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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 <41> 외국으로 보내는 러브콜, 일본의 개호인력 유치는 성공할까?


후쿠이현 에치젠시에 있는 쇼트스테이(단기입소시설)을 둘러보던 중 '피, 피'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봤다. 휠체어에 앉은 노인이 필리핀인 개호근로자 'Fea'씨를 부르는 소리이다.

3년 전 일본에 온 피씨(28)는 식사를 나르는 틈틈이 노인들과 손짓 발짓 섞어서 의사소통을 한다. 필리핀의 4년제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녀는 일본 문화를 좋아해서 틈틈이 일본어를 익혔다. 일본으로 오기 전 필리핀의 간병인력양성학원에서 1년간 교육을 받았으며 현재 이 시설에서 숙식을 하면서 에치젠시에 있는 전문학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어학코스까지 포함해 일본에 온 지 3년째이지만 아직 정식으로 채용되지는 못했다.

◇김동선 조인케어 대표.
◇김동선 조인케어 대표.

다만, 이 시설에서 방학이나 야간에 적은 보수를 받으며 인턴으로 일을 하고 있다. 교육을 마치면 정식직원으로 채용돼 5년 간 이곳에서 근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시설측으로부터 교육비와 숙식을 제공받고 있다. 이 곳에는 피 씨 이외에도 3명의 필리핀 개호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대개 필리핀의 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뒤 국가기관 또는 에이전트들을 통해 일본으로 왔다. 후쿠이현에서는 한 명의 외국인 실습생에 대해 250만 엔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유도 모른 채 야단을 맞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노인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상대방이 불같이 화를 내기 때문에 낙담하여 필리핀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단다. 그래도 고향에서 조부모와 생활했던 덕분에 노인들의 기분을 잘 이해하는 편이고, 함께 일하는 일본인 직원들이 친절하게 도와주기 때문에 지금은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시설 매니저인 마츠다 세이코씨는 "필리핀인들은 밝고 긍정적인 성향이라 비교적 잘 적응하는편이다. 하지만 직장문화가 달라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업무지시를 해도 이에 대한 보고를 하지 않거나 업무에 변경이 생겨도 알리지 않는다"고 불만을 말한다. 시설에서는 다른 직원들이 있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혼자서 1대1의 케어를 해야 하는 방문서비스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를 파견하는 것에 더 큰 리스크가 따른다.

일본 음식 요리법을 가르쳐 줘도, 똑같은 맛을 내기 어렵고 가사 스타일이 달라서 이용자의 불만이 크다. 일본 노인들 가운데에는 자신의 신체수발을 외국인에게 맡기는 것에 거부감이 크다. 오가와 레이코(큐슈대학아시아종합정책센터) 교수는 그의 글 '외국인개호직과 이문화간 케어'라는 글에서 필리핀 개호근로자가 청소를 하면서 노래를 했다가, 노인의 역정을 들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옛날의 엄격한 예의와 규범 속에서 살아온 노인들에게는 외국 근로자들이 단조로운 가사일을 하면서 기분을 돋구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을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보며 불쾌해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의 요양시설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보는 일은 점점 익숙해질 전망이다. 개호인력 부족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해외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감소로 인해 일본에서는 2040년까지 1100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돌봄 서비스를 담당하는 개호인력이다.

시설 입소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은 늘어나지만 인력 부족으로 시설은 베드를 비워 두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은 후쿠이현 에치젠시에 있는 단기입소시설 내부. [사진=조인케어 제공]
시설 입소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은 늘어나지만 인력 부족으로 시설은 베드를 비워 두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은 후쿠이현 에치젠시에 있는 단기입소시설 내부. [사진=조인케어 제공]

올 한 해 일본에서는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가 도산한 사례가 60건이 넘었다. 역대 최고 건수이다. 이 중 자본금 1000만 엔 미만의 소규모 업체가 90% 이상, 종업원 수 10인 미만이 80% 이상을 차지해 소규모 영세 사업자의 도산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업력 20년 이상인 안정적 사업체들도 도산하는 등 경영난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경영난의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이다.

현재 일하는 개호인력이 고령화되지만 새로 유입되는 인력은 많지 않다. 또 보수가 낮고 힘든 개호직에서는 이직율도 높은 편이다. 개호노동안정센터에서 지난 해 전국 9000개의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70%가 넘는 업체들이 인력난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특히 재가 개호(방문요양)에 집중되면서 인구 감소가 더 현격한 지방에서는 방문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외 인력 유입을 꼽는다. 하지만, 그 동안의 노력에 비해 큰 성과를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0년 집계에 따르면 전 산업을 통틀어 172만여 명의 해외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제조업, 서비스업, 도소매업에 종사하며 개호 분야를 포함한 '의료-복지'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6만3446명에 불과하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이는 개호분야에의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자격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입국하는 개호근로자들은 주로 국가간 경제협력체결(EPA)를 통하거나 '체류자격개호' 또는 '기능실습제도' '특별기능제도' 등 4가지 경로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 EPA(경제협력 체결)의 경우, 협정을 맺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으로부터 인력을 받고 있는데 자격이 가장 까다롭다.

개호나 간호에 대해 일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자국에서 일본어 교육을 받은 후 일본에 들어와 3년간 개호전문교육을 받으며 인턴으로 일을 해야 한다. 입국 후 4년째 되는 해에 개호복지사 국가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면 체류 기간을 3년마다 갱신하면서 영구적으로 일할 수 있다.

'체류자격개호'코스의 경우 위에 준하는 자격이 필요하지만 국가기관이 고용을 알선하는 대신 사업자와 교육기관간의 중재에 의해 취업이 이루어진다. 3년 또는 5년 기간한정으로 입국해 일을 배우는 '기능실습제도'와 '특정기능개호'의 코스도 있다. 이 경우에도 매년 시험을 치러야 하며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자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신 국가자격증을 따면 영구 체류가 가능하다. 즉 어느 경우이든 고도의 일본어 능력과 개호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요구하고 있다.

필리핀인 개호인력들이 일본 학원에서 교육을 받으며 시설에서 틈틈이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조인케어 제공]
필리핀인 개호인력들이 일본 학원에서 교육을 받으며 시설에서 틈틈이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조인케어 제공]

최근에는 극심한 개호인력 부족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그 동안 높게 유지됐던 허들을 낮추고 있다. 2017년 부터는 외국인 개호근로자가 재가방문을 해서 1대1 케어가 가능하도록 이들의 취업처를 확대했다. 제조업분야의 기능실습생으로 일본에 들어왔다가 실직을 한 경우 개호 부문으로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였다. 지방자치체들 가운데에는 해외로부터 인력을 유치하는 기관이나 시설에 보조금을 주는 곳도 나오고 있다.

개호관련 최고 심의기구인 사회보장심의회 개호급부분과회의에서는 최근 해외인력 유치를 위한 특별 논의에 들어갔다. 기존의 기능실습제도, 특정기능제도를 대체하는 새로운 제도 창설을 모색하고 있는데 새로운 제도는 외국인근로자의 '인권 보호'와 해외근로자들의 커리어향상을 돕는 '인재양성'을 두 축으로 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케어인력 부족 상황에서 동남아시아, 중국으로부터의 인력 수급조차 여의치 않게 되면서 해외의 케어인력이 일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특히 해외에서 유입된 인력들이 중소업체와 지방으로 배치될 수 있는 방안들을 궁리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는 획기적인 개방책이라고 하지만, 현장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자격시험에 불합격한 경우 1년 연장 체류를 가능하게 하는 등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할 뿐, 기본적으로 일본어습득과 자격증 취득이라는 요건을 유지하고 있다.

홋토리 마리코(홋토리메디컬연구소)소장은 "외국근로자에 대해 개호기술을 알려준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을 포용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해외 근로자들을 노동력으로만 볼 뿐 그 사람들을 일본의 구성원으로 받아 들여 일본을 다문화해간다는 인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해외 연수생들은 3년간 현장 근무를 한 뒤 어학시험과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해야 정식 개호 인력 직원이 될 수 있다. 사진은 현장 근무 중인 해외 연수생. [사진=조인케어 제공]
해외 연수생들은 3년간 현장 근무를 한 뒤 어학시험과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해야 정식 개호 인력 직원이 될 수 있다. 사진은 현장 근무 중인 해외 연수생. [사진=조인케어 제공]

그래도, 큰 흐름은 바꿀 수 없다. 일본의 개호현장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점차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아무도 지원자가 없어서 사업체 문을 닫으려는 판국에 일할 사람을 구하게 돼 다행"이라거나 "젊은 외국인이 있어서 직장에 활기가 생겼다"는 등의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미덥지 않다는 반응도 여전하다. 아무리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해도. '개호직에 대해 보수를 높인다면 국내에서 인력 수급이 이루어질 수 있다'거나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아, 장보기 대행 등의 간단한 일조차 믿고 맡기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개호인력 부족으로 인해 인접 국가로부터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 역시 외국인 근로자 유입에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인 현장에 비해 여전히 뜨뜻미지근한 대책에 머물고 있다.

◇김동선 조인케어 대표/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대우교수는 30대에 초고령국가 일본에서 처음 노인문제를 접한 뒤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 두고 노인문제전문가로 나섰다.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7'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 '노후파산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공저)' 등을 썼으며 연령주의, 치매케어등을 연구하고 있다. 치매에 걸려서도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며 좋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요양 현장을 만들기 위해 '사람중심케어실천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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