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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지는 법] <2> 테크에서 키워드를 찾아라


"돈을 버는 것도 예술이고, 일하는 것도 예술이며, 멋진 사업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이다." (Making money is art and working is art and good business is the best art).

미국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만큼 예술을 돈벌이(비즈니스)로 생각한 예술가는 없다.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예술을 사업이라고 꺼리낌없이 드러냈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왼쪽)과 허두영 라이방 대표.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왼쪽)과 허두영 라이방 대표.

"예술가는 사람들이 가질 필요가 없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An artist is somebody who produces things that people don't need to have). 화가들은 왜 '가질 필요가 없는 물건'을 만들려고 캔버스 앞에서 중노동을 하고 '가질 필요가 없는 물건'을 팔기 위해 갤러리 사장들을 쫓아다니는 걸까? 워홀은 그 뻔한 현실에 빠져들기를 거부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의 백화점과 잡지사에서 시간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워홀은 잦은 수정 요청과 급한 마감 압박에 불평한 적이 거의 없다. 어차피 판촉을 목적으로 하는 디자인 아닌가! "대가를 받기 때문에, 신발을 그리라면 그리고, 수정하라면 바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잦은 수정과 급한 마감은 워홀에게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빠르고 정확하게 깨닫게 해줬다.

앤디 워홀의 작품 'Shoe fly Babz'. [사진=뉴시스]
앤디 워홀의 작품 'Shoe fly Babz'. [사진=뉴시스]

휘발성이 강한 창의성은 현실에서 금세 닳아버리기 십상이다. 자신의 욕망과 고객의 욕망이 서로 부딪치는 현실에서 워홀은 테크에서 해법을 찾았다. 디자이너들이 가장 짜증내는 수정과 마감 공정에서 찾아낸 해법은 실크스크린(Silk Screen)이다. 도안대로 오린 스텐실에 겹쳐 놓은 실크를 눌러 소량 인쇄하는 방식이다.

일찌감치 그는 카네기 공대에서 'Blotted Line Technique'를 개발했다. 스텐실과 실크에 경첩을 달아 빠르고 쉽게 작업할 수 있다. 또 붓글씨처럼, 누르는 힘과 방향에 따라 잉크의 농도와 번지는 방향이 달라진다. 지금 보면 기술보다는 기법에 가깝지만, 1950년대엔 나름 첨단 테크였다. 감광액을 발라 사진처럼 보이는 실크스크린 기법도 1960년대에 그가 도입한 것이다.

투덜대지 않고 빨리빨리 시안을 보여주는 젊은 디자이너에게 일감이 쏟아졌다. 더 많은 인원과 더 넓은 작업장이 필요했다. 상업예술에서 벗어나 순수예술에 도전하기 위해 워홀은 예술노동자(Art Worker)를 여럿 고용했다. 모자를 만들던 공장에 '더팩토리'(The Factory)를 꾸미고, 그만의 독특한 '첨단제품'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앤디 워홀의 작품 'Shot Sage Blue Marilyn'. [사진=뉴시스]
앤디 워홀의 작품 'Shot Sage Blue Marilyn'. [사진=뉴시스]

멋진 사업이 최고의 예술이 됐을까, 최고의 예술이 멋진 사업이 됐을까? 워홀은 실크스크린을 가득 설치한 '공장'에서 테크 비즈니스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대량생산' 해냈다. '제품' 한 점에 1억 달러를 넘는 그림을 남긴 화가는 파블로 피카소, 구스타프 클림트, 잭슨 폴록, 윌렘 드 쿠팅, 그리고 앤디 워홀 뿐이다.

욕망이 충돌할 때 테크에서 뜻밖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 테크는 사실 첨단도 아닌, 아주 간단한 테크일 가능성이 더 높다. 알고보면 핵심기술의 실체가 별 것 아닌 경우가 많지 않은가!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바뀌는 요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둘러 보면 누군가 벌써 제시해 놓은 해법이 금세 눈에 띌 것이다. 유명해지려면 비즈니스를 '테크'로 포장하고 '첨단'으로 장식하라.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은 IBM, 보안회사, 테크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재단, 감리법인에서 중간관리자, 임원,대표이사, 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지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벤처창업을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프로세스/프로젝트/IT컨설팅을 강의하고 있다. 또 프로보노 홈피에 지적 자산을 널어 놓는다.

◇허두영 라이방 대표는 전자신문, 서울경제, 소프트뱅크미디어, CNET, 동아사이언스 등등에서 기자와 PD로 일하며 테크가 '떼돈'으로 바뀌는 놀라운 프로세스들을 30년 넘게 지켜봤다. 첨단테크와 스타트업 관련 온갖 심사에 '깍두기'로 끼어든 경험을 무기로 뭐든 아는 체 하는 게 단점이다. 테크를 콘텐츠로 꾸며 미디어로 퍼뜨리는 비즈니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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