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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철 변호사의 특허이야기 (7)] '사업 아이디어도 특허 받을 수 있나요?'


 

얼마 전 잘 알고 지내는 어떤 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 분은 몇 년 전 취미로 시작했던 손뜨개를 사업으로 성공시킨, 손뜨개 분야에서는 꽤 유명한 분이다. 처음에는 가정주부로서 단순히 취미로 만든 손뜨개 작품들의 사진을 재미로 인터넷에 올렸다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곧 이어 손뜨개에 대한 출판까지 하게 되어 그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른바 '늦깎이' 재주꾼이었다.

그녀의 말인즉슨, 자신이 손뜨개로 정성스럽게 스웨터 등 옷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입히면 종종 개구쟁이들이 어디선가 단추를 떨어뜨려 잃어버리고 들어오는데, 똑같은 단추를 구할 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에 그런 사정을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하면서, 그것과 관련된 인터넷 맞춤형 단추 판매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것인데, 그 사업 아이디어를 특허 받아 보호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 그녀의 질문이었다.

본 연재의 첫 글에서 설명하였던 것처럼, 특허제도는 기술개발자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사회에 공개하여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기부하면, 그 대가로 일정 기간 동안은 그 기술개발자만이 그 기술을 사용하여 독점적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하는 것이다.

즉 특허제도는 일정 기간 동안의 독점적 이익을 보장하는 제도이기는 하나, 그 독점적 이익의 보장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기술개발자가 그 기술을 혼자서만 비밀로 유지하지 않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공개하여 인류 전체의 공동 재산으로 만들게 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업 아이디어는?

사업 아이디어를 사회에 적극적으로 공개하여 인류 전체의 공동 재산으로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명제가 가능하기 위하여서는, 우선 사업 아이디어를 혼자서만 비밀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업 아이디어’라는 것이 비밀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일까? 사업 아이디어란 결국 그 사업이 시작되는 순간 저절로 공개되는 것이 아닐까? 즉 ‘사업 아이디어’란 그 속성 상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지난 글에서도 설명했던 것처럼, 특허권으로 보호되는 ‘발명’이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특허법 제2조 제1항)이다.

그런데 ‘사업 아이디어’ 그 자체는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은 분명 아니다. ‘사업 아이디어’란 어떤 상품을 어떻게 판매하여 어떻게 이익을 올릴 것인가 하는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는데,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는 ‘사회법칙’ 혹은 ‘경제법칙’을 이용한 창작일지언정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수한 의미의 사업 아이디어가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과 관련이 되는 사업 아이디어라면? 이는 특히 인터넷의 확산에 따른 전자상거래의 급속한 발달과 관련된 문제인데, 왜냐하면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본질적으로 컴퓨터 하드웨어 자원에 기하여 실행되는 독특한 컴퓨터 프로그램의 내용의 발명과 관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는 지난 글들에서 살펴보았던 컴퓨터 프로그램의 특허성과 관련되는 문제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State Street Bank & Trust Co. v. Signature Financial Group, Inc. 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State Street Bank & Trust Co.와 Signature Financial Group Inc.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는데, State Street는 Signature가 특허를 가지고 있는 데이터 처리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하여 Signature와 협상을 벌이다가 결렬되자, 위 데이터 처리 시스템 특허의 무효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분쟁의 대상인 특허는 뮤추얼펀드(mutual fund)의 투자를 위한 구조를 실행하는 자료처리 시스템(data processing system), 즉 뮤추얼펀드의 투자구조를 관리하기 위한 컴퓨터에 의한 회계처리시스템(computerized accounting system)에 대한 특허였다. “Hub and Spoke"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은 뮤추얼펀드가 자신들의 자산을 파트너쉽(partnership)으로 조직된 투자 포트폴리오에 공동 출자하는 구조를 실행하는 것이었는데, 이같은 투자구조는 뮤추얼펀드의 운영자에게 파트너쉽에 따른 세제상의 혜택을 줄 뿐만 아니라 투자를 관리하는데 있어서의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위 사건에서 1998년 7월 미국연방고등법원은 “유용하고 구체적이며 실제적 결과(A useful, concrete and tangible result)가 있으면 특허요건이 충족된다”고 하여 ‘Hub and Spoke식 금융서비스 관련 데이터처리시스템’발명에 대하여 특허권을 인정하였는데 이는 이른바 “영업방법 발명”에 대한 특허 보호의 효시가 되었고, 1990년대 후반 이후 인터넷이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배경 하에 위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영업방법 발명"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즉 ‘사업 아이디어’에 대하여도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생긴 것인데, 이를 영어의 Business Method 또는 Business Model의 이니셜을 따서 “BM특허”라고 부르며 우리말로는 통상 “영업방법 특허”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때 단순한 사업상의 아이디어 또는 영업방법은 BM특허의 대상이 아니며 컴퓨터 통신 인터넷기술을 기초기술로 하여 아이디어(업무모델)와 데이터 처리과정, 데이터 구조 및 속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특허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특허청도 컴퓨터 관련 발명 심사기준을 개정(1998.8.)하여 소프트웨어로 기록된 컴퓨터로 읽을 수 있는 기록매체도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구체적 수단이 제시될 것을 조건으로 특허의 대상으로 인정하기 시작하였는데, 전자 상거래 관련 특허가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커다란 영향을 고려하여 개정된 심사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

즉 특허청은 영업발명이 특허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발명의 요건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통신 인터넷 기술을 기초기술로 하여 아이디어(영업방식)와 시계열적인 데이터 처리 과정, 데이터 구조 및 속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하는 것을 일응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업 아이디어를 특허 받아 독점적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을 일으키려는 사람들에게는 이처럼 매력적인 일이 없을 것이다. 인터넷 기반의 맞춤형 단추판매 사업을 구상하던 의뢰인이 BM특허에 대하여 고민하였던 것은 사업가로서의 당연한 마인드였던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BM특허에는 엄격한 요건이 존재한다. BM특허의 요건 및 BM특허 관련 분쟁에 대하여 다음 글에서 계속 살펴보기로 하겠다.

◆필자 소개

임상철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독일 괴팅엔대학교 경제학과 Diplom과정과 영산대학교 법무대학원 국제법무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정도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주소: sml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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