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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선의 인터넷 김밥] 우리시대의 디지털 세계 함께 이해하기


 

나는 수 년간 꾸준하게 디지털 문화와 관련된 칼럼을 여러 곳에 써왔다. 그런데 때에 맞추어 글을 쓰기 위해선 평상시 노력이 수반된다. 먼저 디지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의미 있는 현상들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인터넷 관련 비즈니스를 하기에 이 일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다. 두 번째는 책 읽기 인데, 시간을 따로 할애해야 하고 현재의 문화적 현상들과 병치시켜 봐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을 요한다. 내가 인터넷 문화를 바라보고 글을 쓰는 대부분의 자양분은 책 읽기를 통해 얻었고, 이것이 다시 내 개인적 경험, 그리고 내면세계와 함께 어우러져 일종의 '인식의 창' 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그 동안 내가 디지털 문화를 분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었거나 이론적 기틀이 된 책 몇 가지를 함께 나누고 싶다. 문화칼럼을 쓴다고 해서 늘 딱딱한 인문서 만을 읽는 것은 아니다. 소설도 있고 영화도 있다. 기왕이면 많은 분들이 내가 읽었던 책들을 통해 디지털 세계를 바로 보는 비판적 안목을 얻으면 좋겠다. 또한 나와 함께 디지털 문화를 분별하는 동맹군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려니 생각한다.

◆소설 속에서 디지털 시대의 '정체성' 발견하기

『사슴벌레 여자』 (윤대녕, 이룸, 2001) 디지털 시대에 자기 정체성의 상실을 그렸다. 어느 날 해리성 기억상실에 걸린 주인공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해 괴로워하다가, 기억 밀매조직을 통해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이식 받는다. (중략) 결국 주인공은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게 되지만, 실제의 삶을 피해 가상의 삶을 받아들이는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

『정체성』 (밀란 쿤데라, 민음사, 1998) 혹시 당신은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만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사람은 아닌가?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없다면 존재의 의미 조차도 발견하지 못하지 않는가? 잘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이 책에서 확인하라. 복잡다단한 21세기에 당신은 자신의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는지 말이다.

『공생충』 (무라카미류, 웅진닷컴, 2000) 사이버 공간은 사람들을 자기중심적으로, 감정적으로, 급기야는 폭력적으로 이끄는 힘이 있는 듯 하다. 최근의 사이버 폭력과 같은 사건을 보면 사이버공간에는 인간의 내재된 폭력성을 이끄는 마력이 있음이 확실하다. 이게 바로 공생충이 아닐까?

◆디지털 시대와 전자미디어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 다지기

『소유의 종말』 (제러미리프킨, 민음사, 2001) 원제는 The age of Acces(접속의 시대) 이다. 책 한 권 전체가 사회변화의 핵심에 대한 통찰력 덩어리다. '접속'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유'중심의 사회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구체적인 실증 자료와 함께 맥락을 알려준다. 그의 책 『노동의 종말』, 『엔트로피』와 더불어 꼭 새겨두어야 할 책이다.

『카오스의 아이들』 (더글러스 러시코프, 민음사, 1998) 10대의 문화 속에서 변화의 실체를 발견한다. 8년여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난 10여 년간 디지털 사회와 함께 태동한 신세대의 출현과 이들로 인한 불연속적 시대문화를 설명한다. 지금의 10대 문화 속에도 미래사회의 프랙털 도형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읽어 볼 만하지 않을까?

◆디지털환경에 대한 통찰력을 새롭게 하기

『데이터 스모그』 (데이비드 솅크, 민음사, 2000) 오늘날의 스모그로 가득 찬 정보환경을 데이터 스모그로 정의하고 이 속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우쳐준다. 인터넷 공간의 쓸모 없는 정보더미 속에서 시간과 사고력을 소비하는 습성을 벗어나 중심을 지키길 원한다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테크노 폴리』 (닐 포스트먼, 2001) 인간이 테크놀로지를 발명했지만 오히려 과학기술에 종속 당하는 현상은 이 시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테크노폴리란 본래 수단이었던 기술이 인간 위에 군림하여 인간을 장악하는 문화적 상황을 뜻한다. 기술문화의 논리를 이해하고 싶지 않은가?

◆영화로 가상공간에 대한 분별력 얻기

『13층』 (조셉 러스낙, 콜럼비아)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지만, 당시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영화다. 디지털 가상공간을 묘사한 SF영화는 꽤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주관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스펙터클이지, 현실세계라는 중심에서 사이버공간의 한계성을 객관적으로 표현한 경우는 보기 어렵다.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청소년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었을 때 아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효과가 괘 있었다.

/홍윤선 웹스테이지 대표 yshong@websta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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