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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선의 인터넷 김밥] 이미지×감정=집단 비이성


 

이른 바 '개똥녀' 사건이 사이버 공간을 헤집고 다닌 지 두주일 정도 지나자 이제 좀 가라앉는 모습이다. 이번 사건도 여느 때와 같이 한 장의 이미지로(사진) 촉발되었다.

당사자의 잘잘못은 근본 원인이 아니다. 인터넷이 아니라면 신문의 가십란에도 등장하기 어려운 소재였다. 그저 주변 이웃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한 사람의 도덕적 결핍 내지는 경황 중에 저지른 실수로서 지나칠 수 있는 일상적 해프닝에 불과했다.

한 장의 이미지로 점화된 감정의 불꽃이 순식간에 타오를 때는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이 보였다. 그 앞에선 상황에 대한 해명이나 동정심은 물론 인격과 법도 제동을 걸 수가 없다.

감정의 흐름이 모이기만 하면 순식간에 해일로 변해 휩쓸고 지나간다. 다행이 이번에는 이러한 집단적 흐름에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의 역할로 더 이상 악화되는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인터넷 역사상 집단적인 감정의 흐름이 중도에 통제되기는 최초의 경우라 생각한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무분별한 여론 마녀 사냥식 문화행태에 대해 조금씩 이성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 반갑기 그지없다.

왜 사람들은 인터넷에만 들어서면 변할까? 왜 이성보다는 감정이 휩쓸리고 충동적으로 변하며 사교집단과 같은 집단적 흐름이 나타날까?

개별적 의사소통 매체인 인터넷에서 원시적인 감정적 집단성이 대표적인 문화라니 아이러니하기 이를 데 없다. 민주적 의사소통 하고는 아예 거리가 멀고, 표현의 자유는 결국 '감정' 과 '충동'에 국한된 경우만 나타난다.

이제 이런 점들을 조금씩 간파 해 나가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이버 공간 내부에서 정화장치가 가동되고 있지는 못하다. 이번 사건도 오프라인 언론에서 먼저 문제제기를 한 것이지 일반적인 네티즌들은 주어진 두 번의 기회(비방의 기회, 절제의 기회)에 충실히 반응만 했을 뿐이다.

또 하나는 사진이다. 이미지는 글보다 훨씬 많은 것을 전달한다. 찍힌 사진이 당사자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 하는 광경이었다면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찍힌 사진은 배설물이 바닥에 보이는 채로 당사자가 강아지를 살포시 안고 있는 사진이었다. 결국 이 그림언어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말았다. 사이버 공간에서 사진을 보는 네티즌의 감정적 반응은 단 한가지였다. "이럴 수가!"

국민 모두가 디지털 사진기를 들고 다닌다.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지로 기록하면 된다. 더 없이 편리하다. 하지만 개개인들이 기록한 이미지는 개인적 시작에서 포착된 것이지, 카메라 기자의 관점과 같은 사회적 용도에 의한 접근은 아니다. 당연히 개별적으로 기록한 이미지는 때때로 사회적으로 왜곡된 해석을 유발시킨다. 개인적 관점의 이미지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용도의 이미지는 포착 관점에서 전혀 다른 맥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적인 관점에서 포착한 이미지가 인터넷 공간에서 사회적 의미로 받아들여질 때는 매번 곡해와 왜곡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란, 이미지 만으로 설명이 불가능 함을 뜻한다.

인터넷에서 그 동안 일관된 경향을 보이는 이미지의 촉발, 감정적 충동, 집단적 흐름은 일종의 규칙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정교한 상업적 용도로 기획될 가능성 또한 농후하다. 오죽하면 얼만 전 '떨녀' 신드롬을 두고 광고회사의 기획이라는 소문까지 돌았겠는가? 상업적 의도뿐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는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 한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번 사건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속지 말아야 할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이미지에 속지 말아야 한다. 의도적인 이미지는 일부를 과장되게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로 자기 감정에 속지말자. 감정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이성으로 전체를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즉각적인 반응은 이득이 없다. 내 자신이 미끼에 걸린 물고기가 될 뿐이다. 집단적 흐름에 끌려가지 말라. 집단적 흐름은 비이성의 세계다. 이는 그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낼 뿐이다.

/홍윤선 웹스테이지 대표 yshong@websta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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