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홍윤선의 인터넷 김밥]UCC와 대선, 미디어 선정주의


 

지난 2006년 8월 미국의 중간선거 기간에 있었던 일이다.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조지앨런 상원의원이 유세 중 무심코 던진 발언으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인도계 선거 운동원에게 마카카(Macaca, 원숭이를 뜻하는 속어)라고 부른 장면이 동영상에 포착되어 UCC(User Created Contents : 이용자가 손수 제작한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배포되면서 결정적 타격을 당한 것이다.

상대편의 민주당 짐 웹 후보 진영에서는 이를 기회로 활용, 아시아계 주민이 '진짜 버지니아인' 이라는 구호를 통해 결정적 승기를 잡았다. 조지앨런 상원의원은 차기 대통령 후보 군에도 빠짐없이 거론되던 거물 정치인이었다. 선거결과가 공화당 정권의 실정에 대한 실망감이라고는 하지만,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지역임을 고려한다면 미국인들도 디지털 시대의 감정적 자극에 매우 민감해 지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다.

우리의 경우도 지난 총선거에서 이와 유사한 일을 겪었다.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 대한, 보는 이들의 감정을 격동시키는 장면들이 수도 없이 방송에서 흘러나와 선거 판을 완전히 뒤집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전 정동영의장의 노인폄하발언이 동영상으로 공개되자 장년 보수층의 감정이 역방향으로 흘러 위기감 속에서 의장직을 던져야 했다.

만약 그 시절에 지금과 같이 UCC가 활성화 됐더라면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탄핵보도는 공중파를 통해 충분히 유통되었기에 큰 차이가 없겠지만, 노인폄하발언 동영상은 당시보다 더 큰 부정적 파장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패턴이 몇 년간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거쳐 최근에는 동영상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각종 언론의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2007년의 인터넷 화두는 'UCC 동영상'이라고 예단하고 있다. 연말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또 한바탕 디지털 미디어로 인한 혼란이 없을까?

아직까지 UCC 동영상은 자기표현이나 엔터테인먼트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테크놀로지 활용의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다. UCC를 통해 독특한 분야의 사람들이 드러나고 때로는 인기인으로 부상하기 시작하며(또는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며)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소수의 참여자와 오락거리로 즐기는 다수 소비자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UCC동영상으로 인해 사회적 의사소통을 왜곡시킬 만한 단서가 포착되었다.

얼만 전 UCC 사이트에서 화제가 된 두 건의 집단구타 동영상이 그것이다. 하나는 여중생을 동급생들이 집단 구타한 동영상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남자 고교생 10여명이 다른 남학생들을 구타하는 영상이었다. 전자는 실제 구타사건 이었고 후자는 조작이었다.

물론 조작이던 실제던 구타 동영상이 나도는 것 자체가 병든 청소년 세계를 드러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두 사건은 UCC가 사회적으로 어떠한 자극과 영향을 끼칠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의미 있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먼저, UCC는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더욱 많이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이를 통해 사람들이 일부 각성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절제되지 않은 무분별한 동영상들이 더욱 난무하면서 이리저리 휩쓸리는 감정적 집단성과 무감각의 극단을 오갈 가능성이 높다. 동영상은 문자보다 훨씬 수월하게 감정을 격동시킨다. 정치적 사안이나 민족주의적 이슈는 감정을 격동시키는 반면, 정작 분노해야 할 폭력 동영상과 같은 것은 무감각으로 수렴되지 않을까?

또 하나는 UCC동영상으로 인한 오인과 조작의 위험성이 한 층 커졌다는 점이다. 종종 유명인의 '굴욕' 시리즈 사진을 보면 방송 녹화장면 중에서 순간적으로 우스꽝스런 표정을 짓는 프레임을 따로 이미지로 만들어, 이를 보고 웃으면 즐긴다. 정치인과 같은 공인들은 외부에 자신을 자주 노출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의도적인 동영상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포착이 가능하다.

실제 있는 그대로의 동영상일지라도 정황과 무관하게 편집된 동영상은 사실상 조작과 같은 효과를 내지 않겠는가?

결과적으로 UCC 환경은 극단적인 미디어 선정주의로 가는 길목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큰 피해가 우려되기도 하지만, 공격적인 입장에서는 상대방에 단기적으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가장 요긴한 무기인 셈이다. 최근 실시된 포탈 및 언론 사이트에 대한 인터넷 실명제는 지금 시점에 있어선 철 지난 대책과 같다. 현 시점에서 UCC에 대한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 간 우리들은 정치적 견해를 막론하고 미디어 선성주의에 시달려 왔다. 정치적 당사자들은 모두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UCC라는 새로운 도구를 이들이 과연 어떤 식으로 대하고 이용할지 지켜보기에 금번 대선만한 모델이 없어 보인다. 아울러 UCC 환경에서 무차별적인 미디어 선정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과 태도도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선거와 같은 공공 커뮤니케이션은 한정된 범위 내에서 공격과 방어를 통해 적정한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이 용납된다. 그러나 UCC동영상은 거의 무제한 적으로, 의도적인 것은 물론 의도하지 않은 상처까지도 주고 받을 가능성이 너무 크다.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홍윤선 웹스테이지 대표 yshong@webstage.co.kr








alert

댓글 쓰기 제목 [홍윤선의 인터넷 김밥]UCC와 대선, 미디어 선정주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