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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호진, 조현범 회장의 사법적 불행


이규진/산업부장

[아이뉴스24 이규진 기자] “사면 복권된지 얼마나 됐다고...”

지난 24일 오전 10시쯤 태광그룹에 대한 압수수색 속보가 떴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이호진 전 회장의 자택도 있었다. 지난 8월15일 특별사면을 받은지 두달 열흘만의 일이다.

이 전 회장은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래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흥국생명 빌딩내 태광그룹 계열사와 함께 이 전 회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고 전해진다.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 안타까움부터 든다. 이 전 회장 일가는 건강이 안좋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창업주인 고 이임용 회장의 3남인 그가 태광그룹을 물려받은 건 두 형의 요절과 무관치 않다.

1962년생으로 61세인 이 전 회장 역시 간암 투병을 하며 형사처벌의 불안한 시기를 보냈다. 병보석 기간중 음주를 하며 술집을 출입했다는 논란도 있긴 했다.

압수수색 다음날인 25일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공백 기간 동안 그룹 경영을 맡았던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였다며 이 전 회장 방어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 전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김기유 전 티시스 대표이사의 잘못을 주장했다. 어찌 보면 이 사단이 이 전 회장과 최고 경영진중 일부와의 심각한 갈등에서 불거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유야 어떻든 이 전 회장에 대한 강제수사는 인간적인 연민을 낳게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1년 회삿돈 421억원을 횡령하고, 9억여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 모친인 고 이선애 상무와 함께 구속돼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병보석을 거친 뒤 2018년 12월 재수감돼 2년전인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10년 넘게 험난한 시절을 겪어온 것이다.

태광그룹은 재계 순위 28위(2023년·자산 기준, 공기업 제외)로 태광산업, 대한화섬, 흥국생명 등 섬유, 석유화학, 금융 부문에서 굴지의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다. 천문학적인 부를 갖고 있는 이 전 회장이지만, 법 앞에서는 한 인간일 뿐이다.

이번 경찰 수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또 기소가 된다면 재판에서 최종 판결이 어떨지 알 수 없다. 태광그룹의 발표대로 일부 경영진의 비위였기를 바란다. 고용과 투자를 책임지는 대기업 총수여서가 아니다. 한 인간으로서 일에 전념하고 건강을 챙기는 그런 안전한 삶을 사는 건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재계 순위 38위(2023년·자산 기준, 공기업 제외)인 한국타이어그룹의 조현범 회장 역시 안타까움과 연민을 자아낸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에서 열린 조 회장의 13차 공판에서 조 회장측은 슈퍼카 사용이 사적인 게 아니라 타이어 개발 목적이었다고 항변했다.

증인으로 나온 이수일 한국타이어 대표는 "조 회장이 해당 차량을 타는 것은 (초고성능 타이어 개발을 위한 테스트 목적이라는) 차량 구매 목적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슈퍼카를 조 회장이 직접 운전을 하며 테스트할 필요가 있었는지, 다른 임원들은 왜 테스트를 안했는지를 묻고, 운행기록부 등 테스트와 관련한 기록을 요구했다.

조 회장이 탔던 페라리 488, 부가티 시론, 포르쉐 타이칸 터보S, 포드 GT 등의 구매가격을 합치면 수십억원이 된다. 사적인 이용이라면 수십억원을 횡령한 셈이 돼 형량 산정에서 불리해진다. 반면, 회사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 액수는 빠지게 된다. 조 회장 자택의 인테리어 비용을 누가 냈느냐 하는 다툼도 같은 맥락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조 회장으로서는 하나라도 혐의를 줄여야 한다. 한국타이어와 변호인은 재판 전략으로 ‘슈퍼카 공적 이용’ 카드를 내놓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역시 사실이기를 바란다.

한국의 초거부들인 재벌 오너들의 사법적 불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정 그룹들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었다. 중소기업까지 통털어 기업인들의 횡령·배임·탈세·불공정거래 범죄는 수도 없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인들이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정도경영에 힘쓰며 투명한 운영을 하는 기업인도 부지기수다.

죄를 지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응당한 처벌을 받는 게 사회 정의인 것은 맞다. 다만,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사법적 불행을 보며 인간적인 측은지심도 동시에 느껴진다. 죄를 떠나 우리 모두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규진 기자(sky9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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