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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지는 법] <4> 유명한 사람과 어울려라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은 너무 유명한 걸로 유명하다. 너무 유명해서 유명하게 된 이유는 어릴 때부터 유명해지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유명해지는 법 가운데 가장 쉬운(?) 방법은 유명한 대상을 졸졸 따라다니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은 잠시 따라다니다가 포기하지만, 워홀은 유명한 캐릭터를 평생 따라다니다가 마침내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왼쪽)과 허두영 라이방 대표.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왼쪽)과 허두영 라이방 대표.

어린 시절, 워홀은 구질구질한 질환으로 자주 아팠다. 매우 드문 무도병을 앓아 몇 달씩 학교에 가지 못하고 오랫동안 침대에 드러누워 지내면서 어머니가 갖다주는 뽀빠이, 미키마우스, 슈퍼맨, 딕 트레이시 같은 만화나 몰래 구한 패션잡지 화보의 핀업걸 사진을 오려 벽에 붙여놓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어린 시절 그의 벽을 장식한 캐릭터들은 나중에 실크스크린으로 '복제'되어 팝아트가 됐다.

10대엔 두 형과 함께 피츠버그의 극장 옆에 쪼그려 앉아, 헐리우드 스타들이 등장하는 간판과 포스터 아래 지나가는 관객들을 바라보곤 했다. 명성을 좇는 욕망은 그를 뉴욕으로 이끌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플라자 호텔 로비에 앉아 지나가는 헐리우드 스타를 살피곤 했다. 요즘으로 치면, 20대가 되어서도 스타 사진으로 스크랩북을 만들고, 스타에게서 사인을 받고, 굿즈를 사모은 것이다.

1962년 마릴린 먼로가 숨진 채 발견됐다. 충격을 받은 워홀은 자신의 우상을 영원히 기리는 방법을 찾아냈다. 실크스크린으로 사진을 좌우에 25장씩 각각 컬러와 흑백으로 배치한 '마릴린 두 폭'(Marilyn Diptych)이다. 마릴린 먼로의 화려한 명성과 덧없는 인생을 보여주는 걸까? 지나치게 노란 색이 머리 윤곽 밖으로 삐져나오고, 지나치게 빨간 색도 입술 밖으로 번져나왔다.

앤디 워홀의 작품 'Shot Sage Blue Marilyn'. [사진=뉴시스]
앤디 워홀의 작품 'Shot Sage Blue Marilyn'. [사진=뉴시스]

유명한 위인은 자신의 모습이 더 많이 인쇄되고 더 널리 뿌려지기를 원하게 마련이다. 엘비스 프레슬리,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이클 잭슨, 잉그리드 버그만 같은 연예인과 존 케네디, 재클린 케네디, 마오쩌둥, 체 게바라 같은 정치인도 그의 실크스크린으로 복제돼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팔려나갔다. 워홀은 점점점점 더 유명해졌다. 이른바 스타마케팅이다.

유명한 사람들을 불러 모을 공간이 필요했다. 워홀은 뉴욕에 작업장 '더팩토리'(The Factory)를 꾸몄다. 그의 첨단제품을 대량생산 하면서 발랄한 보헤미안들과 어울리기 위한 공장이다. 당시 장-미셸 바스키야, 키스 해링, 믹 재거, 밥 딜런, 루 리드, 트루먼 커포티, 에디 세즈윅처럼 까칠하고 혈기왕성한 아티스트들이 몰려들었다. 워홀은 그들과 사치롭게 어울리면서, 동성애나 마약 같은 아슬아슬한 화제로 자주 입방아에 올랐다.

10대에 유명인사를 동경하다가, 20대에 유명인사를 좇아다니고, 30대에 유명인사를 공장에 불러 모았다면, 40대부터는 유명인사가 그를 찾게 만들었다. 워홀은 1969년 유명인사들의 근황을 다루는 잡지 '인터뷰'(Interview)를 창간하고, 50대에 들어서자 음악방송 MTV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 '앤디워홀의 15분'을 진행했다. 잡지 '인터뷰' 경험을 TV 프로그램으로 확장한 셈이다.

유명해지려면 유명한 사람이 나를 찾게 만드는 게 최고의 전략일 것이다. 가장 강력한 미디어로 떠오르는 TV방송을 타고 워홀은 스타, 예술가, 정치인, 갑부처럼 대중이 궁금해 하는 유명인사들을 불러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를 진행했다. 유명인사들이 서로 다투어 '앤디워홀의 15분'에 얼굴을 내밀고 싶어하면서 워홀은 너무 유명해서 유명한 걸로 유명해졌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은 IBM, 보안회사, 테크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재단, 감리법인에서 중간관리자, 임원,대표이사, 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지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벤처창업을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프로세스/프로젝트/IT컨설팅을 강의하고 있다. 또 프로보노 홈피에 지적 자산을 널어 놓는다.

◇허두영 라이방 대표는 전자신문, 서울경제, 소프트뱅크미디어, CNET, 동아사이언스 등등에서 기자와 PD로 일하며 테크가 '떼돈'으로 바뀌는 놀라운 프로세스들을 30년 넘게 지켜봤다. 첨단테크와 스타트업 관련 온갖 심사에 '깍두기'로 끼어든 경험을 무기로 뭐든 아는 체 하는 게 단점이다. 테크를 콘텐츠로 꾸며 미디어로 퍼뜨리는 비즈니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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