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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청구서' 받은 유통街, 對美 투자 놓고 '전전긍긍'


롯데·CJ, 추가 계획 발표로 화답…나머지 업체, 기존 사업 계획만 되풀이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남을 가진 유통 대기업 총수들이 대미(對美) 투자 확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미 미국에 공장을 세우거나 현지 기업을 인수해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부름에 일단 달려간 이들은 만남 후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기업인 간 간담회에 참석한 유통 대기업 총수로는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이다. 박준 농심 부회장과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도 이날 간담회에 함께 했으며, 국내 토종 수입 과일 유통업체인 진원무역도 미국에서 오렌지·자몽·포도·체리·아보카도·아몬드 등을 수입하고 있는 점을 인정받아 이 자리에 초청됐다.

지난달 30일 국내 재계 총수들과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지난달 30일 국내 재계 총수들과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초대한 이유는 미국 투자에 대한 사의를 표함과 동시에 적극적인 신규 투자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업 순위와 무관하게 대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업체들을 보란듯이 초대해 대미 투자 확대를 적극 요구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보다 투자를 확대하기에는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더 적극 확대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투자 규모가 큰 업체들의 총수를 일으켜 세워 다시 한 번 사의를 표하며 다른 참석자들을 자극시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은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미국 사람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를 했다"며 "다시 한 번 미국에 투자를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롯데뉴욕팰리스 [사진=호텔롯데]
롯데뉴욕팰리스 [사진=호텔롯데]

이에 화답하듯 CJ그룹과 롯데그룹은 대미 투자에 대한 추가 계획을 내놨다. 특히 미국 백악관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향후 화학, 호텔 사업을 중심으로 미국 사업 확대 의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신 회장은 "추가적인 대미 투자 방안에 대해 몇 가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롯데그룹 관계자는 "루이지애나 공장을 증설하고, 호텔과 리조트, 관광 쪽으로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그동안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상사 등 5개사를 통해 총 4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2011년 미국 알라바마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생산기지 투자를 시작으로 2013년 괌 공항면세점 진출, 2015년 뉴욕팰리스호텔 인수 등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31억 달러를 투자해 루이지애나주에 에탄크래커 공장을 완공했다. 지금까지 미국 투자를 통해 직접 고용한 인원은 총 2천여 명에 달한다.

이번 추가 투자 계획에 따라 롯데그룹은 앞으로 호텔사업에 좀 더 힘을 실을 전망이다. 특히 LA,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서부지역 진출을 거의 확정지었으며, 보스턴 등 동부와 휴스턴 등 남동부 지역에도 호텔 사업 확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미국에 좀 더 투자할 계획이 있는 것은 맞다"며 "화학과 호텔을 중심으로 추가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추가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히며 주목 받았다. CJ그룹이 지금까지 미국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총 30억 달러로,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28억 달러를 투자했다. 투자는 주로 식품과 물류 분야에 집중됐다.

손 회장은 "향후 미국 식품 및 유통 사업에 추가로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CJ그룹 측은 "중장기적으로 미국에 더 투자하겠다는 취지에서 한 발언으로, 앞으로 최대 10억 달러 정도 더 투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지난해 냉동식품 전문업체인 슈완스 컴퍼니와 카히키 인수를 포함해 약 2조7천억 원을 투자했으며, CJ대한통운은 DSC 로지스틱스 인수를 포함해 약 2천500억 원 등을 투자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 서부 플러튼과 동부 뉴저지 등에 만두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CGV 극장, 뚜레쥬르 등 식품 및 콘텐츠 사업에도 진출해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미국 투자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금액이나 투자 대상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시설 투자나 M&A 등을 포함해 포괄적인 투자 계획을 갖고 있고, 현재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사진=농심]
[사진=농심]

하지만 이날 참석한 다른 유통 대기업 총수들은 추가 대미 투자 방안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각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간담회 이후 기존에 알려졌던 대미 투자 계획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농심은 박준 부회장이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미국 동부에 1억 달러를 투자해 라면 공장을 새롭게 세울 계획이다.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지은 공장에서 신라면, 너구리 등을 생산하고 있지만, 생산 물량에 비해 현지 수요가 높아 신공장 건설이 절실한 상황이다. 농심 제품들은 현재 미국에서 라면 판매량 3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동부쪽에 신공장 건설을 위해 부지를 알아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까지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약 7천500만 달러 정도로, 아직까지 추가로 투자를 확정지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지난 2005년 미국에 진출해 현지 생산 시설 2곳을 설립하는 등 총 800억 원 가량을 현지에 투자했으며, '파리바게뜨'를 앞세워 주요 도시에 7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총 2천600여 명을 고용함으로써 현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으며, 향후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2천 개 매장을 열어 총 6만 여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롯데, CJ처럼 대규모 직접 투자 계획은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이마트]
[사진=이마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기존에 알려진 대로 이마트를 통해 올 하반기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그로서란트 매장인 'PK마켓'을 오픈하며 본격적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현지 유통기업인 '굿푸드 홀딩스'를 3천75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PK마켓 오픈도 올 하반기가 될 지 아직까지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며 "미국에 추가로 투자할 계획도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다.

동원그룹도 이날 간담회에서 대미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동원그룹은 지난 2008년 미국 최대 참치 업체인 스타키스트를 3억6천300만 달러에 인수했으며, 스타키스트는 2017년 기준 미국 내 시장 점유율 46.1%를 기록하며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외에 대미 투자 계획은 현재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측이 이번 회동 대상자를 어떤 기준으로 정했는지 알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대미 투자 확대 제안을 직접 받은 만큼 추가 계획을 내놓지 않은 각 기업들의 부담은 클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경기 불황과 인구 감소에 따른 소비 축소, 최저임금 등의 영향으로 내수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대미 투자를 확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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