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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험악해지는 금융권…상도의도 무너진다


[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요즘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힘들다. 국제적으론 2개의 큰 전쟁이 터졌다. 전 세계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며, 각국의 정치는 포퓰리즘에 휩싸여 좌충우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여야의 정쟁은 끊이질 않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점점 정쟁에만 몰두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업계도 좋을 이유가 없다. 라이선스업인 금융업은 더욱 그렇다. 금리가 올라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힘드니, 정부는 대놓고 대출 금리를 내리라고 금융지주 회장들을 수시로 부른다. 정권은 뺏겼으나, 다수 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은 횡재세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반대하면서도 금융감독당국을 동원해 압박하고 있다.

아이러니 한 건, 민주당 안으로 현재 시점에서의 횡재세 규모를 따져 보면 대략 1조 30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그런데 금융당국자들은 상생금융을 명분으로 2조원 정도 갹출을 주문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한 번의 회의로 2조원을 만드는 미다스 손이 있는데, 굳이 법제화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라이선스업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 금융업계의 한숨이 더 커지고 있다. 얼마 전부터 우리금융지주가 임종룡 회장의 지시로 하는 각 영역 정례 브리핑 때문이다. 이렇게 저렇게 잘 정비하고 독려해서 잘하겠다는 게 주요 메시지다. 금융위원장을 지난 임 회장이 맡고 있는 우리금융의 메시지를 다른 금융지주도 유심히 살핀다.

어느 순간 다른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불만이 터져 나왔다. 관련 불만을 정리하면 이렇다. '경쟁은 불가피하다. 치열과 경쟁 속에 승리를 위해 숫자와 계수를 비교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굳이 그걸 대외적으로 발표라는 형식으로 해야 할 이유는 있는가.'

이렇게 저렇게 해서 우리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면 안 되느냐는 불만이다. 굳이 경쟁사의 계수까지 언급하면서 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최근엔 카드업계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현대카드 얘기다. 이리저리 물어보니 특정 매체에만 제공된 자료가 논란이됐다. 흔히 말하는 보도자료 형식을 따르지 않았다. 이 자료의 제목은 '현대카드 vs 삼성카드, 2위 전쟁 막 올랐다'다.

제시된 데이터는 틀림없다. 성과를 냈으니 홍보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 특정 매체에만 제공된 자료? 이것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 및 은행처럼 경쟁자를 폄훼하면서 자신의 성과를 돋보이게 했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된다.

현대카드의 PLCC로 불리는 제휴카드의 성과를 부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현대카드의 캡티브마켓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올해 성과에 따른 낙수 효과를 부인할 수 없다는 얘기다. 캐시백 규모를 보면, 현대·기아차를 사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게 현대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현대카드가 제사한 자료를 보면 법인 신용카드 금액도 눈에 띈다. 10월 한 달에 경쟁사들보다 1조원이 많다. 카드업계선 업황이 나빠지면서 세금 납부 때 혜택을 없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대카드는 현재 세금 납부 혜택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엄연히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현대카드가 사정이 좀 나아서 일 수도 있고, 이참에 무리해서라도 순위를 바꿔보자는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관한 설명은 없다. 카드업계 사람들이 현대카드의 이번 언론사 배포 자료를 고운 눈으로 보지 않는 이유다.

/김병수 기자(bs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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