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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재능 부럽죠"…오반X빈첸이 만났을 때(인터뷰)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날선 눈빛과 거침 없는 래핑의 빈첸, 공감대 짙은 가사와 매력적인 음색의 오반. 음악 스타일은 '접점'이 없어보이지만, 감정선이 묘하게 닮은 두 뮤지션이 만났다. 한지붕 아래 '따로' 음악을 해오던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결과물을 내놨다.

오반과 빈첸이 최근 프로젝트 싱글 '눈송이'를 발표했다. 오반과 빈첸이 편안하게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래를 하는 색다른 모습이 인상적인 노래다.

자신만의 색깔 짙은 음악으로 팬들과 대중들에 호응을 얻고 있는 오반과 빈첸.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 로맨틱팩토리의 식구인 동시에 한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동거인이기도 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빈첸은 오반이 인디신에서 활동하고 있던 때부터 오랜 팬이기도 했다.

빈첸은 오반을 처음 본 날짜가 "2015년 12월24일"이었다고 정확히 기억하며 "랩 음악을 찾아들으면서 좋아하게 된 뮤지션 중의 한 명이었다. 홍대에서 (오반이) 콘서트를 한다길래 친구와 찾아갔다. 무대를 마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웃으며 돌이켰다.

[사진=로맨틱팩토리]
[사진=로맨틱팩토리]

팬에서 한식구로 이어진 인연이 이채롭다. 오반은 "각자의 방에서 음악 작업하고, 음식도 따로 시켜먹는다"고 웃었고 빈첸도 "월세 절감 차원에서 같이 산다"고 받아쳤다. 음악이 완성되면 거실에서 노래를 들려준다. 어찌보면 1호 관객인 셈이니, 누구보다 서로의 노래에 대해 잘알고 있는 두 사람이다.

최근 발표한 '눈송이'는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다. 처음엔 빈첸이 혼자 기타를 들고 부르던 자작곡이었다. 음원을 낼 생각은 없었다.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다 오반에게 작업을 함께 할 것을 제안을 했다. 빈첸은 "내가 벌쓰를 쓰고 싶지 않았다. 오반이 하면 잘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농담을 던진 후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가장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다. 노래의 감성과 잘 맞는 목소리"라고 했다. 오반은 "병규(빈첸)가 '할래요?'라고 했을 때 놀랐다. 음악작업을 같이 한 적이 없었는데 노래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눈송이'라는 제목에서 겨울러브송이 연상된다. 포근한 음색 안에 잔잔한 감성들이 깔려있다. '너가 내린 눈송이는/녹아내리네 피부 닿기도 전에/언제 얼은 적이 있냔 듯이/따뜻하게 나를 감싸주네'. '눈송이의 가사들은 겨울 연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듯 하지만, 단순한 러브송이 아니다. 눈송이를 말에 은유했다. 빈첸은 "눈송이가 작으니깐 처음엔 차가운지 잘 모르는데, 쌓이면 어느새 얼어붙어 차갑게 느껴진다. 말도 그렇다. 그 때는 몰랐는데, 돌아보니 나에게 상처가 됐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가사를 듣고 (팬들이) 의미를 풀이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사진=로맨틱팩토리]
[사진=로맨틱팩토리]

날선 가사들, 날카로운 물음들을 쏟아내던 빈첸이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편안하게 노래를 하는 모습도 새롭다. '고등래퍼'의 이병재를 생각한다면 낯설고 이질적인 행보겠지만 빈첸을 잘 아는 이들에겐 익숙한 풍경이다. 빈첸은 또 다른 뮤지션 자아인 '기타맨'이라는 이름으로 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자작곡을 노래하는 모습을 SNS에 선보이곤 했다.

빈첸은 "중학교 때 기타를 쳤다. 랩을 하다가 돈이 없어서 기타를 팔았다. 방송을 하고 난 뒤 여유가 생겨 다시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낯설진 않았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랩을 하지만 이런 음악도 하니 되더라"라고 말했다. 오반은 "어쿠스틱한 음악들을 작업해서 들려줬는데 좋았다. 처음에는 저도 낯설었는데, 지금은 자신에게 어울릴 줄 아는 목소리와 가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빈첸은 '고등래퍼'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고, 오반은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발표하며 팬층을 넓혀가고 있다. 두 사람의 음악 스타일은 다른 듯 하지만, 감정적으로 '닮은' 구석이 있다. 빈첸과 오반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하며 공감을 샀다. 본인을 괴롭히는 현실과 열등감, 세상과 단절에 대한 물음 등을 날카롭게 던졌다.

[사진=로맨틱팩토리]
[사진=로맨틱팩토리]

오반은 "처음에 병재(빈첸)가 같이 하자는 이야기에 의아했는데, ('눈송이' 가사의 의미를 듣고 나서) 나와 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작업한 노래 중 발매 안한 곡들이 있는데, 병재에게 들려준다"며 "요즘 병재가 쓰는 감성과 제가 쓰는 감성의 접점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저는 노래를 많이 하고 있고, 감성적인 표현이나 가사, 노래의 표현이나 신경을 쓰고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오반은 또 "병재가 사소한 것에 대한 고민이나 생각이 많은 것 같더라. '눈송이'를 사람의 말에 비유한 것처럼, 저도 상황이나 사물을 갖고 다양한 생각들을 하려고 한다. 그게 습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로맨틱팩토리]
[사진=로맨틱팩토리]

서로의 음악적 재능을 높이 평가하기에, 부럽고 자극도 받는다.

오반은 "매일 (음악 작업을) 하려고 하는 것도 대단하고, 가사적인 측면에서 닮고 싶은 것들도 있고 랩을 너무 잘한다. 저도 제 가사를 좋아하지만, 분명히 병재의 가사와 결이 다르다. 무얼 하나 보더라도 제가 바라보는 시점과 병재가 바라보는 시점이 다른데, 병재의 아이디어가 좋을 때도 있다"고 했다.

빈첸 또한 "옛날부터 (오반 노래 중) 좋아했던 노래들이 많다. 빈말이 아니고 노래를 엄청 잘한다. 공연을 할 때마다 느는 느낌이다. 저는 다듬어진 목소리가 아닌데 그런 면에서 부럽다. 사실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오랜만에 랩을 해도 엄청 잘했다. 랩 음악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눈송이'로 2019년 시작을 연 두 사람은 부지런히 음악 작업 중이다. 정규 앨범 발매 등 각각의 목표를 품고 차근차근 음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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