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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선의 인터넷 김밥] 사이버 공간을 지배하는 네 가지 신(神)


 

어떤 사회이던 간에 그 사회 구성원의 의식을 지배하는 흐름이 있게 마련이다. 크게는 국가체제에 대한 이념이 자리잡을 때도 있지만, 과거와 같이 빈곤탈출에 대한 일념을 반영하는 '잘살아보세' 나 급격한 산업화의 영향으로 등장한 소비지상주의와 같은 흐름은 사람들의 일상을 폭 넓게 지배한다.

이러한 흐름은 대체적으로 절대적 가치관과 같은 힘을 발휘하기에 이성을 마비시키고 사회 구성원에게 무의식적으로 정형화된 틀을 강요하거나 개인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객관적 성찰을 허용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또 하나의 사회인 사이버 공간에도 어김없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물론 사이버 공간은 더 이상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공간의 연장이거나. 현실공간을 변화시키는 메타공간의 역할까지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도 우리사회의 일반적 성향이나 흐름이 반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무엇인가 다른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힘에 의해 지배되는 것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 마치 사이버 공간에는 이를 지배하는 몇 종류의 신(神)이 있는 듯 하다.

표현의 자유 신(神)

첫 번째 신은, 인터넷은 해방구이자 자유공간이라는 원칙아래, 사이버 공간의 질서를 위해 규제나 제한을 도입할 움직임만 보이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심지어 포르노 조차도 표현의 자유를 들먹인다. 게다가 이 말만 나오면 모두들 이 말이 마치 진보적이고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착각하여 고개를 끄덕이거나 어쩔 수 없이 수긍하는 태도를 취한다. 이 신은 사람들로 하여금 책임 있는 자유를 주장하기 보다는 비체계적 방임을 유지하도록 부추긴다.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이 살아있다면 코웃음을 칠 일이다.

다수의 진리 신(神)

인터넷은 다수에게 유리한 매체는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집단적 감정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터넷 에서 어떠한 이슈에 대한 다수의 감정은 진리를 대치하고도 남는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스스로의 판단력과 선택권을 슬그머니 포기해 버리곤 한다. 그 다수의 감정이 두려운 것이다. 이것은 이성이 사라진 직접 민주주의로 위장한 폭력성에 더욱 가깝다. 사이버 폭력은 표현의 자유 신과 다수의 진리 신의 합작품이 아닐까?

감정의 신(神)

삶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감정은 그리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만약 모든 사람이 자신의 감정에 따라 행동한다면 곧바로 무질서가 질서를 대치할 것이고, 대립과 증오가 사회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들은 현실 생활에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억누르며 공동체를 이루어 나간다. 그런데 사이버 공간을 지배하는 감정의 신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기는 사이버 공간이다. 너를 보고 있는 사람도 없다. 너는 자유롭다. 아무도 너의 말과 행동을 막을 사람이 없다. 네 감정에 그저 충실하게 반응하라. 이곳은 너의 숨겨진 본성이 드러나도 용납될 수 있다.” 감정의 신에 지배 받는 사람에게 사이버 공간은 본능의 영역이다.

기술 낙관주의 신(神)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수 많은 문제들은 우리 삶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기술적인 해결에 훨씬 더 많은 기대를 한다. 바이러스에는 백신기술을, 스팸 메일에는 차단기술을, 해킹에는 보안기술이 더 향상되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진다. 그리고 앞으로 가면 갈수록 더욱 발전된 기술이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든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대한 예찬은 이에 따른 부정적 견해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신기술의 편리함과 경제적 가치는 어지간한 문젯거리는 "기술이 발전되면 해결 될 거야" 라는 낙관으로 일축한다. 과연 그럴까?

/홍윤선 웹스테이지 대표 yshong@websta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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