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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범의 쇼 매트릭스] 꿩은 물론 닭까지 잡는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멀티플렉스 영화관 수와 영화 관람객 증가 추세는 절대적 함수 관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 멀티플렉스가 본격 도입된 ‘96~’98년 사이에 국민 1인당 평균 관람 횟수는 2.35회에서 2.90회로 증가했다.

한국에서도 ‘98년 이후 최근까지 관람객 수 증가와 함께 전체 스크린 수에서 멀티플렉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표1. 스크린 수와 관람객 추이(1999~2002)). 2002년 현재 1인당 영화 관람 횟수 전국 평균 2.2회(서울 3.9회로 전국 최고), 이 결과를 만드는데 멀티플렉스가 큰 역할을 했다는데 의구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 스크린 수와 관람객 추이(1999~2002)
연 도1999200020012002
관객(만명)5,4726,1698,93610,513
극장수(개)373376344309
스크린 수(관)588720818977
멀티플렉스스크린 점유율(%)-20미만 2444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멀티플렉스 스크린 점유율'은 집계 방식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음

극장 당 많아야 1~3개 정도 스크린이 고작인 기존 영화관과 달리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7개 이상의 스크린을 가지고 있다. CGV나 메가박스가 대표적이다. 상영관 규모는 작은 반면 식당, 카페, 오락 시설 등을 갖추고 원스톱 레져를 즐길 수 있게 해놓았다. 쾌적한 환경과 첨단 시스템, 질 좋은 서비스를 통해 20대 중심이던 극장 관객층을 30~50대까지 확대시켰고 특히 가족 단위의 관람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멀티플렉스의 증가세는 2004년에도 계속 이어져 스크린 점유율이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금도 CJ엔터테인먼트나 쇼박스 등의 배급사가 각 각 CGV, 메가박스라는 하드웨어를 늘려가며 배급 ‘공력’을 키우고 있다. CGV를 보유한 CJ엔터테인먼트의 경우 2005년까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200개 까지 스크린을 늘릴 예정이다. 백화점 기반의 전국적 인프라를 보유한 롯데씨네마도 본격적으로 투자배급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한극장이나 서울극장 같은 기존 극장도 속 속 멀티플렉스로의 변신을 단행했다. 극장 수는 줄어드는데 스크린 수가 늘어나는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배급사들이 멀티플렉스 확장의 중심에 서있다는 것이다.

배급’이란, 말 그대로 만들어진 영화를 관람객이 구매할 수 있도록 스크린을 확보하는 일이다. 영화사와 배급 계약을 하고 전국의 영화관을 대신 잡아주는 일인데 배급사가 自家用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니 남의 차 탈 때 보다는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된다.

물론 자체 극장을 보유했다는 것이 관객 몰이를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스크린 확보에 있어 운신의 폭이 넓은 것은 자명하다. ‘슬픈’ 경우지만 또 다른 장점을 하나 더 꼽는다면 리스크 관리(Risk Hedging)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흥행이 쉽지 않다고 판단되면 일단 개봉 스크린을 최대한 확보한 후에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인다. ‘입소문’ 나서 분위기가 싸늘해지기 전에 개봉 초기에 최대한 관객을 확보하고 원금을 회수하는 전술이다.

멀티플렉스는 ‘꿩 대신 닭 효과’도 제공해준다. 보고 싶은 영화가 매진이면 모처럼 극장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대안을 찾게 되므로 관객은 늘게 마련이다. 영화사들이 개봉 날짜 잡는데 입시 원서 넣는 것 이상으로 눈치 보기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쟁률 낮은 시간대를 골라 안전하게 갈지 아예 흥행이 예상되는 화제작과 붙을지… 화려한 ‘꿩’이 못될 바에는 그 곁에서 ‘낙전 수입’을 덤으로 챙기는 ‘닭’이라도 되려고.

멀티플렉스 증가세가 영화 관람객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어 수년 내에 경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거나 자본과 흥행 논리에 밀려 불리한 조건의 개봉을 감수하는 영화도 있다는 등의 내밀한 부분까지 거론하지는 않았다. 여기서는 다만 영화라는 제품의 소비 통로로써 멀티플렉스가 그 동안 유통망을 잘 구축해 왔다는 표면적인 수치만을 확인했다.

이제 영화사는 부지런히 영화를 만들고 투자자는 그 중에 진짜 ‘꿩’을 골라내는데 주력하면 된다.

/김종범 벤처라이프 상무이사 morgan@venture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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