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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 개편에 주류시장 지각변동 예고…수입 성장세 꺾일까


맥주·막걸리, 내년부터 종량세 전환…국산 캔맥주 '1만 원 4캔' 경쟁 참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정부가 맥주와 막걸리(탁주) 과세 체계를 내년부터 종량세로 전환키로 하면서 그 동안 과세 역차별 덕분에 국내 맥주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던 수입맥주의 성장세가 한 풀 꺾일 전망이다.

또 주세 개편 시 가격 하락을 예상해 앞 다퉈 제품 가격을 인상했던 국산 맥주업체들은 내년 1월 종량세 적용 시점에 맞춰 캔맥주 등의 가격을 내려 수입 맥주와 '1만 원 4캔' 경쟁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 맥주업체들은 이날 기획재정부가 '주세 개편안'을 발표하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기재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당정 협의를 열어 맥주와 막걸리의 과세 기준을 '가격'이 아닌 '알코올 도수와 주류의 양'으로 바꾸는 데 합의했다.

한 고객이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세븐일레븐]
한 고객이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세븐일레븐]

이에 따라 내년부터 종량세로 전환되면 국내 3대 맥주업체 기준 캔맥주 세금은 기존 대비 1ℓ당 291원 감소한다. 반면, 페트와 병, 생맥주는 1ℓ당 각각 27원, 16원, 311원 증가한다. 교육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한 총 세부담은 캔맥주가 1ℓ당 415원 감소하지만, 페트·병·생맥주는 각각 39원, 23원, 445원 증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세 개편으로 수입맥주는 가격대별로 세금이 줄어드는 맥주와 증가하는 맥주가 혼재할 것으로 보인다"며 "세금이 늘어나는 맥주 중 '1만 원 4캔'에서 이탈하는 맥주는 없지만 세금이 줄어드는 맥주는 '1만 원 4캔' 경쟁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여 홈술 열풍이 더 거세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현재 캔맥주 1ℓ에 부과되는 세금은 1천121원으로, 내년 1월부터는 830원으로 줄어든다. 총 세부담은 현재 1ℓ당 1천758원에서 1천343원으로 감소한다. 유통채널에서 많이 판매되는 캔맥주 용량인 500㎖ 기준 시 세금은 207.5원 줄어든다. 이에 현재 편의점에서 1캔에 2천700~2천9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국산 맥주도 내년부터는 '1만 원 4캔' 전쟁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주세법 개정을 통해 국내맥주의 가격경쟁력을 제고한다는 큰 취지에 공감한다"며 "출고가에 세금이 포함되는 만큼 종량세 적용 시점의 부자재, 인건비 등 상황을 고려해 가격 인하 부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로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수제맥주는 그동안 종가세 적용으로 가격이 높아 소매점에서 판매 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지만, 이번 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맥주 맛'으로 승부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 같다"며 "해외에서 생산되던 수제맥주도 국내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제 관련 현안 당정협의 [사진=조성우 기자]
세제 관련 현안 당정협의 [사진=조성우 기자]

반면, 음식점이나 주점에서 판매되는 생맥주 가격은 대폭 올라 업소들이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생맥주의 세부담이 현행 1ℓ당 815원에서 1천2160원으로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갑작스러운 변화로 세부담이 높을 것을 우려해 생맥주의 경우 2년간 세율을 20% 경감해 적응기간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부담을 경감해도 종전과 비교하면 207원의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한 만큼 주세 개편으로 생맥주나 병맥주 소비는 줄어들고, 캔맥주 소비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주세 개편으로 생맥주와 페트병 맥주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되지만, 각 업체들은 캔맥주 세금 인하로 이 부분을 메우려고 할 수도 있다"며 "이로 인해 캔맥주 가격이 세금 인하분 만큼 내려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롯데주류]
[사진=롯데주류]

이번 일로 그 동안 끊임없이 제기되던 국산 맥주 역차별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가 되면서 수입 맥주 시장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 맥주는 현재 수입 신고가를 조정해 세 부담을 낮추고 있는 반면, 국산 맥주는 출고가에 이윤과 판매관리비 등을 담고 있어 가격 경쟁력 면에서 국산이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 이로 인해 수입 맥주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대폭 낮춰 '1만 원 4~6캔' 프로모션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점유율을 급속히 늘려갔다. 실제로 2015년 8.5%에 불과했던 수입 맥주 점유율은 지난해 20.2%로 2배 이상 커졌다.

그러나 주세체계가 내년부터 종량세로 바뀌면서 국산과 수입 맥주 모두 동일하게 세금이 책정돼 '과세 역차별' 문제는 해소될 전망이다. 또 기존 1ℓ당 세 부담이 900∼1천 원이었던 고가 수입 맥주는 830.3원으로 세 부담이 줄어 오히려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다만 1ℓ당 세 부담이 700∼800원 대였던 저가 수입 맥주는 세 부담이 늘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종량세 도입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다는 취지에 동감한다"며 "앞으로 국산맥주 경쟁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관세가 폐지된 데다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져 세 부담이 늘어났다고 해도 저가 수입 맥주들이 가격을 올리기가 쉽진 않을 것"이라며 "국산 맥주와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일단은 가격을 올리지 않고 유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수입 맥주 업체들이 오히려 한국을 생산 기지로 삼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놨다. 그동안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간 역차별 문제로 산업기지로서 경쟁력을 잃었던 상태지만, 과세 불평등 문제가 사라지면서 맥주 제품을 한국에서 현지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해질 것이라는 판단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역차별 문제로 국내 맥주산업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됐던 상태"라며 "다른 주종은 이 같은 이슈가 없었기 때문에 정부가 맥주와 탁주만 종량세로 우선 전환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 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종량세로 과세 체계가 바뀌면 한국 현지에서 맥주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훨씬 더 나을 것"이라며 "글로벌 맥주 브랜드들도 내년부터 한국 생산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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