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일주일에 서너 차례 운동을 하고 있다. 4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약간의 고지혈증과 혈압이 높아지기 시작해 건강관리를 꾸준히 해야 하는 터이다. 가장 역점을 두고 운동하는 것은 바로 몸 속의 불필요한 지방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의사는 핏속에 지방이 정상보다 많은 탓이라 지속적으로 운동을 통해 불필요한 지방을 제거해야 건강하게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그런데, 평소에는 꾸준히 관리하다가도 추석과 같은 명절기간을 만나면 몸 상태가 금새 흐트러진다. 연휴기간 운동을 쉴 수 밖에 없고, 아무리 먹는 것을 절제하려 해도 하루 종일 근처에 먹을 것 널려있다 보니 자연히 손이 가게 마련이다. 결국 체중은 2~3킬로그램 정도 늘어나고 운동을 하다 보면 몸이 몹시 무겁게 느껴진다.
사실 지금은 운동이 어느 정도 몸에 익숙해져 있지만, 처음 6개월 동안은 아무 효과가 없었다. 운동 할 때만 잠시 컨디션이 좋아졌지, 잠시 관리를 게을리 하면 예전으로 금새 돌아가기를 밥 먹듯이 했으니 말이다. 나중에는 이를 두고 요요 현상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체중을 줄이려고 운동을 과하게 하거나 일시적인 단식을 통해 얻은 효과는 잠시만 지나면 원 상태로 돌아가거나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바로 이것이다.
불필요한 몸 속의 지방을 관리하는 일만 하더라도 최소한 6개월 이상 걸쳐 몸에 밴 습관으로 자리잡기 전까지는 효과가 없을진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적 행동습관은 어떠할까?
아침에 출근해 보니, 그 동안 바빠서 읽지 못한 전문지와 참고자료가 책상 옆에 잔뜩 쌓여있었다. 한번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하루하루 미루다가 어느덧 한달 가까이 지난 것이다. 두어 달 전에도 잔뜩 밀린 전문지와 자료더미를 고민 끝에 버리면서, 앞으로는 제때 짬을 내어 읽고 미루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런데도 얼마 시간이 지나자 또 다시 자료더미에 치이게 된 책상을 바라보니, 답답하기도 했고 내심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일단 짬을 내어 자료를 정리할 생각이지만,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나 조차도 자신하기 어렵다. 조금만 더 미루다가는 전번처럼 깨끗이 포기하고 죄다 버려야 할 터이니 말이다.
정보시대의 신 조어 중에 '데이터단식(Data Fast)'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지금과 같은 내 상황을 두고 하는 소리인 듯싶다. 미래 트렌드 전문가인 페이스팝콘이 쓴 '미래 생활사전'에는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전자우편, 인스턴트 메신저 그리고 음성우편들을 훑어보다가 지칠 때, 사무실에 쌓아놓은 잡지더미가 산더미 같을 때가 바로 데이터를 단식 할 때이다."
내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런데 나에게 이 것 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나는 한달 여 전에 이미 데이터 단식을 한번 했었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상황은 데이터 과다섭취와 단식을 반복하는 요요 현상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번 단식하는 것으로는 결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듯이 지금 내가 답답해 하고 있는 데이터 고지혈증도 단식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운동을 꾸준히 해 나가면서 요요현상을 극복했던 것과 같은 안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자주 버리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잡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운동을 하며 몸 속의 지방을 제거하는 날, 데이터 지방도 없애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일주일에 서너 번은 관리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었다. 고지혈증을 관리하기 위해선 평소에 지방섭취를 절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요사이는 좋아하는 사탕류와 쵸콜릿을 거의 먹지 않는다. 내가 취하는 데이터 중에서 겉보기에 맛있어 보이나 실제로는 지방만 살찌우는 그러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볼 참이다.
훈련과 습관의 힘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한 듯싶다.
/홍윤선 웹스테이지 대표 yshong@websta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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