꿈들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자원의 공유와 분산 처리라는 컴퓨터 과학자들의 오랜 소망이 지구

단위로 실현될 수 있게 된 것은 말할 나위 없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컴퓨

터 통신 기술의 발달과 PC의 기능 향상에 힘입은 바 크다.

컴퓨터 자원을 공유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분산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

다 네트워크 안에서 신속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야 한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화 모뎀의 속도만 해도 1980년대 인터넷 기간망의 통신 속도에

버금가는 것이다.

또 하나는 막강해진 PC 성능이다. PC의 프로세서 파워는 18개월 마다 두 배

씩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무색할 정도로 확장일로를 걸어왔다. 오늘날

PC는 어떤 프로젝트라도 분산 처리에 필요한 프로세싱 파워와 저장용량을

갖추고 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엣홈 프로젝트의 경우 참여자들의 ‘자발

성’이 가장 큰 힘이 되고 있지만 한편으론 비조직적 자발성에 의존하고 있

기 때문에‘데이터가 중도에서 망실되는 사고들이 잦다. 각기 상이한 운영

체제와 하드웨어 사양에서 어떻게 동일한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가동시킬

것인가 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리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에게 과연 그리드 프로젝트가 추구하

고 있는 슈퍼 컴퓨터급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겠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한편에선 제기되고 있다.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슈퍼 컴퓨터급 파워가 필요

한 일이란 거의 없다. 다다익선이라고는 하지만 일반인들로서는 모든 컴퓨

터 자원을 공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도 하나 둘 해결되고 있어 엣홈 프로젝트나 그리드 프로젝트

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엣홈 프로젝트에서는 안정적인 컴

퓨팅 파워와 데이터 망실을 보완해주는 서비스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드 프로젝트 또한 궁극적으로 컴퓨팅 파워를 능력에 따라 제공하고 필

요한 만큼 자유롭게 사용하자는 것인 만큼 컴퓨팅 파워를 얼마나 쓸 것인

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이용자들의 '선택의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치 전기처럼 필요한 만큼 재량껏 사용한 후 그 비용을 지불하는 시대가

머지 않아 도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사용한 컴퓨팅 파워

비용에서 타인에게 제공한 컴퓨팅 파워 대가를 빼야 하는 다소 복잡한 계산

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야 말로 하드웨어 측면에서만 본다면 엣홈 프로젝트나 그리

드 프로젝트에 아주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에서

는 단연 세계 1위이고, 기업이나 가정의 PC 역시 세계적으로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첨단을 달리고 있다.

반면 사용 용도는 지극히 국한돼 있는 경우가 많다. 가정의 컴퓨터나 인터

넷망은 더욱 그렇다. 유효 자원의 활용 측면에서라도 엣홈 프로젝트나 그리

드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할 만 하다. 남아 도는 PC의 자원만 공유한다면 막

대한 외화을 들여가며 슈퍼 컴퓨터를 들여올 일도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슈퍼컴퓨터급 수요는 결코 적지 않다. 세계 최대의 슈퍼

컴퓨터 메이커인 IBM 마저 행여 뒤질세라 그리드 프로젝트에 적극 뛰어들

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엣홈 프로젝트나 그리드 프로젝트

에 대한 소식을 접할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백병규 미디어오늘 전 편집국장, inews24 객원기자 bkb21@hana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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