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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유럽 IT 재발견] 영국 창조산업 아이콘들의 수난


 

영국의 크레이티브 산업에 대표적인 두 아이콘이 있다. 영국 게임 산업의 아이콘인 아이도스의 ‘툼 레이더’와 애니메이션 산업의 아이콘인 아드만 애니메이션의 클레이 애니메이션인 ‘월레스와 그로밋’이다. 이런 영국이 자랑하는 이 두 아이콘이 공교롭게도 작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잇다.

툼 레이더는 1996년 코어 디자인이 개발하고 아이도스가 퍼블리싱하였으며 7번째 시리즈 작품이 내년 3월 출시 예정이다. 그러나 마지막 두 작품과 영화제작에서도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결국 지난 5월 아이도스는 영국의 또 다른 퍼블리셔인 SCi라는 회사에 인수되었다.

아이도스를 인수한 SCi는 회사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였고 개인적으로 대주주이며 전 회장인 ‘이얀 리빙스톤’만 유임되고 전 경영진이 모두 사퇴하였다. 또한 10년 전 처음 제작된 ‘라라 크로프트’ 역시 새롭게 현대적으로 디자인하여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대표적 아이콘인 아드만 스튜디오의 창고 건물이 월요일 아침 화재로 전소되었다. 1976년 설립되어 전대미문의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계 애니메이션 업계에 한 획을 그었던 아드만 스튜디오의 30년 역사가 불꽃 속으로 사려져 버린 것이다.

‘윌레스와 그로밋’ 시리즈 중 처음으로 제작된 장편만화 ‘월레스와 그로밋; 거대토끼의 저주(The Curse of the Were-Rabbit)’이 미국 개봉 1주일만에 지난주 천6백만 달러의 수익으로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은 지 불과 한 시간도 안되어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정교한 움직임과 완벽한 영상 처리, 기발하고 상상력 풍부한 스토리, 뛰어난 풍자와 재치 그리고 유머로 전세계 사랑을 받은 ‘월레스와 그로밋’의 세트장과 모델, 소도구 그리고 제작되었던 초기 클레이 애니메이션 필름이 전소되었다. 이번 화재에서 가장 큰 손실은 ‘윌리스와 그로밋’의 점토로 된 원작 스토리 보드일 것이다.

1976년 만화가이던 피터 로드와 데빗 스프록스톤에 의해 설립된 아드만 스튜디오는 당시 ‘Aardman’이라고 이름 지어진 점토 조형물을 제작해 BBC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었으며 1977년 ‘모프’라는 점토 조형물을 ‘Take Hart’라는 BBC TV 프로그램에 선보이며 공전의 인기를 얻었다.

아드만 스튜디오의 두 창업자는 몇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지속적으로 성공시키며 명성을 쌓아가던 1985년 당시 영국 쉐필드 폴리테크닉 대학 학생이었던 닉 파크를 만나게 된다. 닉 파크는 그의 졸업 작품인 ‘화려한 외출(A Grand Day Out)’을 제작하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월리스와 그로밋’의 탄생이다.

아드만 스튜디오는 닉 파크가 감독한 ‘동물원 인터뷰(Creature Comforts)’라는 애니메이션으로 1990년 오스카상을 처음 수상한 이래 ‘웰리스와 그로밋’ 시리즈인 ‘전자바지 소동(The Wrong Trousers)’, ‘양털 도둑(A Close Shave)’으로 각각 1993년과 1995년 오스카상을 두번 더 수상했다.

‘월레스와 그로밋’은 연간 약 1억달러의 상품 매출과 부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현재 나이키 등 각종 CF는 물론 MTV의 뮤직 비디오, 영국 정부의 공익 광고에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성공과 함께 아드만 스튜디오는 영국 애니메이션의 최고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치킨 런’을 제작하였다. 미국 스티븐 스필버그의 드림웍스와 1억5천5백만 파운드(약 2억5천만 달러)로 5개의 장편 만화 제작을 계약하고 2000년 첫 작품을 내 놓은 것이 바로 ‘치킨 런’이다.

드림웍스가 4천만 달러를 들여 약 1억5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애니메이션 영화 중 가장 크게 성공한 작품이다. 영국인들은 ‘치키 런’을 주저 없이 영국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5년 만에 이번에 선보인 드림웍스와 두번째 작품이 미국 개봉 첫 주에 1위에 오른 것이다. 처음 작품과 5년의 시차는 너무 큰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아드만 스튜디오가 클레이 애니메이션 20분짜리 단편 하나를 제작하는데 무려 1년 이상의 시간과 1천5백만 달러의 제작비가 소요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장편 영화의 경우 이 정도 시간은 충분히 걸릴 것 같다. 오히려 이와 같은 인내심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작 의지와 환경이 부러울 뿐이다.

이번 두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Curse of the Were-Rabbit’역시 30여개의 미니애처 세트와 수십개의 형상, 2.8톤의 점토가 사용되었다. 하루 약 4초에서 10초 분량의 촬영을 하였다고 하니 대단한 노력의 산물인 것이 틀림이 없다.

물론 이번 화재로 아드만 스튜디오가 제작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번 화재는 영국의 애니메이션 업계만이 아닌 전세계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에겐 안타까운 일이다. 30년 역사의 아드만 스튜디오는 디지털 시대에 현란한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기술에도 묵묵히 점토 애니메이션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드만 스튜디오의 ‘월레스와 그로밋’은 한국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뛰어난 디지털 기술만이 아니더라도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와 모든 사람들이 어려서 점토를 만져 보지 않은 적이 없다는 것에 착안한 누구나 고개를 끄떡일 수 있는 보편성에서 인간의 손 작업 흔적을 소재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인간의 본능과 감성을 확실히 인식시켜 준 작품이다.

/하워드 리(유로비즈 스트래티지스 CEO) howard@eurobizstrateg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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