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日기업 근무한다고 친일파 취급"…유니클로 직원, 고통 하소연


항의는 물론 인신공격까지…"양극화 심리·전체주의 문화 영향"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일본 제품을 파는 회사에서 일하는 게 부끄럽지 않냐'는 말은 기본이고, '능력이 안 돼서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인신공격도 받은 적이 있어요. 얼마 전부터는 일베 등 커뮤니티와 묶어서 비판하는 고객들도 종종 있어 일할 때 힘겨워하는 동료들이 제법 있습니다."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유니클로 매장에서 만난 직원 A씨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해 고객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대답했다.

A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불매운동을 하는 마음을 이해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단지 고객을 응대하는 것일 뿐"이라며 "직원들의 입장도 조금은 헤아려 주기 바란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니클로 등 일본 기업 직원들이 일부 소비자들의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유니클로 등 일본 기업 직원들이 일부 소비자들의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기업에 대한 반감이 근무하는 직원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피해 직원들이 신음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비난은 고객을 직접 만나는 서비스 직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신공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직원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유니클로, 무인양품 등 불매운동의 집중 타겟이 되고 있는 업체에만 한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편의점, 자영업 등 일본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 또한 소비자들의 폭언에 힘겨워 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일본 제품 판매에 대한 항의와 직원에 대한 비난은 물론, 심한 경우 상품을 파괴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관악구에서 CU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최근 본사 지침으로 매대에서 철수된 일본산 맥주 외에도 과자, 콘돔 등 일본 제품 대부분을 치우거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진열해 뒀다. 불매운동 동참에 대한 의지도 있었지만, 일부 고객들의 격한 항의가 더 큰 이유였다.

B씨는 "본사 지침으로 일본 맥주를 철수시키기 전 한 나이 많은 고객이 일본 맥주를 구매한 다음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아르바이트생에게 호통을 친 적이 있었다"며 "'왜 일본 제품을 아직까지 파냐'는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져 일본 제품을 매대에서 빼 둔 상태"라고 말했다.

여행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 C씨는 "불매운동이 빠르게 확산돼 미처 포스터 철거 등의 조치를 하지 못한 지점들이 고객 항의를 받은 사례가 몇 건 있었다"며 "현재 불매운동 양상은 업체들이 바로 대응하기를 지나치게 요구하는 것 같아 부담된다"고 밝혔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항의는 비단 유니클로 등 일본 기업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항의는 비단 유니클로 등 일본 기업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그러나 업계에서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소비자들의 과격한 행동으로 인한 피해를 입는 상황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지만,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고객 대응에 대한 자체 매뉴얼에 따라 대처하는 것 외에 별도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경우가 많은 판매직들을 위한 매뉴얼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며 "민감한 시기인 만큼 이들만을 위한 별도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일선 점주들이 직원들과 상담을 진행하는 등 자체적하고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의 대상은 회사일 뿐 직원이 돼서는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와 연결돼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제 영역을 침범하고 있고, 향후 소비자 선택권 침해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매운동이 사회 주류가 돼 일종의 룰이 됐다"며 "이를 어길 경우 배제해야 한다는 의식을 강하게 가지는 흑백논리에 따른 양극화 심리의 작용으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양극화 심리를 가진 사람은 개인의 상황은 판단하지 않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 반대되는 집단을 무조건 나쁘다고 규정한다"며 "한국처럼 집단주의가 강한 사회에서 이 같은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매운동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으로, 이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강제가 아닌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불매운동을 이유로 영업직에게 폭언을 가하는 것은 영업 방해를 통해 매장 영업까지 중지시키려는 행위인 만큼, 향후 소비자 선택권 침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역 인근에 세워진 일본 강제징용 사과를 요구하는 동상. [사진=이현석기자]
서울 용산역 인근에 세워진 일본 강제징용 사과를 요구하는 동상. [사진=이현석기자]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日기업 근무한다고 친일파 취급"…유니클로 직원, 고통 하소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